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파일] 수입차 프리미엄 리그, 그들의 고민

입력 2011년03월20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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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premium) 리그를 아십니까? 영국 프리미어 리그처럼 들리지만 자동차 브랜드를 두고 분류하는 방식입니다. 이른바 "그들만의 리그"를 말하죠. 그렇다면 여기서 "그들"은 누구일까요? 시각에 따라 다르겠지만 독일의 잣대를 들이대면(?) 메르세데스 벤츠, 아우디, BMW, 포르쉐 등입니다. 물론 재규어와 렉서스, 볼보 등도 일부 포함되겠지만 독일 4사를 프리미엄으로 여기는 게 독일에선 일반화돼 있습니다. 독일을 제외하면 그들의 시각에서 토요타와 GM 등은 퍼블릭 메이커가 되는 겁니다. 대중 메이커라는 의미지요.



프리미엄이 되려면 여러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합니다. 잘 달리고, 잘 서고, 잘 도는 것은 기본이고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 얻어야 합니다. 역사와 전통도 요즘은 프리미엄 브랜드의 조건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프리미엄 브랜드의 고민이 하나 생겼습니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경우 잘 달리고(고성능), 잘 돌고(섀시), 잘 서는(제동) 것에 자신감을 갖고 브랜드 가치를 높여 왔는데, 어느 순간 셋 가운데 하나인 "잘 달리기"에 문제가 생긴 겁니다. 잘 달리려면 배기량 키우고 연료 사용량 늘리면 되겠지만 그렇게 하면 배출가스가 많아집니다. 결국 배출가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연료효율을 높여야 하는데, 잘 달리면서 효율을 높이는 일이 쉽지 않은 겁니다. 그 결과 전통적인 내연기관 자동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미래 전략에 빨간 불이 켜졌습니다. 대중 메이커들이 앞다퉈 전기차와 하이브리드로 돌아서며 새로운 시장을 주도하는 것에 프리미엄 브랜드가 위기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100년간 주도했던 내연기관 자동차의 프리미엄 이미지가 친환경차로 대체되는 순간 없어질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프리미엄 브랜드가 고민한 것이 바로 프리미엄 친환경차입니다. 내연기관 자동차에 확고하게 달라붙은 프리미엄 이미지를 친환경차로 옮겨 오는 과제가 주어진 겁니다. 그런데 내연기관 자동차와 달리 친환경차의 프리미엄 기준은 애매모호합니다. 전기차만 해도 ‘전력 대비 주행거리’인지, 아니면 단순한 "배터리 크기와 용량"인지 헷갈립니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조건이 없으니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프리미엄 브랜드는 친환경차의 조건으로 고가를 꼽았습니다. 어차피 고가로 판매되는 내연기관차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친환경차에도 그대로 가져가겠다는 겁니다. 독일 뮌헨에서 만난 사티그 BMW i3 커뮤니케이션 매니저도 이 같은 의견에 동의를 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어떻게 이런 인식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느냐가 관건입니다. 그래서 BMW가 선택한 것은 소재였습니다. 비싸서 대중적인 차에는 사용이 어려운 경량 소재 "탄소섬유"를 전기차에 사용하겠다는 것이죠. BMW가 2013년에 내놓을 전기차 i3만 해도 차체를 탄소섬유로 둘렀습니다. 그렇게 하면 무게를 줄일 수 있고, 100% 충전 후 주행할 때 BMW 특유의 역동성을 가져갈 수 있다는 겁니다. BMW라는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역동성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유전자이고, 이를 위해 탄소섬유라는 값 비싼 소재를 과감하게 도입한 겁니다.



하지만 고가는 친환경차를 소비하는 입장에서 볼 때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닙니다. 하이브리드나 전기차를 사는 사람은 대부분 저공해, 또는 무공해여서 사는 게 아니라 연료비를 아낄 요량으로 구입하기 때문이죠. 미국에서 친환경차를 구입하는 소비자 80% 이상이 경제성 때문에 구입한다는 USA투데이의 칼럼도 결국은 소비자의 경제성이 우선이라는 결론을 내려 주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점은 프리미엄 브랜드도 잘 알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BMW i3가 나올 때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면 운행비가 줄어도 경제성은 떨어지는 겁니다. 여러 자동차회사가 동일한 출발선에서 전기차를 준비할 때 한 걸음 뒤에서 출발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럼에도 값 비싼 소재를 적용할 수밖에 없는 것은 프리미엄 브랜드의 자존심 때문입니다. 프리미엄 브랜드는 무언가 다르다는 이미지를 만들어 내기 위한 고육지책인 셈이죠. BMW 외에 벤츠나 아우디도 같은 고민임은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들도 프리미엄 리그에 속한 회사들이니 말이죠. 닛산이나 미쓰비시, 현대차, 르노 등이 대중적 브랜드로 친환경 전기차 소비자의 경제적 이익을 최대한 높여줄 때 프리미엄 브랜드는 같은 전기차를 내놓으면서 고가 소재 사용에 따라 비싸게 판매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야 프리미엄 이미지가 유지된다는 것이죠.



이런 이유로 요즘 프리미엄 브랜드의 고민은 상당합니다. 달리기라면 으뜸을 꼽던 포르쉐도 강화되는 배출가스 기준 충족을 위해 친환경을 선택했습니다. BMW 연구개발센터 레이몬드 프라이만 박사의 말에 따르면 현재 내연기관의 효율을 50% 이상 향상시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반면 배출가스 기준을 50% 강화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제도로 만들면 되니까요. 그래서 일부에선 프리미엄 친환경차 앞날을 어둡게 보기도 합니다. 그러나 브랜드는 어디까지나 무형의 포장된 자산이라는 점에서 프리미엄 브랜드가 친환경차에도 이미지를 담아낼 수 있다면 성공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친환경과 프리미엄이 만났을 때 과연 소비자들이 고가를 선뜻 지불할 지 사뭇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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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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