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파일]타이어, 원자재값 상승이 반가운 이유

입력 2011년01월28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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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타이어제조사에 유리합니다”

한 푼이라도 원자재가격을 낮추기 위해 기를 쓰는 일반적인 기업활동에 비춰 보면 선뜻 이해가 안되는 말이다. 그런데 최근 타이어업계는 원자재 가격 상승을 적극 반기고 나섰다. 그 이유는 원자재 가격 상승을 핑계로 타이어 가격을 올릴 수 있어서다.

타이어는 자주 바꾸는 소모품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소비자 입장에선 가격인상에 둔감할 수밖에 없다. 타이어회사가 노리는 것도 바로 이 점이다. 가격에 둔감한 소비자 특성을 감안해 원자재 가격 상승을 명분으로 판매가격을 올려도 저항이 적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막상 타이어 교체를 위해 정비점을 찾았을 때 턱없이 비싼 가격을 알게 된다.

타이어업계의 행보를 보면서 과학교과서에 나오는 개구리 사례가 떠오른다. 펄펄 끓는 물에 개구리를 넣으면 튀어오르지만 찬물에 먼저 넣은 뒤 서서히 가열 온도를 높이면 개구리가 인식을 못하게 된다. 실제 그 동안 타이어업계는 가격을 천천히, 그 것도 꾸준히 올려 왔다. 그 때마다 원자재 가격 인상 반영이라는 명분을 갖다붙였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비싼 가격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설령 알았다 해도 어쩔 수 없이 구입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타이어는 자동차 보유자 모두가 사용하지만 교체는 필요한 사람만 하게 돼 있어 여러 소비자가 힘을 합쳐 불매운동을 벌이기도 쉽지 않다. 정부의 물가지수품목도 아니어서 가격 관리대상도 아니다.

저항이 없으니 타이어회사들이 제품가격을 올리는 건 식은 죽 먹기다. 국내의 한 타이어업체 임원도 이런 행태를 일부 인정했다. 그는 타이어회사 매출 증대 방법으로 생산증가보다 단가 인상이 쉽다고 털어놨다. 물론 생산도 늘리겠지만 원자재 가격 인상을 제품에 적극 반영, 가격을 올리면 매출이 쑥쑥 늘어난다는 얘기다. 또 국내 타이어업체 관계자는 “타이어 가격 인상은 단지 원자재 가격만 반영하는 게 아니다”며 “제품 내구성이 개선되고 도로 사정이 좋아져 타이어 교체주기가 길어진 것도 원인"이라고 말했다. 쉽게 보면 소비자들이 타이어를 잘 사지 않으니 가격을 올려 줄어든 판매실적의 이익을 보전한다는 의미다.

그 동안 타이어회사들은 제품가격이 지나치게 싸다는 주장을 되풀이해 왔다. 세계적으로도 타이어업체들이 가격을 올려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도 변명했다. 그러나 국내 타이어회사 가운데 제품가격이 낮아 적자를 봤다는 얘기는 못들었다. 오히려 영업이익이 증가했다는 얘기만 난무하고 있다. 기업의 이윤추구를 나무랄 생각은 없지만 타이어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도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다.

타이어 업체의 항변도 있다. 북미와 유럽에서의 인상액보다는 국내의 인상액이 적었다는 것이다. 나름대로 국내 소비자들의 지갑을 적극 헤아렸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가격 인상액이 적었던 건 소비자 배려가 아니라 점유율 확대를 위한 타이어회사 스스로의 선택이었다. 수입타이어의 시장공략이 거셌기 때문이다.

국내 타이어업체 관계자는 이런 말을 했다. "좋은 제품은 합당한 가격을 받는 게 목표”라고. 타이어 중에서도 프리미엄 제품은 가격을 비싸게 받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말처럼 가치에 맞는 평가를 내린다면 부담없는 가격에 살 수 있는 타이어도 있어야 한다. 지금은 싸고 좋은 검은색 타이어가 아니라 "금바퀴"에 가깝다. 타이어 대리점 앞 금박으로 포장된 제품이 "저 상당히 비싸거든요"라고 빳빳히 고개를 쳐드는 것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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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규 기자 sta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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