현대자동차가 올해 승용 내수 시장에서 점유율이 지난해보다 무려 7.6%나 하락하며 참패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대차는 전체 내수 판매실적이 지난해보다 8.5%(9만3,900대)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완성차 회사 중 유일하게 내수 판매실적이 하락, 부동의 1위 위상이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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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별 2009년-2010년 판매실적 |
9일 국내 자동차업계의 판매실적을 본지가 분석한 결과 현대차는 올해 11월까지 국내 시장에서 승용차(소형 상용 제외) 판매실적이 43만7,112대였다. 이는 지난해 48만6,561대보다 무려 5만 대 가까이 감소한 것. 현대차의 월 평균 내수 판매대수가 5만 대쯤임을 감안하면 한 달쯤 판매를 중단한 것이나 다름 없다. 이에 따라 승용시장 점유율도 지난해 44.1%에서 올해는 7.6%P 내려간 36.5%로 추락, 최후 저지선으로 여겨지던 40%선도 무너졌다.
이처럼 현대차가 주춤하는 사이 경쟁 업체들은 모두 상승세를 나타냈다. 특히 기아차는 지난해 승용 내수 점유율이 29.5%밖에 안됐지만 올해는 33%로 올라서며 현대차를 바짝 추격했다. 현대차가 5만 대쯤 잃어버릴 때 기아차는 판매대수를 7만 대나 늘려 이제는 현대차와 대적할 만한 위치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기아차 외에 현대차를 진정 위협한 존재는 수입차였다. 수입차는 올해 11월까지 8만2,000대쯤 팔리며 승용 시장 점유율이 6.9%나 됐다. 현대차를 제외한 국내 업체 모두 판매실적이 증가했다는 점에서 지난해보다 늘어난 2만7,000대의 수입차는 거의 모두 현대차로부터 이동해 왔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현대차가 주춤하는 사이 르노삼성도 점유율을 늘렸다. 르노삼성은 지난해보다 판매실적을 2만4,000대쯤 늘려 점유율이 10.7%에서 11.9%로 1.2%P 올랐다. 이 역시 현대차로부터 시장을 빼앗아 온 것. GM대우차와 쌍용차도 점유율이 각각 0.2%와 0.7% 늘었다.
현대차의 시장 점유율 하락은 무엇보다 신차가 없었던 게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뒤늦게 아반떼 신형을 투입했고, YF쏘나타 1% 할부 금리 등으로 점유율 만회를 시도했지만 기아차와 수입차의 파상 공세를 막기는 역부족이었다는 분석이다.
점유율 하락의 치욕을 겪은 현대차로선 내년 시장을 벼르고 있다. 아반떼 MD 판매가 정상 궤도에 올랐고, 사전 계약 돌풍을 일으키는 신형 그랜저가 투입되면 점유율 만회가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내년에 쏟아질 수입차 50여 종을 모두 막아내기는 역부족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주력 시장에서 점유율을 만회하려고 할 때 수입차는 이미 현대차가 쌓아 놓은 다른 시장을 노리게 된다"며 "대표적으로 토요타 코롤라 등 준중형급 수입차가 그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가 신형 그랜저로 준대형 시장에서 말 그대로 "왕의 귀환"을 노릴 때 수입차는 기존 현대차의 강세였던 준중형이나 SUV 시장의 판매물량을 빼앗아 갈 것이란 얘기다.
이와 관련, 현대차 내부에서도 위기의 움직임은 감지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EU나 미국과 맺은 FTA가 국내 시장에서 수입차의 점유율을 늘리게 될 것"이라며 "그렇다면 결국 현대차가 시장을 조금 내줘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예전처럼 만들기만 하면 팔리던 시대는 끝났다"며 "내부적으로도 생각을 바꿔야 한다는 공감대가 많이 형성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대차는 내년 신형 그랜저를 앞세워 상반기부터 공격적인 판매전략을 펼쳐 나갈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상반기 승용 시장 점유율을 다시 40%대로 회복하는 게 우선 목표"라며 "신형 그랜저에 이어 하반기에도 엔진 변경 등 다양한 부분변경 신차를 계속 내놓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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