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타본 시보레 콜벳 Z06

입력 2011년01월17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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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100번째 생일을 맞이하는 시보레 브랜드의 고성능 스포츠카 2종이 한국 진출을 앞두고 미국 캘리포니아 주 산타모니카에 준비됐다. 말리부 해안도로를 따라 펼쳐진 고속도로에서 두 차종을 번갈아 시승했다. 고성능 성격답게 달리기 만큼은 깊은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콜벳(Corvette)
콜벳은 1953년 처음 출시된 이후 현재 6세대로 거듭난 시보레의 상징과도 같은 고성능 차종이다. 특히 Z06부터는 한 명의 엔지니어가 엔진 제조공정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전담 제작하는 시스템으로 유명하다. 이날 콜벳 시승차는 Z06 네 대와 컨버터블인 그랜드 스포츠 두 대가 준비됐는데, 이 가운데 Z06 수동변속기 차종을 탔다.

우선 디자인을 살펴보면 앞은 낮고 부드러우며 뒤는 날카롭다. 앞 범퍼 아래 커다란 공기흡입구가 있고, 그 아래로 에어로파츠를 장착했다. 앞 범퍼 위는 유선형으로 처리해 트렁크까지 선이 이어진다. 공기역학을 최대한 활용하기 좋은 구조다. 옆모양은 공기 흐름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트렁크라인은 날카롭고 단순한 데다 리어스포일러를 장착해 공기 흐름을 이용, 고속주행 때 차의 뒷부분이 들뜨는 것을 방지했다. 카본세라믹 브레이크와 에어로패키지를 갖춘 Z06는 Z07이라 불러도 될 만큼 닮았다.

물론 성능 또한 부족함이 없다. Z06는 자연흡기방식의 V형 8기통 7.0ℓ 엔진을 탑재해 505마력을 낸다. 변속기는 6단 수동이다. 타이어는 선택품목으로 제공하는 미쉐린 파일럿스포츠와 대구경 휠을 적용했다. 앞바퀴는 285/30ZR19, 뒷바퀴는 335/25ZR20 규격이다.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었다. 우렁찬 배기음이 들린다. 기어 변속을 하고 서서히 엔진 회전수를 높였다. 일반적인 주행 상황에서는 예상과 달리 차가 시끄럽지 않고 승차감도 부드러웠다. 스티어링 휠의 무게감도 적당하게 느껴졌다. 성능을 더욱 끌어내기 위해 스포츠 드라이빙을 시도했다. 높은 엔진 회전수를 이용, 빠르게 가속할 때의 느낌이 일품이다. 몸이 뒤로 젖혀지며 우렁찬 배기음이 온 몸을 감싼다. 그러나 매우 절제된 사운드다. 결코 거칠지 않다.

해안도로를 따라 시원스레 내달리다 보니 어느덧 속도계가 140마일을 넘어 150마일을 가리킨다. 시속 240㎞쯤 되는 속도다. 고속에서의 안정감이 뛰어나다. 코너링도 매우 날카롭다. 초반의 부드러움은 잊혀졌다. 또한 멈춰 서는 것도 문제없다. 충분한 제동력을 보인다. 2인승 스포츠카로 제작해 부드러움을 강조하긴 하지만 애초부터 강력한 주행 성능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점을 그대로 드러낸다.

인테리어는 몇 군데 소재를 제외하면 불만 없다. 센터스택에 무광 카본파이버를 썼으면 어떨까 싶다. 그리고 주행 때 아쉬운 건 5단 기어가 들어가는 위치가 어색했다는 점이다. 후진기어를 넣는 곳이 5단의 오른편이어서 정확한 조작이 아니면 변속이 쉽지 않다. 그러나 6단을 비롯 나머지는 변속에 문제가 없었다. 물론 차에 완벽히 적응하면 한결 나아질 것이라 예상된다.

시승차인 콜벳 Z06의 가격은 북미시장 기준으로 7만4,305달러(약 8,270만 원)부터 최고 81,475달러(약 9,075만 원)를 형성하고 있다.


