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자동차의 인간성은 안전도

입력 2011년02월13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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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자동차는 이용자 의도와 적성, 신분, 직업 등에 따라 용도와 목적이 매우 다양해졌다. 더 이상 자동차는 원래 목적처럼 인간과 물자의 단순 이동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레저, 스포츠, 그리고 부와 신분의 상징, 또는 소장품, 예술품에 이르기까지 쓰임새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지경이다. 그런데 고마운 자동차에게도 한 가지 치명적인 약점이 있으니 바로 교통사고가 그것이다. 교통사고라는 필연적인 약점을 운명처럼 안고 태어나는 자동차, 그래서 자동차를 타는 동안은 누구나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교통사고의 가능성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교통사고는 왜 일어나는 것일까? 굳이 원인을 나눠보자면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지구 중력과 두 물체에 작용하는 마찰, 그리고 관성의 법칙이다. 하지만 이는 지구 환경조건에 인간이 일방적으로 적응하는 방법 외에 아직까지 별다른 해법이 없다. 두 번째는 자동차를 이용하는 인간의 판단 착오와 규칙 위반, 운전 조작 미숙 그리고 인간의 몸과 자동차가 서로 반응할 때 지체되는 시간, 소위 제어공학에 이야기하는 "지연시간(Delay Time 혹은 dead time)"이다. 사실, 많은 교통사고의 주된 원인은 두 번째 이유로 발생한다. 운전자의 판단 착오와 조작 미숙 그리고 안전규칙을 무시하는 법규 위반이 태반이다.

여기서 지연시간이란 제어를 비롯한 여러 공학부분에서 자주 쓰는 단어다. 전원이 공급될 때와 실제 기계가 작동할 때의 짧은 시간적 차이를 말한다. 인간의 몸에도 이와 같은 시간적 지연이 있다. 쉽게 보면 시각이나 청각으로 얻은 정보를 두뇌에서 처리하고 판단할 때 몸이 반응하기까지 물리적인 시간이 걸리게 된다. 이것이 바로 신체반응의 지연시간이다.

지연시간은 순간이지만 자동차는 아무런 조치를 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운전할 때 갑자기 나타난 도로의 물체를 보고 위험하다고 느껴 제동페달을 밟기까지 걸리는 신체의 지연시간은 대략 0,4에서 0,8초가 걸린다. 이때 자동차가 시속 100km라면 지연시간 동안 20m가 넘는 거리를 이동하게 된다. 따라서 반응 지연시간이 0,4초인 사람과 0,8초인 사람은 10m쯤 거리 차이가 불가피하다. 시속 100km로 달리는 승용차 앞에 갑자기 나타난 물체가 대형 트럭이고, 여기에 15m쯤에서 갑자기 나타난 것이라면, 짧은 반응시간은 곧 교통사고 발생에 따른 생사의 갈림길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지연시간이 비정상적으로 느닌 사람도 있다. 자동차의 출력밀도와 속도가 증가하는 미래에는 각종 전자장비나 안전장치보다 느린 반응지연시간이 매우 불리할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운전면허 취득 시험에 mm초 단위의 신체 반응시간을 따져보는 새로운 적성검사가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신체반응속도가 느린 사람이라고 절망할 필요는 없다. 운전자의 부족한 운전능력을 보완해 줄 지능형 자동 안전을 위한 엔지니어의 노력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앞차와 거리가 좁혀짐에도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지 않는다면 자동차가 알아서 브레이크를 작동시킬 수 있다. 또는 운전자가 진행속도를 무시한 채 갑자기 방향을 바꿔 전복 위험이 있다면 자동차가 판단해 운전자의 부정확한 조작이 듣지 않도록 할 수도 있다. 소위 인공지능 형태의 적극적인 안전도 장비의 개발이 그것이다. 더러 상용화된 것도 있지만 인지공학의 발달과 더불어 기대해 볼 만한 지능형 안전 장비는 아직 수두룩하다.

물론 자동차 발명 이전에도 교통사고는 있었다. 걸으면서 풍경에 한눈팔다 돌에 걸려 넘어지기도 했고, 말과 부딪히는 일도 다반사였다. 그러나 단순했던 사고가 자동차 등장 이후에는 더 이상 "사소한 일"이 아닌 수준이 됐다. 속도가 높아지고, 중량이 무거워지면서 화물차 바퀴에 깔리거나 자동차 충돌사고로 스티어링 휠에 가슴이 부딪치는 등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사고를 만들어냈다. 20세기를 지나 21세기에 진입한 현재, 교통사고 대책이 인류 공동의 문제가 된 셈이다.

유럽 통계를 보면 1970년대 중반을 정점으로 교통사고 사망자가 크게 줄었다. 80년대 중반 이후 총 교통량은 크게 증가했음에도 교통사고 사망자와 부상자가 현저하게 줄어든 데는 의학의 발달도 원인일 테지만 무엇보다 자동차에 각종 안전 장비와 장치가 적용된 것도 크다. 그럼에도 교통사고는 아직 완벽히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동안 교통사고가 인간의 뜻대로 제어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산업혁명의 산물이자 공산품인 자동차는 타고 움직이는 순간부터 사람의 생명과 재산은 물론, 도로의 교통활동에 참여하는 전혀 연관이 없는 다른 사람의 생명과 재산도 담보로 저당 잡는다. 아무런 원한과 악의 없이 사람을 매우 참혹하게 죽일 수도 있다. 영화 "파이널 데스티네이션"은 사고를 예언하고 피할 수 없는 운명을 다루지만, 영화에서 보여주는 교통사고는 참으로 끔찍하기 그지 없다.

관성과 마찰의 법칙에 지배당하는 지구에서 인간의 조작 미숙과 판단 착오가 존재하는 한 숙명적으로 교통사고는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사고가 났을 때 피해를 최소화할 수는 있다. 아니 사고 자체를 미리 피할 수 있는 방법은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 교통사고 났을 때 경제적 보상만을 받는 보험만이 피해를 구제받는 길은 아니다. 오히려 자동차의 안전도를 더욱 적극적으로 높이는 게 피해를 줄이는 최선의 방법이다. 인간을 위해 안전하게 태어나야 하고, 보험은 그 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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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이경섭 특파원 kyungsuplee@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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