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파일] 차 수리비, 낮으면 좋은 차?

입력 2011년02월01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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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개발원이 얼마 전 국산 중형차와 준대형차의 수리비 산정을 위해 시속 15㎞로 앞뒤 충돌시험을 실시했다. 시험 후 보험개발원은 수리비가 비싼 차의 보험료를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에 동조하기는 힘들다. 좋은 차가 되려면 부품이 좋아야 하고, 그러자면 부품값이 비쌀 수밖에 없어서다. 그런데 수리비가 비싸다고 동급의 경쟁차보다 보험료를 올려야 한다면 소비자들에게 좋은 차를 사지 말라고 권하는 것과 같다.

보험개발원의 주장을 그대로 따르자면 자동차회사는 보험사의 수익을 위해 수리비가 적게 나오는 값싼 부품을 써야 한다. 또 연료효율 향상을 위한 경량화 차원에서 알루미 차체를 쓰는 고급차들은 다시 무겁고 두꺼운 철제로 바꿔야 하고, 앞뒤 범퍼에 내장한 주차감지센서 등은 없애야 한다. 이 처럼 수리비를 보험료 산정기준에 포함해서 보험료 차이가 많이 난다면 자동차의 발전에 저해가 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좋은 차는 잘 달리고, 잘 서고, 잘 돌고, 안전하고, 오래 탈 수 있는 차를 말한다. 여기에 가격도 비싸지 않으면 금상첨화다. 그러나 좋은 차가 되기 위한 조건을 갖추면 갖출수록 차값은 올라가기 마련이다. "싸고 좋은 차는 없다"는 말이다. 10년 전의 쏘나타와 현재 쏘나타의 내구성 차이가 나는 이유는 그 만큼 좋은 부품을 많이 썼고, 그로 인해 부품 내구연한이 늘어나서다. 부품제조사는 내구성 증대를 위한 값비싼 소재가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보험개발원은 이 같은 배경은 무시하고 저속충돌로 손상된 부품의 수리비만으로 결과를 뽑았다. 수리비가 비싼 차는 보험료를 올려야 한다는 얘기를 하기 위해서다. 그럼 보험개발원에 묻고 싶다. 수리비가 싼 차는 보험료를 내릴 수 있는지. 아마도 아닐 것이다. 보험사는 늘 보험료를 올리기에만 급급할 뿐이다. 적어도 보험료를 내리려는 명분을 찾기 위해 저속충돌시험을 한 건 아니라는 얘기다.

이번 조사에서 수리비가 비싸게 나온 자동차회사들은 이런 이유에서 억울함을 호소한다. 대표적인 게 르노삼성차 뉴 SM5와 현대차 그랜저HG다. 그들의 하소연에는 분명 일리가 있다. 좋은 부품을 써서 가급적 소비자가 오래 타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다른 문제도 있다. 뉴 SM5의 경우 손상된 주요 부품이 운전석쪽에 있어서 수리비가 더 비싸졌다. 보험개발원 시험은 운전석쪽만 일부 충돌시키는 "옵셋 방식"이었다. 만일 오른쪽을 충돌시켰다면 뉴 SM5의 수리비는 가장 적게 나왔을지도 모른다. 도로 위에서 벌어지는 접촉사고가 운전석쪽만 손상을 입히는 건 아닌 만큼 시험방향도 다양했어야 한다. 게다가 뉴 SM5 배터리 주변에는 냉각상자라는 게 있다. 배터리의 열을 식혀 수명을 늘리는 역할을 한다. 만약 사고가 나지 않는다면 뉴 SM5의 배터리는 경쟁차들보다 더 오래 쓸 수 있다. 르노삼성을 대변하는 게 아니라 소비자로서는 사고만 나지 않는다면 오래 타는 게 더 좋은 차라는 것이다.

보험개발원의 이번 수리비 발표는 이런 이유들 때문에 의미가 반감됐다. 오히려 보험사가 보험료 인상의 명분을 갖추기 위해 발표했다는 인상이 짙다. 보험사 내부의 낭비요소는 제거하지 못한 채 오로지 보험료 인상을 위해 수리비를 기준으로 삼는 태도에는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인다.

얼마 전 보험료와 관련해 정부까지 참여하는 공청회가 열렸다. 참석자들은 한 목소리로 "스쳐도 입원하는" 우리의 잘못된 문화, 한 몫 잡아보려는 병원 그리고 보험사 내부의 불필요한 낭비 등을 지적했다. 결국 차종별 수리비를 보험료에 포함시키려는 무리한 노력보다는 보험사 내부의 문제부터 해결하는 게 순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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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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