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바람보다 더 매운 격동시대 역사현장

입력 2011년01월28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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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관 경내
이번 설 연휴에는 고향방문이나 휴양지를 찾아가기가 망설여진다. 내려오지 말라며 손사래를 치는 부모님은 물론이고, 범국가적으로도 전국의 모든 소와 돼지에 대해 설 이전에 예방접종을 완료하고 백신 접종 후 면역이 형성되는 기간(2주간)동안에는 지역 간 이동을 자제해달라며 홍보하고 있다. 덕분에 해외로 빠져나가는 설연휴 여행객이 사상 최대라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으나 서울 도심에서도 가볼 만한 곳이 많다.



독립문
서대문구 현저동에 위치한 서대문형무소박물관은 자녀들에게 우리 근현대사 격동기시대의 역사를 한눈에 보여줄 수 있는 뜻깊은 교육현장이다. 2년 여에 걸쳐 이뤄졌던 보수 및 정비공사를 끝내고 지난해 11월 새롭게 단장한 독립공원과 함께 인근 시민들이 즐겨 찾는 유적지로 거듭나고 있다.



역사전시관
이 곳은 1908년 10월21일 일제에 의해 "경성감옥"이라는 이름으로 개소돼 1945년 해방 때까지 한국의 국권을 되찾기 위해 싸운 독립운동가들이 수감됐고, 해방 이후에도 1987년까지 서울구치소로 이용되면서 민주화운동 관련 인사들이 수감되는 등 한국 근현대의 굴곡을 안고 있는 상징적인 장소다. 1987년 서울구치소가 경기도 의왕시로 이전하면서 과거의 아픔과 그 극복의 역사를 교훈으로 삼고자 1998년 서대문형무소역사관으로 개관해 자주독립정신과 자유, 평화수호정신을 기리는 교육현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옥사
길게 이어진 붉은 벽돌담과 망루가 서 있는 정문 매표소를 통과하면 관람동선을 따라 형무소역사관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투옥자들의 탈옥을 막고 동태를 감시하기 위해 1923년 설치했던 망루는 모두 6개였으나 현재 정문과 뒤쪽담장 두 곳에만 남아 있다. 망루의 8면에는 감시창이 설치돼 있고 높이는 10m에 이른다. 담장의 높이는 4.5m, 길이는 1,161m였으나 지금은 앞면 79m, 뒷면 208m만 남았다.



독립공원 내 독립관
1, 2층 전시관에는 서대문형무소역사실과 민족저항실 등이 있는데 대한민국 임시정부, 비밀결사, 사회주의운동 조선어학회, 성서조선 등의 여러 독립운동을 통해 갖은 탄압과 고초를 겪으면서도 광복을 쟁취한 선열들의 독립에 대한 염원에 대해 알아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도산 안창호 선생과 만해 한용운, 유관순 등 이 곳에 수감됐던 애국지사들의 수형기록표도 볼 수 있다. 지하 고문실은 비인간적인 고문을 자행했던 일제의 만행을 보여준다. 취조실과 고문실 등을 재현해 일제의 잔혹한 실상과 애국지사들의 고충을 이해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또 독립운동가와 민주화운동가들이 실제 수감됐던 옥사들과, 재소자들의 노동력을 동원해 물품을 만들어 공급하던 공작사도 볼 수 있다.



독방
서대문형무소역사관 경내에는 옥사 외에 몇몇 건물이 남아 있다. 한센병에 걸린 수감자들을 강제로 격리 수감했던 한센병사, 자주독립의 한을 품은 채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간 애국선열들의 넋이 서려 있는 사형장, 유관순지하옥사 등.



사형장
사형장은 일제가 1923년 지은 목조건물로, 서대문형무소를 비롯해 전국에 투옥된 애국지사들이 사형당한 장소다. 사형장 주변에는 높이 5m의 벽돌담이 쌓여 있고 내부에는 개폐식 마루판 위에 교수형에 사용한 교수줄이 내려져 있다. 입구쪽에는 사형집행 때 배석자들이 앉았던 긴 의자가 보존돼 있다. 이 곳에서 마지막으로 사형당한 이는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이라고 한다.



사형장 옆 통곡의 나무
유관순 열사가 일제의 모진 고문 끝에 순국한 일명 ‘유관순굴’은 여성 애국지사들을 수감했던 지하감옥이다. 일제는 1916년 여사(女舍) 지하에 독방을 설치하고 비중있는 여성 애국지사들을 수용해 가혹한 신문과 고문을 하는 장소로 사용했다. 그 뒤 1934년경 옥사를 고쳐 지으면서 지하감옥을 매립했으나 학계와 독립운동단체들의 건의로 1992년 독립공원을 조성할 때 발굴·복원했다.



시신을 옮기던 시구문
사형장 옆에는 "통곡의 나무"가 매운 칼바람을 맞으며 서 있다. 사형수들이 사형장으로 들어서기 전 그 나무를 부여잡고 통곡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오랜 세월 그 곳에 선 채 숱한 목숨들이 스러져간 것을 본 나무는 오늘도 말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엄향섭선생이 수감되었던 감방
굴곡진 우리 역사와 그 격동기의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았던 순국선열의 삶을 가슴에 새기며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을 나서다가 문득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면 사형장 옆 통곡의 나무가 언제까지 지켜보고 서 있다.



유관순 열사가 숨진 지하감옥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지하감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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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조하는 일본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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