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골프에 1,600㏄급 디젤(TDI) 엔진과 7단 DSG 변속기를 탑재하고 갖가지 연비향상 기술을 더한 블루모션이 국내에 출시됐다.
"블루모션(Blue motion)"은 폭스바겐의 친환경 기술을 아우르는 용어다. 기본적으로 공기와 마찰저항 감소 그리고 파워트레인 최적화 기술이 집약된 걸 뜻하는데 독일 내에선 폭스바겐의 친환경 브랜드로 호평을 얻고 있다. 공기저항 감소를 위해 전면 그릴을 폐쇄형으로 바꿨고, 차체를 15㎜ 낮췄다(국내 수입분은 제외). 또 도로와의 접지면을 줄인 저마찰 타이어를 장착했다. 여기에 정지 상태에서 공회전이 같이 중단되는 스타트&스톱 기능, 기어범위 확대 등도 더해졌다.
▲디자인
겉모양은 골프 TDI와 별 차이가 없고 타이어만 다른 걸 끼웠다. 2.0 TDI는 205/55R 16, TDI의 고성능 버전인 GTD는 225/45R 17인 반면 1.6 TDI 블루모션은 195/65R 15를 쓴다. 한 마디로 접지면적이 골프 중에선 가장 좁다는 의미다. 접지면이 줄었으니 마찰저항이 감소하는 건 당연하지만 폭스바겐은 타이어 트레드 패턴까지 변화시켜 마찰저항을 줄임을써 연료효율을 더 끌어올렸다고 설명한다.
외관에서 또 다른 점은 폐쇄형 그릴이다. 겉에서 보면 차이가 없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릴이 막혀 있다. 공기저항 감소를 위해서다. 폭스바겐의 파워트레인부문 제품마케팅담당 베르나 뮐러 박사는 "폐쇄형 그릴이 냉각효율을 떨어뜨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지만 블루모션 적용 차종은 거의 모두 소형 엔진이어서 영향이 전혀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인테리어도 블루모션이라고 특별한 건 없다. 다만 차가 멈출 때 공회전을 줄이기 위해 시동이 꺼졌다가 출발할 때 작동하는 스타트&스톱 기능이 트립창에 추가로 표시될 뿐이다.
▲성능
1.6ℓ TDI 블루모션 엔진의 최고출력은 105마력, 최대토크는 25.5㎏·m다. 연료효율은 에너지관리공단 기준으로 ℓ당 21.9㎞다. 국내에선 토요타 프리우스, 시빅 하이브리드, 혼다 인사이트, 프라이드 1.5 디젤 수동에 이어 4번째로 연비가 높다. 그러나 프리우스와 인사이트는 하이브리드카이고, 프라이드는 수동변속기라는 점에서 일반 자동변속기차로는 가장 효율이 좋다. 따라서 시승의 초점도 타이어 변화에 따른 승차감과 배기량 1.6ℓ 디젤엔진의 성능 그리고 연료효율에 맞췄다.
먼저 가속감은 분명 2.0ℓ TDI보다 부족하다. 배기량 차이가 있으니 어쩔 수 없다. 그럼에도 이런 불만은 습식에서 건식으로 바뀌며 무게가 24㎏ 줄어든 7단 DSG 변속기의 스포츠(S) 모드가 확실히 상쇄해준다. 드라이브(D) 모드에 놓으면 시속 100㎞에서도 엔진회전수가 2,000rpm을 넘지 않을 만큼 효율 위주지만 스포츠(S) 모드로 바꾸면 즉시 고성능으로 전환돼 빠르게 치고 나간다. 따라서 효율을 원하면 ‘D", 스포츠 주행이 필요하면 "S"를 선택하면 된다. 블루모션이라도 운전자가 주행모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는 건 분명 장점이다.
초반에는 ‘D"에 놓고 주행했다. 시내 도로 곳곳 과속방지턱이나 불규칙한 아스팔트를 지날 때의 승차감은 확실히 2,000㏄급보다 부드럽다. 타이어 접지면은 줄고 사이드 월의 폭이 넓어졌으니 그 만큼 잔진동을 많이 흡수하는 셈이다. 반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없는 것처럼 "S" 모드로 스포츠 주행을 할 때의 운동성능은 조금 불리하다. 물론 과격한 운전이 아니라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골프를 선호하는 수요층의 연령이 젊고, 스포츠 주행을 즐기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란 점에서 그렇다는 얘기다. 이 부분은 폭스바겐도 대책을 이미 세웠다. 골프 블루모션 300대에 한해서만 15인치 타이어를 채택했을 뿐 지금 들여오는 차에는 TDI와 같은 16인치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견이지만 효율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15인치가 더 낫다.
