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冬柏)은 이름이 말해주듯 봄꽃이라기보다 겨울에 피는 꽃이다. 11월부터 피기 시작해 한겨울 엄동설한에도 남쪽 바닷가에는 붉은 꽃송이를 활짝 피운 동백을 볼 수 있다. 그렇다고 꼭 겨울꽃이라 단정할 수도 없다. 봄을 알리는 전령으로 2, 3월을 거쳐 4월까지도 피고 지니 오히려 봄꽃이라 해야 할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전북 고창의 선운사 동백은 춘백(春柏)으로 불린다. 동백 자생지로는 북단에 있어 4월중순이나 늦으면 5월초순에 꽃을 피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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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은 동백의 자태 |
어쨌든 이 맘 때면 전국의 이름난 동백꽃 군락지는 붉은 꽃송이를 무수히 매단 동백꽃들로 화려한 기지개를 켠다. 충남 서천군 서면 마량리 동백숲도 3월중순부터 꽃을 피운다. 반들거리는 진초록 잎사귀 사이로 촘촘히 꽃송이를 매단 동백꽃의 모습은 마치 붉은 보석을 보는 듯하다. 활짝 핀 동백꽃은 요염하면서도 순박미가 넘치고, 앙다문 꽃봉오리들은 수줍디 수줍다. 나무 아래 뚝뚝 떨어진 꽃송이들도 시들지 않고 함초롬한 자태를 고스란히 간직한 모습이 또 다른 장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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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백정 |
마량리 동백숲은 서천군의 서쪽 바다와 마주한 자리에 있다. 서도초등학교에서 4.5㎞ 정도 떨어진 바닷가 낮은 언덕이다. 언덕 아래쪽은 화력발전소가 있고, 언덕에서 위쪽으로 올라가면 동백정이라는 정자를 중심으로 80여 그루의 동백나무가 흩어져 자라고 있다.
천연기념물 제169호로 지정된 마량리 동백숲이 조성된 건 오래 전으로 거슬러간다. 전설에 따르면 500여년 전 이 지방의 관리가 꿈에 바닷가에 핀 꽃뭉치를 증식시키면 마을에 항상 웃음꽃이 피고 번영할 것이라는 계시를 받고 바닷가에 가보니 정말 꽃이 있어 이를 키워 퍼트린 것이라고 한다. 그 뒤 마을 사람들은 매년 음력 정월에 이 곳에 모여 고기가 많이 잡히고 바다에서 무사하게 해달라고 비는 풍어제를 지내 왔다. 지금도 동백숲에 남아 있는 당집이 그 사실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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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백정 오르는 길 |
이 곳의 동백은 강한 바람을 받아 키가 작은 편이며, 2~3m나 되는 나무는 땅에서부터 줄기가 2~3개로 갈라지면서 곁가지가 발달해 나무 모양이 넓고 둥근 모습을 하고 있다. 허리를 굽혀 나무 아래로 들어가면 잎과 가지가 무성한 동백숲이 사방을 둥글게 에워싼다. 서해의 세찬 겨울 풍파를 견뎌낸 500년 수령의 동백나무는 굵고 구불거리는 나뭇가지가 부챗살처럼 넓게 퍼진다. 어린이들이 그 가지를 타고앉아 놀아도 끄떡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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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백정에서 바라본 오력도 |
이 곳도 동백나무가 자랄 수 있는 북쪽 한계선에 자리잡아 개화시기가 늦은 편이다. 3월부터 4월까지 주로 꽃을 피우고, 다른 곳에선 꽃이 지는 시기인 5월까지도 듬성듬성 꽃송이를 피워 늦은 봄까지도 동백을 즐길 수 있다.
숲 정상에 오르면 동백정(冬柏亭)이라는, 정면 3칸 및 측면 2칸짜리 정자가 있다. 정자에서 바라보는 서해는 마치 풍경화같다. 앞바다에는 작은 섬 오력도가 그려 넣은 듯 떠 있고, 그 앞을 오락가락 지나다니는 낚싯배와 고깃배의 모습이 꿈결처럼 몽환적이다. 더욱이 일몰 때면 마치 그림물감을 풀어 놓은 듯 번지는 황금빛 노을이 아름답다는 말이 헛될 만큼 매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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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백숲길 |
동백꽃 피는 때를 맞춰 동백나무숲 매표소 입구 주차장에는 마량 앞바다에서 주민들이 잡아 올린 "동백꽃·주꾸미 축제장"이 설치된다. 이 곳에서는 소라껍데기를 줄에 메어 주꾸미를 잡기 때문에 싱싱하고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동백꽃에 취하고, 별미 주꾸미에 반하고…. 마량리 동백숲 나들이로 봄날을 만끽하자!
*맛집
마량포구에 크고 작은 횟집이 즐비하다. 앞바다에서 소라방으로 잡은 주꾸미로 볶음, 회, 무침, 샤브샤브 등을 선보인다. 마량포횟집(041-952-8948), 서산회관( 041-951-7677) 등. 마서면 도삼리로 나가면 소문난 해물칼국수집이 많다.
*가는 요령
서해안고속도로 춘장대나들목 - 춘장대나들목 3거리(우회전 후 4.2㎞ 진행) - 성내 4거리(우회전 후 0.53㎞ 진행) - 성북마트 3거리(직진 후 0.59㎞ 진행) - 사동마을 입구(직진 후0.34㎞ 진행) - 칠지리 입구(직진 후 0.55㎞ 진행) - 칠지리 3거리(직진 후 0.4㎞ 진행) - 장동리 입구(직진 후 0.52㎞ 진행) - 배다리지 3거리(직진 후 2.2㎞ 진행) - 서면사무소 3거리(우회전 후 0.55㎞ 진행) - 해안도로 입구 3거리(직진 후 0.70㎞ 진행) - 춘장대해수욕장 입구 3거리(직진 후 0.88㎞ 진행) - 해돋이맛김앞 4거리(좌회전 후 1.2㎞ 진행) - 도깨비펜션 앞 3거리(직진 후 0.78㎞ 진행) - 홍원항 입구 3거리(직진 후 1.2㎞ 진행) - 동백숲 입구 3거리(우회전 후 1.1㎞ 진행) - 마량리동백숲 주차장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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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구 풍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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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력도의 노을 |
이준애 (여행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