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나 지금이나 이곳엔 숱한 이들이 바쁘게 오가고 있다. 달라진 것이라면 이곳을 드나들던 수많은 배들 대신 지금은 밤낮 없이 쌩쌩 달려대는 자동차 행렬이 그것을 대신한다는 것뿐. 그 변화는 어쩌면, 강산이 열 번도 더 바뀐다는 100년 세월이 흘렀음을 떠올려본다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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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두산에서 순교한 순교자들 |
서울 마포구 합정동 절두산순교성지가 있는 이 일대는 조선시대 도성에서 김포ㆍ강화로 가는 나루터인 양화진(楊花津)이 있었다. 양화진은 한강나루ㆍ 삼전도와 더불어 조선시대 3대 나루로 손꼽히던 곳으로, 경치가 아름다워 중국사신이 오면 뱃놀이를 즐겼고, 사대부들의 별장이나 정자도 강변에 많이 세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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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두봉이 절두산으로 |
양화진 동쪽의 산봉우리인 이곳은 당시만 해도 "잠두봉(蠶頭峰)"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산 모양이 마치 누에가 머리를 치켜 든 형세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이 정겨운 이름이 피비린내 나는 "절두산(切頭山. 머리 자른 산)"으로 바뀌게 된 것은 1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866년에 병인양요가 일어났다. 그해 두 차례에 걸쳐 프랑스 함대가 양화진까지 침입해오자 당시 정권을 잡고 있던 대원군은 천주교도들에게 박해의 칼을 치켜들었다. "양이(洋夷)로 더럽혀진 한강 물을 서학(西學) 무리들의 피로 씻어야 한다"며 이곳을 천주교도들의 처형지로 삼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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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당과 박물관 등으로 꾸며진 순교기념관 |
1866년 10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휘광이(천주교에서 망나니를 일컫는 말)"의 칼날에 피를 뿌리며 스러져간 천주교도는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많았다. 황해도 출신으로 시흥 봉천동에서 잡혀온 이의송(프란치스코)과 그의 아내 김엇분(마리아), 아들 붕익(바오로)이 순교한 것을 시작으로 천주교도 몇천 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에 천주교계는 이곳을 성지로 삼고 1966년 성당과 절두산순교기념관을 세우고 주변지역을 공원으로 조성했다. 강변북로를 타고 당산철교를 지날 때 언덕 위 우뚝 솟은 건물이 종탑과 순례성당, 박물관으로 구성된 절두산순교기념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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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례성당 안 |
기념관 설계는 산의 모양을 조금도 변형시키지 않는다는 조건을 걸고 공모해 당시 서울대 미대 이희태 교수의 설계가 채택됐다. 순교정신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면서 한국적인 토착성과 전통적인 고유미를 살리는 데 역점을 둔 건물은 궁궐의 기둥과 같은 회랑의 원주, 옛 초가집 지붕처럼 포물선을 그리며 미끄러져 내린 추녀, 조상들이 쓰던 갓 모양을 하고 있는 성당의 천개 등이 돋보인다. 순례자 미사가 봉헌되는 성당 안 지하실에는 성인의 유해 28위를 모신 성해실이 마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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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전통미를 살린 박물관 |
바로 옆 박물관은 그야말로 한국 천주교 박해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절두산 순교뿐만 아니라 한국 교회의 발자취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꾸며놨다. 초대 교회 창설을 보여주는 이벽, 이가환, 정약용의 유물과 순교자 유품, 형구(刑具)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으며 한국의 두 번째 사제인 최양업 신부 유품 31점을 포함해 유중철 요한, 이순이 루갈다 동정부부 유품 27점도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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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교자 기념탑 |
박물관에서 나와 야외전시장으로 내려서면 병인박해 때 교수형을 집행하던 형구들이며 희생자들의 행적을 재현해 놓은 갖가지 전시물들이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게 전한다. 김대건 신부 동상을 비롯해 오타 줄리아의 묘, 박순집의 묘, 남종삼 성인의 흉상과 사적비가 순례객들을 차례로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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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건 신부상 |
순례객들의 조용한 발길이 끝없이 이어지는 순교성지 밖으로 꼬리에 꼬리를 문 자동차로 가득한 강변북로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그 풍경을 내려다보는 곳에 구한말 흥선대원군이 세운 척화비가 서 있다. "서양 오랑캐가 침범함에 싸우지 않음은 곧 화의하는 것이요, 화의를 주장함은 나라를 파는 것이다. 우리의 만대 자손에게 경고하노라. 병인년에 짓고 신미년에 세우다"라는 내용을 담은 척화비는 오늘의 우리 모습을 지켜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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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례자들이 만져 반짝이는 김대건 신부 동상 손 |
*찾아가는 요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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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자가의 길 |
강변북로 잠실쪽에서는 당인리 발전소 커브길을 돌면서 절두산 성지 표지판을 보고 진입한다. 성산대교 쪽에서는 잠두봉 지하차도 진입 지점에서 우측 지상 절두산 진입로를 탄다. 시내 합정동 네거리에서는 강변북로 한남대교 쪽으로 진입해 합정역 쪽으로 가다가 절두산순교성지 표지판을 보고 진입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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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모동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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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헌촛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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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마를 든 예수님 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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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척화비(가운데) |
이준애 (여행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