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현대자동차의 생산공장 착공을 계기로 최근 수년간 급성장세를 계속하는 브라질 자동차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브라질은 지난해 세계 4대 자동차 시장으로 떠오르면서 중국에 이어 자동차 수요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 중 하나로 꼽혔다.
경제 전망 전문기관인 글로벌 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브라질의 자동차 판매량은 324만 대를 기록해 중국,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4위를 차지했다. 전통의 자동차 강국 독일은 307만 대에 그치면서 브라질에 4위 자리를 내주었다. 브라질 자동차산업협회(Anfavea)는 오는 2015년 브라질의 자동차 판매량이 500만 대에 달해 일본을 제치고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계 3위 자동차 대국으로 떠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브라질 자동차 시장은 1990년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다 199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한 차례 침체기를 맞았으나 2003년부터 해마다 300만 대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빠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브라질 자동차 시장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바이오 에탄올과 가솔린을 번갈아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플렉스 연료(flex) 차의 판매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브라질 정부는 1970년대부터 에탄올 사용 확대 정책을 추진해 왔으며, 그 결과 현재 전체 자동차 판매량 가운데 플렉스 연료 차의 비중이 90%에 달한다.
브라질은 또 전통적으로 피아트, 폭스바겐, GM, 포드 등 "빅4"가 전체 자동차 판매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빅4"의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는 반면 현대차, 기아차, 토요타, 혼다 등 아시아 업체들의 판매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시장 판도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소형차 위주 경쟁 심화 = 올해 브라질의 자동차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5% 증가한 341만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늘어나겠지만, 정부의 긴축정책과 성장세 둔화에 따른 소비 위축 등의 영향으로 판매 증가율은 다소 주춤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가운데 승용차 판매량은 지난해 대비 4.7% 증가한 265만 대로 전망되며, 각 업체의 신차 출시 계획이 잇따르면서 경쟁이 한층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소형차 부문은 유례없는 각축장이 될 전망이다.
그동안 중대형 승용차 판매에 주력하던 토요타와 닛산은 에티오스와 마이크라 등 저가 소형차를 선보이면서 소형차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GM은 벡트라(Vectra)와 아질리(Agile), 푸조는 308 및 508 모델 등을 출시하는 등 다양한 차급의 신차를 선보일 예정이다.
소형 상용차 판매도 지난해보다 5.9% 증가한 75만 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피아트와 폭스바겐을 제외한 유럽 후발업체들은 브라질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에 대비해 승용차뿐 아니라 소형 상용차 라인업도 강화해 나갈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업체 현지생산 확대 = 브라질의 자동차 수요가 급증하면서 글로벌 업체들이 현지 생산능력 확대를 서두르고 있다. 2000년대 초 자동차 생산량 세계 10위에 머물던 브라질은 글로벌 업체들의 투자가 늘어나면서 지난해 364만 대의 생산량을 기록해 중국, 일본, 미국, 독일, 한국에 이어 세계 6위 생산국으로 부상했다.
업계는 현대차를 비롯한 글로벌 업체들의 현지 생산능력 확충을 위한 투자 계획이 잇따르면서 자동차 생산량이 증가세를 계속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브라질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피아트는 2014년까지 100억 헤알(약 60억 달러)을 투자해 북동부 페르남부코 주에 연간 20만 대 생산능력을 갖춘 완성차 공장을 건설하고, 남동부 미나스제라이스 주에 있는 제1공장의 생산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피아트와 시장 점유율 1위를 다투는 폭스바겐은 2014년까지 61억 헤알(약 35억 달러)을 투자해 브라질 내 생산량을 지속적으로 늘려갈 계획이다. 포드는 앞으로 4년 간 40억 헤알(약 23억 달러)을 투자해 북동부 바이아 주 소재 공장의 생산시설을 확충하고, 소형 SUV 모델을 생산해 브라질 내수 및 수출 물량에 투입한다는 전략이다.
토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빅3 업체들도 브라질을 중심으로 한 중남미 시장의 지속적인 수요 확대에 따라 현지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닛산은 브라질 소형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리우데자네이루에 신규 공장을 건설하거나 기존 공장 시설을 확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이를 통해 2015년까지 시장 점유율 5%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토요타 역시 내년 완공을 목표로 제2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으며, 중대형 승용차 생산에 주력하던 방침을 바꿔 소형차 출시를 예고한 상태다.
◇"차이나 파워" 확대 = 중국 자동차의 브라질 시장 진출도 눈에 띈다. 지난해 상반기 브라질에 진입한 10여 개 외국 자동차 브랜드 가운데 8개가 중국 브랜드였다.
중국 브랜드의 선두주자는 체리 자동차. 체리는 2013년까지 상파울루 주에 생산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며, 이 공장에서 첫해 연간 5만 대를 생산하고 앞으로 15만 대로 생산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 브라질 전국으로 판매망을 확대해 2015년까지 3%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겠다는 전략도 세우고 있다. 이밖에 Effa사는 브라질 현지에서 생산된 경차 모델보다도 낮은 가격의 SUV 차 M100을 선보이며 저소득층 공략에 열을 올리고 있고, 비야디(BYD)와 JAC 등 다른 업체들도 공장 건설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브랜드의 진출은 브라질 국민의 자동차 소비 성향을 바꿔놓고 있다. 브라질 시장에서는 그동안 수입차가 고소득층의 전유물로만 여겨졌으나 중국산 저가 수입차가 밀려들면서 저소득층 구입자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 중국 자동차 업체의 현지생산 모델이 출시되면 브라질 자동차 시장에서 또 한 번의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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