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이다. 놀랍다. 독특하다. 새롭다. 이런 말을 아무리 붙여도 규정하기 힘든 차, 벨로스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2007년 서울모터쇼 첫 출품 이후 끊임없는 관심을 받아 왔던 차다. 더욱이 컨셉트카 디자인을 그대로 살려낸 외관은 이 차의 정체를 더욱 알 수 없게 한다. 그야말로 "도깨비"차다. 종잡을 수 없다는 뜻이다. 기존의 가치관을 완전히 깨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최근 내건 슬로건 ‘새로운 생각, 새로운 가능성’에 걸맞는 차가 아닐 수 없다. 매력이 충만한 벨로스터를 현대차가 마련한 미디어 시승회에서 몰아봤다. 약 130km를 주행했다.
▲스타일
쿠페와 해치백의 조화는 일찍이 어떤 자동차회사도 시도한 적이 없는 새로운 모양새다. 벨로스터는 현대차의 디자인 철학인 플루이딕 스컬프처가 적용됐으며, 빛의 흐름으로 조각된 강렬한 조형이라는 의미의 "카빙-레이" 디자인 컨셉트를 가지고 있다. 그 보다 더 특이한 건 도어 형태다. 운전석 1개, 조수석쪽에는 앞뒤로 1개씩 총 3개의 도어가 있다. 쿠페지만 해치백의 실용성을 강조하기 위한 아이디어다. 운전석쪽의 문이 조금 더 커서 좌우의 문 크기도 다르다. 해치 게이트 형태의 트렁크 도어까지 더하면 벨로스터는 4도어라는 설명이 가능하다.
현대차의 새로운 패밀리룩 헥사고날 라디에이터 그릴도 채택됐다. 휠커버 바로 위까지 길게 뻗은 헤드 램프는 역동성을 표현했다. 보닛 위에는 에어 인테이크 모양의 부속품을 장착했다. 역시 다이내믹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실제 에어 인테이크의 효과를 내지는 않는다. 장식품일 뿐이다.
윈드실드에서 뒷유리까지는 일체형으로 만든 듯한 느낌을 준다. 덕분에 측면의 실루엣도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기본적으로 쿠페 디자인을 따르고 있어 지붕선이 유려하다. 조수석쪽 뒷문의 손잡이는 필러에 숨어 있다. 한국지엠의 스파크에서 볼 수 있었던 형태다.
뒷모양은 풍만하다. 스포츠성을 강조한 디자인이라는 평가다. 리어 램프의 경우 안으로 들어가 독특한 음각을 만들어낸다. 커다란 뒷범퍼는 자신을 우습게보지 말라는 자신감을 표현하는 듯하다.
실내는 의외로 외관에 비해 평범하다. 아반떼 MD나 엑센트 등과 별반 다르지 않다. 센터페시아 가장 위쪽에 DMB 내비게이션 모니터가 있고, 이를 중심으로 V자로 각종 버튼류와 공조 시스템이 들어간다. 주위는 메탈 소재를 써서 세련된 분위기를 낸다.
▲성능
기본적으로는 아반떼, 포르테와 같은 1.6ℓ GDi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됐다. 최고출력 140마력에 17.0kg·m의 최대토크를 낸다. 공인 연비는 15.3km/ℓ로 아반떼(16.5km/ℓ)보다 나쁘다. 이는 비대칭 도어를 선택하면서 차체 강성을 보강하기 위해 이중구조를 적용, 무게가 더 나가기 때문이다.
정지 상태에서의 초반 가속성능은 좋은 편이다. 현대차 직분사 엔진의 공통적인 특징이다. 2,100rpm에서 변속이 이뤄진다. 역시 일반적이다. 현대가 개발, 장착한 6단 자동변속기도 완성도가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는 판단이다. 전반적으로 부드러운 변속감이다.
시속 140km까지는 가속이 무리없이 이뤄진다. 그러나 이후의 속도에서는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도 없지 않다. 여유가 느껴지지 않는다. 당초 투스카니 후속모델로 개발됐다는 데서 가졌던 기대감이 무너지는 순간이다. 대중성에 초점을 맞춘 탓이다. 이후 1.6ℓ 터보엔진과 DCT를 적용한다면 이런 불만은 사라질 듯하다.
서스펜션은 앞 스트럿, 뒤 토션 빔 액슬을 장착했다. 통통 튀는 외관만큼 무릎이 단단해 노면충격이 엉덩이에 전해진다. 그렇다고 승차감이 스포츠카와 같은 수준은 아니다. 과속방지턱 등을 넘을 때 부드러움도 느껴진다. 역시 대중성을 가미한 성격이다.
와인딩 구간에서의 지지력은 좋은 편이다. 의외의 즐거움이다. 시승구간이었던 가평 청평호 둘레 길은 연속 코너가 등장하는데 모두 큰 쏠림없이 공략이 가능했다. 뒤쪽이 길지 않아 원심력을 덜 받는 차체의 특성 때문에도 그렇겠지만 전반적으로 훌륭한 코너링성능이다. VDC 개입도 부드러워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였다.
스티어링 휠은 아반떼보다 다소 묵직하지만 역동성을 강조한 것에는 조금 못미치는 수준이다. 반면 응답성은 예민하다. 제동력도 현대차 특유의 예민함이 살아 있다.
▲총평
현대차는 벨로스터의 판매를 연간 1만8,000대로 한정했다. 이런 판매방식은 제품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이후 연식변경모델이나 상품성 개선 제품을 내놓을 때는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대중성을 위해 스포티함을 버린 것 같은 벨로스터의 주행성능을 감안한다면 더욱 고민이 되는 부분이다. 터보엔진과 DCT를 장착한 스포츠형 모델의 출시를 현대측에서도 숨기지 않고 있어서다. 이후 새로운 라인업이 추가된다면 이미 차를 구입한 소비자들은 배신감을 느낄 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벨로스터는 그 존재감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독특한 외관에 찬사를 보내는 이도 적지 않다. "프리미엄 유스 랩"이라는 새로운 브랜드도 이런 주요 타깃층의 성향을 면밀하게 분석해 나온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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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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