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무도로 유명한 '한국의 둔황석굴'

입력 2011년01월07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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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를 아십니까?"

대적광전과 마애불


거리에서 누군가 이렇게 물어오며 팔을 잡으면 거의 모두 기겁을 하고 내빼기 바쁘지만 모든 도 수련이 그런 건 아니다. 남녀노소는 물론 이역만리에서 찾아온 벽안의 수행자들까지 매서운 칼바람을 가르며 정진하는 도가 있다. 바로 선무도다. 선무도는 위빠사나 혹은 요가처럼 인도에서 오랫동안 이어져 내려오는 수행법으로 참선의 원류에 해당하는 수련법이다. 이 수련법은 일찍이 신라 화랑들에게 전수된 심신수련법으로 고려, 조선시대 외침에 항거했던 승군들의 무예가 전승된 불가의 전통문화다.



석굴 법당인 관음굴
선무도의 본산인 경주시 양북면 안동리의 골굴사(骨窟寺)를 찾았다. 경주에서 감포로 가는 국도 4번을 타고 추령터널을 지나 고개를 내려가면 14번 국도와 만나는 3거리에서 포항·골굴사·기림사를 알리는 이정표가 보인다. 이정표를 따라 좌회전해 5분쯤 들어가면 곧 함월산 골굴사에 다다른다. 하필이면 절 이름을 이렇게 발음하기 어렵게 지었을까 싶은 마음은 절집과 마주하면 쉬 이해된다. 가파른 바위 절벽에 석굴을 뚫어 절을 지었으니 골굴사라는 이름보다 더 어울릴 이름도 찾기 어려울 듯하다.



골굴사는 약 1,500년 전 인도에서 건너온 광유성인 일행이 이 곳에 정착하면서 절을 창건했다고 전해지는데 이는 불국사보다 200여 년 앞선 것이라고 한다. 당시 광유스님 일행은 자국의 사원 양식을 본떠 이 곳에 인공석굴을 파 절을 세웠다. 인도의 불교문화가 중국에 전파돼 둔황석굴을 만들었듯이 신라에도 석굴사원 형태로 전파된 셈이다.

세심당


그 동안 세간에 알려지지 않고 작은 암자로 내려오던 골굴암은 1990년 도로를 개설하고 중창불사를 추진해 대적광전과 요사, 선무도 수련원, 일주문을 신축해 지금의 면모를 갖췄다. 선무도의 본산으로, "한국의 둔황석굴"로 점차 이름을 알리게 되면서 골굴사는 이제 경주의 또 다른 명소가 됐다.



연화당
골굴사 일주문을 지나 산언덕을 오르면 멀리 우람한 절벽 꼭대기에 유리지붕을 한 마애불이 눈길을 잡는다. 몇 십m쯤 되는 거대한 석회암에는 석굴 열두 개를 뚫었는데 암벽에서 가장 높은 곳에 마애불상이 새겨져 있다. 조선시대 화가인 겸재 정선의 "골굴 석굴도"에는 이 마애불상과 열두 석굴이 모두 목조와가로 그려져 있으나 지금은 소실되고 바위굴만 남았다.



크기가 다양한 석굴에는 불상을 모셔두기도 했고, 기도처로 쓰이기도 하는데 그 중 가장 넓은 굴법당은 관음굴이다. 굴과 굴을 이어주며 연결되는 길은 가파른 계단을 지나고 때론 로프를 잡고 암벽을 오르는 과정을 거친다. 굽 높은 신발이나 노약자는 마애불이 있는 정상까지 오르기가 결코 쉽지 않다. 힘들게 절벽 꼭대기에 오르면 천 년 미소를 간직한 마애불상(보물 제581호)이 반겨준다. 높이 4m, 폭 2.2m인 마애불은 모래가 많이 섞인 화강암에 새겨진 터라 보존상태가 좋지 않고 오랜 풍화작용으로 훼손이 심해 유리지붕을 씌워놨다. 더러 신체가 손상되긴 했으나 마애불의 온화한 표정은 중생의 시름을 어루만져 주는 듯하다.

지장굴


염화미소를 띤 채 동해를 향해 선 마애불은 천년의 세월동안 무엇을 바라봤을까. 그 깊은 심중을 감히 짐작이나 할까마는 아무것도 보지 않았다는 데 과감히 한 표를 던진다. 왜냐고? 마애불은 지그시 두 눈을 감고 있기 때문에….



유리로 보호막을 두른 마애불
*골굴사 템플스테이

전국 109개 사찰에서 실시하는 "템플스테이"에 연간 14만 명 이상이 참여하고 있는데, 이 중 3만이 넘는 사람들이 골굴사에서 수행한다. 전통무예를 결합시킨 골굴사의 "템플스테이"에는 외국인만 연간 2,000여 명이 참여한다. 움직이는 선의 숨결을 주제로 한 선무도 수행 체험은 골굴사만의 특징이다. 선무도로 하루를 시작해 선무도로 하루를 마감한다. 아침 공양을 마치면 선무도 수련의 하나인 요가와 기공을 하고, 108배로 자신의 나태한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점심 공양 뒤에는 스님들과 울력을 하면서 땀의 소중함을 느껴보는 시간을 갖고, 저녁 예불을 올린 뒤 다시 본격적으로 선무도 수련과 참선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골굴사에서는 올해 1월1일부터 선무도를 바탕으로 한 전통예술은 물론 연극과 소리를 결합한 문화공연을 매일 두 차례(오전 11시, 오후 3시)씩 마련하고 있다.



천년미소를 머금은 마애불
*찾아가는 길

경부고속도로 경주 나들목에서 경주로 진입하되 시내로 들어가지 말고 4번 국도 감포쪽으로 간다. 추령터널 지나 고개를 내려가다가 14번 지방도 포항·골굴사·기림사 이정표가 나오는 3거리에서 좌회전해 5분쯤 들어가면 된다.



오륜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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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무예인 선무도 시연
선무도를 배우는 외국인
올해부터 선무도 공연이 상설화된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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