▲카마로 (Camaro)
카마로는 포드 머스탱을 견제하기 위해 1967년 처음 데뷔한 이후 꾸준한 사랑을 받았고, 작년에는 북미 스포츠카 판매 1위를 기록했다. 국내 출시는 올해 상반기 중이며, 최하위 트림인 LS보다 한 단계 위인 LT에 자동변속기를 탑재한 모델이 유력하다. 중간 반환점에서 카마로로 바꿔 탈 기회가 있었는데 영화 트랜스포머에 나온 노란 범블비와 함께했다.

겉모양은 날렵하고 섹시하다는 느낌보다 우직하고 강한 인상이다. 아메리칸 머슬카의 흔적이 역력하다. 단순하면서 선이 굵은 디자인이다. 높은 보닛 라인과 대구경 휠로 당당히 존재감을 드러낸다. 영화에서 이미 여러 번 만났기에 친숙했다.

국내에 들어올 LT는 312마력 V6 3.6ℓ 엔진을 탑재했지만 시승차는 카마로 SS로 V형 8기통 6.2ℓ 엔진을 얹어 400마력을 낸다. 타이어는 피렐리 P-Zero 여름용 타이어를 적용했다. 앞바퀴는 245/45ZR20, 뒷바퀴는 275/40ZR20 규격을 쓴다.

운전석에 앉아 주변을 살폈다. 인테리어는 깔끔하면서도 독특하다. 계기판에는 속도계와 회전계, 작은 LCD모니터만 있어 단순함을 추구한다. 대신 센터페시아 아래에 오일 압력, 오일 온도, 냉각수 온도, 배터리 전압 등을 살필 수 있는 게이지를 따로 설치했다. 하지만 손이 많이 가는 부분에 수납공간이 줄어든 건 아쉽다. 그리고 내비게이션이 없다. GM 온스타 콜센터에서 모든 불편을 해소한다지만 국내에선 따라 단말기를 설치해야 할 것 같다. 또 하나, 이 차는 6단 자동변속기에 패들시프터를 조합했는데 패들시프터의 조작 버튼 사이즈가 조금 더 컸으면 좋았을 것 같다.

변속을 하며 가속을 해봤다. 강력한 콜벳을 탄 후라 감흥이 덜한 탓도 있겠지만 꽤 멋진 엔진 사운드와 주행 성능을 보인다. 승차감은 전형적인 미국차라 말하긴 어렵다. 단단한 유럽차에 가깝게 느껴진다. 스티어링 휠은 콜벳보다 무겁고 사이즈도 크다. 변속 타이밍은 느린 편이다. 즉각적으로 반응이 오는 최근 추세에 비하면 그렇다는 것이다. 코너링은 매우 안정적이다. 대구경 휠과 단단한 서스펜션 세팅, GM의 조향안정제어프로그램인 스태빌리트랙(Stabilitrak) 덕분이다.

북미시장에서 팔리는 차종은 2만2,680달러(약 2,524만 원)부터 3만4,295달러(약 3,817만 원)까지 있다.


▲총평
멋진 절벽 옆을 따라 뚫린 길을 시원스레 질주하다 보니 저 멀리 해변에서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다. 멋진 배기 사운드를 내며 해안도로를 내달리는 스포츠카를 직접 몰았다. 미국차의 감성을 이해하기엔 최적의 장소였다.

올해로 100주년을 맞은 시보레가 국내에서 곧 새로 출범하게 된다. GM대우는 콜벳과 카마로라는 상징적인 차종을 들여와 국내에 시보레 브랜드를 알릴 계획이다. 이번에 시승한 차는 분명 그 자체로 뛰어난 제품력을 지녔지만 국내 소비자들의 성향과 맞지 않는 부분도 있다. 과거 국내 시장에서 해외 대형 할인매장들의 잇따른 실패에서 볼 수 있듯 미국인의 감성을 강요하기보다 현지화가 우선돼야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콜벳을 타고 미국의 해안도로나 산길을 따라 달려본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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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미국)=박찬규 기자 sta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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