신호대기 시에는 공회전 방지를 위해 엔진이 정지된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고 있으면 자동으로 꺼지는 것.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는 순간 엔진은 다시 작동한다. 가속 페달로 발을 옮기면 이미 엔진이 작동하고 있어 멈칫거릴 일이 없다. 그럼에도 엔진 멈춤없이 더 빨리 출발하려면 브레이크 페달에서 힘을 살짝만 빼 시동이 꺼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D" 모드에서 차가 움직이지 않을 만큼만 살짝 페달을 밟고 있으면 엔진은 정지하지 않는다.
오토 스타트&스톱 장치는 공회전을 막아 효율을 높이는 데 분명 유리하다. 폭스바겐은 해당 기능으로 6%쯤 효율을 높였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차들이 길게 늘어선 도로에서 조금씩 움직이곤 해 때로는 불편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실제 도시고속도로 진출로가 정체돼 가다 서기를 반복할 때가 있었는데,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때마다 시동이 꺼졌다. 마침 앞차가 전진, 거리를 줄여야 하기에 엔진의 멈춤과 작동이 되풀이됐다. 이럴 경우는 버튼을 눌러 해당 기능을 끄면 된다.
오토 스타트&스톱 기능은 작동조건이 까다롭다. 날씨가 영하로 내려간 오전에 주행하면 작동하지 않는 때가 많다. 그 이유는 실내외의 기온 차이에 있다. 폭스바겐코리아측은 "실내외 온도차이가 8도 이상일 때 스타트&스톱 기능은 작동을 멈춘다"고 설명한다. 겨울철 차 안의 난방과 여름철 냉방을 고려한 설계다. 실제 영하로 기온이 내려간 오전에 시승할 때는 스타트&스톱 기능이 잘 작동하지 않지만 오후들어 외부 기온이 올라가니 잘 작동한다.
연료효율은 체감으로도 매우 높다. 3일동안 350㎞를 달렸지만 가득 넣은 연료 중 25% 정도만 소비했다. 주로 도시고속도로와 시내도로를 운행해 정체가 덜하기는 했지만 어쨌든 한 번 주유로 갈 수 있는 주행거리가 길다는 점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계기판 중앙의 트립모니터에 표시된 운행가능거리는 처음 탔을 때 820㎞였지만 정속주행을 계속하니 860㎞로 높아졌고, 920㎞까지 표시됐다. 어떻게 운전하느냐에 따라 주행가능거리도 달라지겠지만 고속도로 등을 시속 100㎞쯤으로 달리면 한 번 주유로 1,000㎞는 물론 그 이상도 거뜬할 것 같다는 판단이다. 평소 시내만 운행해도 ℓ당 21.9㎞라는 평균 연료효율은 얼마든지 실감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에 출시된 골프 1.6 TDI 블루모션은 블루모션에 포함되는 모든 기술을 적용하지는 않았다. 예를 들어 차체를 15㎜ 낮추지 않았고, 엔진 내 회전저항을 줄이는 기술은 채택하지 않았다. 반면 가속 페달을 밟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구르는 힘으로 엔진이 작동할 때 발전기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에너지 회생 시스템"을 더했다. 영향이 크지는 않지만 어떻게든 효율을 높이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다.
▲총평
골프 1.6 TDI 블루모션은 내연기관차도 여러 복합기술로 얼마든지 연료효율을 높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 타보면 1.6ℓ 엔진이지만 7단 DSG와 결합해 2.0ℓ급과 비교할 때 크게 부족하지 않다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또 골프라는 차종이 가진 기본적인 단단함을 유지한 채 연료효율이 극대화돼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여기에 2.0ℓ TDI보다 싼 가격도 장점이다. 폭스바겐으로선 골프의 인기를 한층 더 높일 수 있는 매력적인 차종을 확보한 셈이다.
권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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