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2월, 4인승 쿠페 ‘CC’가 국내에 처음 선보였다. 폭스바겐은 파사트와의 차별화를 위해 ‘컴포트 쿠페’의 약자인 CC만을 사용했다. 일반 소비자 또한 대체로 파사트와 전혀 다른 차로 인식했다. 하지만 4인승이 단점으로 꼽혔다. 이런 CC가 국내 출시 2년 만에 5인승 친환경차로 거듭났다. 폭스바겐의 친환경 기술인 블루모션과 최신 안전장비를 적용한 ‘CC 블루모션’은 효율성과 혁신성이 특징이다.
▲스타일
세단과 쿠페의 디자인 장점이 조합된 CC 블루모션은 최근 유행하는 ‘쿠페형 디자인’의 선두주자 격이다. 이런 디자인 특징은 옆모습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낮은 보닛 라인, 완만히 누운 A필러, 부드러운 선을 그리며 트렁크까지 길고 한 번에 이어지는 C필러 선을 지녔다. 앞모습을 살펴보면 튼튼함이 느껴지는 단순한 디자인의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이 눈에 띈다. 바로 옆 날카로운 헤드 램프는 CC 블루모션의 성격을 말해주는 듯하다. 또한 앞 범퍼 아래에서 시작된 선은 헤드 램프 아래를 지나 측면으로 이어진다. 단순함을 추구했지만 옆에 개성을 더했다. 뒷모습은 살짝 위로 올라온 듯한 형상이다. 최대한 단순하면서 부드러움 디자인이다. 또한 트렁크의 날카로운 선은 주행시 다운포스를 발생시키는 리어 스포일러 역할을 하도록 만들어졌다.
인테리어는 단순하지만 지루하지 않다. 전반적으로 블랙 톤이며 알루미늄을 곳곳에 사용해 차가우면서 세련된 느낌을 준다. 많은 기능이 집중된 센터 페시어는 직관적인 버튼 배열을 통해 운전자가 주행 상황에 맞게 설정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역동성을 강조한 성격에 맞도록 몸을 단단히 잡아주는 세미 버킷 시트가 앞뒤에 모두 적용돼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길 때 운전자는 물론 탑승객도 차의 성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아쉬운 부분도 있다. 운전석에 앉아 기어레버 반대편에 놓인 버튼을 조작하기 어려웠다. 기어레버에 가려 잘 보이지 않은 탓에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눈으로 확인해야 했다. 또한 5인승을 표방했지만 실제로는 가운데 뒷좌석의 경우 임시 좌석의 성격이 강하다. 양쪽 시트 엉덩이 부분이 패여 있어 높이 차이가 생기는 데다 센터 터널이 높아 다리를 놓기 애매했기 때문이다. 하긴 대부분의 5인승도 마찬가지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리 흠 잡을 일도 아니기는 하다.
▲주행 & 승차감
가속감은 저속에서 특히 좋았다. 낮은 엔진 회전 영역에서도 큰 힘을 내는 디젤 엔진의 특성 때문이다. 2.0ℓ 커먼 레일 디젤 직분사 엔진과 6단 DSG 자동변속기를 탑재해 최고출력은 4,200rpm에서 170마력을 내며, 최대토크는 1,750~2,500rpm의 실용 영역에서 35.7kg·m의 성능을 보인다. 실제 주행시 최고시속은 212km를 기록했고, 주행안정성은 일반적인 속도에서 매우 훌륭했다. 시속 160km쯤은 무난히 올릴 수 있다. 앞바퀴 굴림 방식이라 무게가 앞에 집중되어선지 고속에서의 안정감은 떨어지는 것 같았다. 가솔린 차종보다 120kg 더 나가는 특성도 한 몫 거든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점은 급제동할 때에도 드러났다. 시속 120km에서는 흔들림 없이 매우 안정적인 제동력을 보여주지만 시속 160km 이상에서의 급제동은 차의 뒤가 흔들려 브레이크를 나눠 밟아 자세를 유지해야 했다.
차를 거세게 몰아 성능을 체험한 뒤에 새로운 기능을 사용해 봤다. 크루즈 컨트롤(원하는 속도로 일정한 주행을 돕는 장치)을 작동시키자 차선유지장치도 함께 활성화됐다. 직선 구간에서는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뗀 채 운전을 해도 차로를 벗어나지 않지만 차선이 지워진 곳이나 커브 길에서는 주행 차로를 이탈하기도 했다. 장거리 운전시 운전자의 피로감을 덜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운전자의 안전운행을 돕는 보조장치에 불과하다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
시내로 접어들고 한 가지 재미있는 경험을 했다. 브레이크를 밟아 차가 멈춰 서자 시동이 자동으로 꺼졌다. 이런 기능을 경험한 적이 없는 동승자는 시동 꺼짐에 적잖이 놀란 눈치였다.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 가속 페달로 옮기는 사이 시동이 걸리고 차가 앞으로 출발했다. 상당히 짧은 시간임에도 큰 불편 없이 출발할 수 있다. 오토 스타트-스톱 기능이 탑재돼 정차시 배출가스를 줄이고 연료 낭비를 줄일 수 있다. 덕분에 경유 1ℓ로 17.1km 주행이 가능하며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km 당 157g에 불과하다.
이번엔 주차장에서 더욱 똑똑해진 자동 주차 기능을 활용해 봤다. 기존에는 평행주차만 가능했지만 이번에는 파크 어시스트 2.0이 적용돼 직각주차도 할 수 있다. 주차할 위치를 설정한 뒤 안내에 따라 변속기와 브레이크를 조작하며 자동 주차 기능을 체험했다. 간혹 미리 살피지 못한 장애물이나 운전 부주의로 충돌이 예상되면 차가 급제동을 했는데, 주의할 점은 직접 주차를 하듯 주위를 살피며 적절히 브레이크를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또한 운전자의 편의를 돕는 보조적인 기능이기 때문이다.
▲총평
독일의 실용주의가 낳은 CC 블루모션은 일반적인 주행 상황에서의 안정성이 수준급인 탓에 그 이상을 바라보게 하지만 ‘편안한 쿠페’라는 컨셉트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았다. 만족스러운 주행 성능에다 똑똑함까지 갖춰 운전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운전자 편의를 위해 다양한 첨단 장비를 대거 탑재한 덕분에 일상 주행에서 충분한 운전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데다 초보 운전자라면 자신감을 심어줄 수도 있겠다. 국내 판매 가격은 5,19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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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 박찬규 기자 star@autotimes.co.kr
사진/ 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