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년 이어온 반촌마을의 '시크릿 가든'

입력 2010년12월17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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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부터 "조선 인재의 반은 영남에 있다"고 했을 만큼 경상북도는 골골마다 선비고을이요 반촌마을이다. 경북에서 지형적으로 가장 중앙에 위치하고 있는 의성(義城)은 지명에서 알 수 있듯이 의로운 선비가 사는 고을이다. 의성을 대표하는 반촌마을로, 산운마을과 함께 사촌마을이 유명하다.

긴 토담길 따라 이어지는 사촌마을


사촌마을은, 처음 듣는 이들은 사촌(四寸)들이 모여 집성촌을 이룬 마을인가 짐작하기도 하지만 중국의 "사진촌(沙眞村)"을 본따 "사촌(沙村)"이라 이름한 곳이다. 안동 김씨, 안동 권씨, 풍산 류씨 집성촌인 이 곳은 600여 년 전 형성된 유서 깊은 마을이다.

대문채에서 본 만취당(왼쪽)


사촌마을을 찾으면 맨 먼저 만나게 되는 게 마을 서쪽에 자리한 우거진 숲이다. 마을을 가로질러 조성된 숲이라 해서 가로숲이라 불리기도 하고, 마을에서는 서쪽에 있는 숲이라고 "서림"이라고도 부른다. 천연기념물 405호로 지정된 이 숲의 역사는 마을의 역사와 함께 한다.

만취당 뒤 오백년 된 향나무


고려말 안동 김씨 김자첨이 안동에서 이 곳으로 이주할 때 풍수지리를 보니 마을 동쪽엔 좌청룡(자하산)이 있으나 오른쪽 지형은 넓은 들판이어서 우백호가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허한 풍수지리를 보강하기 위해 나무를 심어 숲을 조성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숲은 현재, 물길을 따라 양쪽으로 수령 200~300년의 350여 그루나 되는 참나무·느티나무·팽나무·갈매나무들이 너비 40m, 길이 1㎞에 걸쳐 이어진다.

만취당 오르는 계단과 돌확


이 숲에는 서애 류성룡 선생의 탄생과 관련한 이야기가 전해온다. 사촌마을은 풍수지리적으로 정승 셋이 태어날 형세라고 한다. 신라 때 이미 정승 한 명이 나왔고, 풍수 상 두 번째 정승이 나올 것으로 점쳐지던 해에 출가한 안동 김씨의 딸이 친정인 사촌마을에 와 머물다가 산기를 보였다고 한다. 안동 김씨 가문에선 정승을 외손에게 빼앗길 것을 우려해 친정에 와 있던 딸을 시집으로 내쫓았는데, 쫓겨 가던 딸이 가로숲에서 아이를 출산했다. 그가 바로 훗날 류성룡이었다고 한다. 서애는 선조 때 영의정에 올라 마을의 두 번째 정승을 차지했다. 앞으로 정승이 또 한 명 날 것으로 믿고 있는 마을 어른들은 출가한 여인들이 친정으로 돌아와 애를 낳는 걸 원치 않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만취당과 종택


사촌마을은 한 때 온 마을에 기와집이 들어차 바다를 이뤘다[瓦海]고 하나 몇 차례 난리를 겪으며 그 모습을 잃고 말았다. 임진란 때 의병을 일으킨 이 마을을 왜군들이 들이닥쳐 불태웠고, 구한말에는 명성황후 시해사건 후 이 곳에서 의병이 일어나자 일본군이 또다시 마을을 불태우고 말았다. 그래서 지금은 유일하게 남아 있는 고택이 만취당(晩翠堂)이다.

만취당에 걸린 편액들


1592년에 지어진 만취당은 궁궐이나 절을 제외하면 사가(私家)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이다. 조선시대 퇴계 이황의 제자이며 부호군을 지낸 김사원이 3년에 걸쳐 완성한 건물로, 자신의 호를 따 만취당이라 했다. 전체적인 형태는 "T" 자형이고 널따란 대청마루와 온돌방을 갖춘 대형 건물로, 마루에도 문을 해 단 모습이 특이하다. 만취당의 현판 글씨는 명필 한석봉이 썼다. 마을에선 해마다 추분이면 김사원의 위패를 모신 후산정사(서원)에 유림들이 모여 향사를 지낸다.

만취당에서 본 종택건물


만취당 뒤편에는 만년송이라는 오래된 향나무가 한그루 서 있다. 수령 500년이 넘는 나무로, 만취당에 걸린 편액에는 이 나무에 얽힌 시가 실려 있다. 사촌마을의 한가운데에는 마을의 유래와 볼거리, 특징, 전해오는 유물들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사촌마을자료관이 있다. 해설사가 상주하고 있어 언제든지 사촌마을을 자세히 설명해준다. 사촌마을자료관 054-832-8772.

사촌마을에 있는 후산정사


*맛집

사촌서림
마늘로 유명한 의성에는 마늘한정식을 비롯해 마늘을 먹여 키운 한우식당 등이 있다. 군청 부근에 있는 서원한정식(054-834-0054)을 비롯해 한우숯불구이집 남선옥(054-834-2455), 의성마늘목장(054-834-9292) 등 여러 음식점이 있다.



종택 대문채
*찾아가는 길

서울이나 수도권에서는 영동고속도로 원주·만종분기점에서 중앙고속도로로 옮겨 타고 가다가 남안동 나들목에서 빠진다. 5번 국도를 이용해 의성·대구 방향으로 향한다. 단촌에서 좌회전해 병방리를 거쳐 79번 지방도를 타고 가면 사촌마을에 이른다.

후산정사 향나무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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