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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관 경내 |
이번 설 연휴에는 고향방문이나 휴양지를 찾아가기가 망설여진다. 내려오지 말라며 손사래를 치는 부모님은 물론이고, 범국가적으로도 전국의 모든 소와 돼지에 대해 설 이전에 예방접종을 완료하고 백신 접종 후 면역이 형성되는 기간(2주간)동안에는 지역 간 이동을 자제해달라며 홍보하고 있다. 덕분에 해외로 빠져나가는 설연휴 여행객이 사상 최대라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으나 서울 도심에서도 가볼 만한 곳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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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문 |
서대문구 현저동에 위치한 서대문형무소박물관은 자녀들에게 우리 근현대사 격동기시대의 역사를 한눈에 보여줄 수 있는 뜻깊은 교육현장이다. 2년 여에 걸쳐 이뤄졌던 보수 및 정비공사를 끝내고 지난해 11월 새롭게 단장한 독립공원과 함께 인근 시민들이 즐겨 찾는 유적지로 거듭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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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전시관 |
이 곳은 1908년 10월21일 일제에 의해 "경성감옥"이라는 이름으로 개소돼 1945년 해방 때까지 한국의 국권을 되찾기 위해 싸운 독립운동가들이 수감됐고, 해방 이후에도 1987년까지 서울구치소로 이용되면서 민주화운동 관련 인사들이 수감되는 등 한국 근현대의 굴곡을 안고 있는 상징적인 장소다. 1987년 서울구치소가 경기도 의왕시로 이전하면서 과거의 아픔과 그 극복의 역사를 교훈으로 삼고자 1998년 서대문형무소역사관으로 개관해 자주독립정신과 자유, 평화수호정신을 기리는 교육현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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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사 |
길게 이어진 붉은 벽돌담과 망루가 서 있는 정문 매표소를 통과하면 관람동선을 따라 형무소역사관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투옥자들의 탈옥을 막고 동태를 감시하기 위해 1923년 설치했던 망루는 모두 6개였으나 현재 정문과 뒤쪽담장 두 곳에만 남아 있다. 망루의 8면에는 감시창이 설치돼 있고 높이는 10m에 이른다. 담장의 높이는 4.5m, 길이는 1,161m였으나 지금은 앞면 79m, 뒷면 208m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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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공원 내 독립관 |
1, 2층 전시관에는 서대문형무소역사실과 민족저항실 등이 있는데 대한민국 임시정부, 비밀결사, 사회주의운동 조선어학회, 성서조선 등의 여러 독립운동을 통해 갖은 탄압과 고초를 겪으면서도 광복을 쟁취한 선열들의 독립에 대한 염원에 대해 알아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도산 안창호 선생과 만해 한용운, 유관순 등 이 곳에 수감됐던 애국지사들의 수형기록표도 볼 수 있다. 지하 고문실은 비인간적인 고문을 자행했던 일제의 만행을 보여준다. 취조실과 고문실 등을 재현해 일제의 잔혹한 실상과 애국지사들의 고충을 이해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또 독립운동가와 민주화운동가들이 실제 수감됐던 옥사들과, 재소자들의 노동력을 동원해 물품을 만들어 공급하던 공작사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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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방 |
서대문형무소역사관 경내에는 옥사 외에 몇몇 건물이 남아 있다. 한센병에 걸린 수감자들을 강제로 격리 수감했던 한센병사, 자주독립의 한을 품은 채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간 애국선열들의 넋이 서려 있는 사형장, 유관순지하옥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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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장 |
사형장은 일제가 1923년 지은 목조건물로, 서대문형무소를 비롯해 전국에 투옥된 애국지사들이 사형당한 장소다. 사형장 주변에는 높이 5m의 벽돌담이 쌓여 있고 내부에는 개폐식 마루판 위에 교수형에 사용한 교수줄이 내려져 있다. 입구쪽에는 사형집행 때 배석자들이 앉았던 긴 의자가 보존돼 있다. 이 곳에서 마지막으로 사형당한 이는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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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장 옆 통곡의 나무 |
유관순 열사가 일제의 모진 고문 끝에 순국한 일명 ‘유관순굴’은 여성 애국지사들을 수감했던 지하감옥이다. 일제는 1916년 여사(女舍) 지하에 독방을 설치하고 비중있는 여성 애국지사들을 수용해 가혹한 신문과 고문을 하는 장소로 사용했다. 그 뒤 1934년경 옥사를 고쳐 지으면서 지하감옥을 매립했으나 학계와 독립운동단체들의 건의로 1992년 독립공원을 조성할 때 발굴·복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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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을 옮기던 시구문 |
사형장 옆에는 "통곡의 나무"가 매운 칼바람을 맞으며 서 있다. 사형수들이 사형장으로 들어서기 전 그 나무를 부여잡고 통곡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오랜 세월 그 곳에 선 채 숱한 목숨들이 스러져간 것을 본 나무는 오늘도 말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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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향섭선생이 수감되었던 감방 |
굴곡진 우리 역사와 그 격동기의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았던 순국선열의 삶을 가슴에 새기며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을 나서다가 문득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면 사형장 옆 통곡의 나무가 언제까지 지켜보고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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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관순 열사가 숨진 지하감옥 |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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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감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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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조하는 일본경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