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재활용 부품이 이렇게 비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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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의 부품 재활용 |
"고객님, 재활용이 아니라 새 부품입니다."
수입차 부품의 자원재활용 개념을 두고 판매사와 소비자 사이에 이해가 충돌하고 있다. 수입차업체는 부품의 소재까지 바꾼 리사이클링(Recycling. 재활용)이라고 설명하지만 소비자들은 이를 "재사용(Reuse)" 개념으로 받아들이고 있어서다.
이 같은 논란은 최근 몇몇 독일차업체들의 부품 제조과정이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현재 독일차업체들은 폐차를 수거, 쓸 수 있는 모든 부품을 떼어내 교환용 부품으로 재활용하고 있다. 단순 재생이 아니라 소재까지 모두 다시 쓸 수 있도록 바꾼 뒤 서비스 현장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는 것. 국내에 들어오는 몇몇 부품도 같은 과정을 거친다. 따라서 판매사는 대체용 부품도 새 부품과 다름이 없다는 점을 들어 신품 가격을 책정하기도 한다. 반면 소비자들은 이를 완전한 신품으로 여길 수 없다고 항변한다. 폐차에서 자원을 수거해 다시 만든 제품인 만큼 완전한 새 부품값을 받는 건 이해할 수 없다는 얘기다. 즉 재활용된 만큼 국내 수입사들이 저렴하게 공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유럽차업체들의 부품 재활용은 유럽 내 제도에 따른 활동이다. 유럽연합은 지난 2000년 "폐차 처리에 관한 유럽 지침"을 확정하고, 2002년부터 유럽연합의 모든 자동차회사가 폐차를 일괄 수거해 재활용과 재생과정을 거쳐 차를 처분토록 하고 있다. 2006년에는 폐차 전체 무게의 85%를 재생하거나 재활용토록 했으며, 2015년에는 이 비율을 95%로 높일 예정이다. 따라서 유럽차업체로선 해당 규정을 지키기 위해 따로 재활용이나 재생연구센터를 가동, 재활용 비율을 높여 가고 있다. BMW는 지난 94년 독일 뮌헨에 그룹재활용분해센터를 설립, 모든 부품의 재활용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BMW코리아측은 "중요한 건 쓰고난 부품을 완전 해체한 뒤 새로운 소재를 활용해 부품을 새로 만들어내는 점"이라며 "시중에서 논란이 되는 중고 재생품과는 차원이 전혀 다르다"고 강조했다.
재활용 시스템은 벤츠와 아우디, 폭스바겐도 마찬가지로 적용하고 있다. 벤츠는 재활용 부품을 "리매뉴팩처드(Remanufactured)"로 분류, 정상적인 부품 공급이 안될 때 활용한다. 벤츠 관계자는 "리매뉴팩처드 부품을 쓸 때는 반드시 소비자에게 알려주고, 가격도 신품보다 낮게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리매뉴팩처드 부품도 가격이 만만치 않다는 소비자들의 원성이 크다. 아우디와 폭스바겐은 재활용 부품을 쓰되 보증 교환용에 한정하고 있다. 아우디 관계자는 "재활용 부품은 보증 서비스 때 활용하지만 신품과 전혀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수입차업체들의 재활용 부품 활용에 대해 자동차동호회연합 이동진 대표는 "자원 재활용이란 점에서 공익적 목적이 있기는 하되 소비자는 새 것을 원하기 마련"이라며 "당분간 재생과 재활용의 개념 갈등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어쨌든 한 번 쓴 걸 다시 활용한다는 게 논란의 요지"라며 "소비자도 시각에 따라 해석이 제각각인 만큼 이번 기회에 재활용 부품의 명확한 개념을 정립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권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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