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가 뉴 A8으로 벤츠 S클래스와 BMW 7시리즈에 도전장을 냈다. 옛날 같으면 브랜드에 밀렸던 아우디지만 "기술을 통한 진보"를 통해 국내에서도 브랜드 입지가 굳어지며 벤츠와 BMW를 상대로 당당히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물론 수입 고급 대형세단의 경우 여전히 S클래스와 7시리즈 선호도가 높지만 아우디는 뉴 A8을 타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고 자신했다.
뉴 A8 프레스티지는 배기량 4,163㏄의 직분사 가솔린 엔진이 탑재돼 371마력, 45.4㎏·m의 토크를 발휘한다. 콰트로 시스템이어서 언제나 네 바퀴 모두에 구동력이 전달되며, 8단 팁트로닉 자동변속기가 조합됐다. 0→100㎞/h 도달은 5.9초(제조사 발표)로 빠른 편이다. 연료효율은 ℓ당 8.3㎞, 연료탱크 용량은 90ℓ, 효율에 영향을 미치는 공차중량은 2,010㎏이다. 아우디 알루미늄 스페이스 프레임과 알루미늄 엔진이 경량화에 일조했다.
시승은 시내와 자동차 전용도로 등을 골고루 운행하며 이뤄졌다. 차를 받은 시간은 저녁 퇴근 무렵이어서 지·정체가 반복됐다. 서행하면서 외부 소음에 귀를 기울였지만 도어 유리가 두껍고, 도어 사이에 두꺼운 고무 패킹 등이 적용돼 소음이 잘 차단됐다. 물론 정숙성은 대형세단에서 아주 기본적인 항목이다.
와이드 타입의 계기판을 보면 엔진회전계와 속도계 사이 전체가 모니터 역할이어서 시각적으로도 불편함이 없다. 아우디 특유의 조명이 넓게 펼쳐진 계기판과 잘 어우러진다. 대형세단이지만 역동성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센터페시어 상단은 아우디 MMI 모니터가 솟아 있다. 거슬리면 아래로 넣으면 된다. MMI 모니터로는 자동차의 모든 상황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원형의 조그 레버만 돌리면 전자제어 서스펜션의 답력 조절도 가능하고, 아우디 고유의 드라이브 셀렉트 기능과 댐핑의 압력도 설정도 할 수 있다. 이른바 운전하는 것 외의 모든 것이 MMI에 집중돼 있다. 그래서 스티어링 휠에는 오디오 볼륨과 방향지시등 칼럼시프트, 크루즈 컨트롤 칼럼시프트, 계기판 모드 선택 기능 버튼만 있다.
전반적인 실내의 모습은 고급스럽다. 특히 실내 전체를 감싼 가죽이 부드러워 포근한 느낌이다. 아늑한 공간 연출에는 제격이다. 여기에 좌우 트위터 스피커는 마치 첨단 비행접시처럼 위로 올라와 있다. 시동을 끄면 대시보드 안으로 슬며시 숨었다가 켜면 당당하게 고개를 쳐든다. 카오디오로는 명품 반열에 오른 뱅앤울룹슨 오디오 시스템이다.
앞에 운전자를 두고 뒤에 앉았다. 앞좌석 헤드레스트 뒤에 대형 모니터가 배치돼 있다. DVD 등 영화도 감상할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 모니터도 어디에 숨길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크기가 커서 마땅히 숨길 공간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안마 기능을 켰다. 등 뒤에서 살며시 주무르니 어느새 잠이 온다. 암레스트에는 센터페시어와 동일한 버튼이 부착돼 있어 MMI의 기능 설정도 된다. 대형세단이라면 뒷좌석의 편안함에 당연히 주목해야 한다는 점에서 기본에 충실했다. 레그룸도 넉넉해서 다리를 길게 뻗어도 된다. 굳이 롱 휠베이스를 고르지 않아도 될 듯하다.
정체된 길을 벗어난 뒤 운전석에 다시 올랐다. 항공기 레버처럼 큰 변속레버를 주행(D) 모드에 두고 가속페달을 밟자 조용히, 하지만 빠르게 속도를 높인다. 시속 100㎞에 크루즈 컨트롤을 맞춰 놓고 앞차와의 간격을 최대한 좁혀 놓았다. 페달을 조작하지 않아도 차선만 유지하면 알아서 주행한다. 요즘 대형세단에 필수품목처럼 적용되는 스마트 크루즈다. 외부 소음은 별로 들리지 않는다. 엔진 음색도 부드럽다. 오디오를 켜고 클래식 음악에 맞췄다. 볼륨을 높이니 중저음이 실내 전체를 감싸며 귀를 즐겁게 한다.
주행 모드를 다이내믹으로 바꾸고, 변속레버를 스포츠(S) 모드로 변경했다. 그리고 속도를 높였다. 승차감이 확실히 단단해지면서 순발력이 향상된다. 동일한 답력으로 페달을 밟았을 때 "D" 모드 대비 속도감도 한층 높아진다. 대형세단이지만 독일 프리미엄의 자존심과도 같은 역동성은 결코 버리지 않았음을 강조하는 셈이다. S모드로 시속 180㎞까지 높였다. 무리가 전혀 없을 정도로 빠르게 속도가 오르는데, 그렇다고 엔진의 부밍이 들리는 것도 아니다. 확실히 원가에 구애받지 않고 흡차음재를 대폭 사용했다. 대형세단만의 특권이자 필수 항목이다.
승차감은 조절도 가능하지만 주로 "오토(Auto)" 모드로 주행했다. 특히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충격 감쇄가 뛰어났다. 통상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뒷바퀴가 넘자마자 2차 충격이 오기 마련인데, 재빨리 충격을 흡수하며 튀는 것을 억제한다. 얼마 전 S클래스를 타면서 받았던 좋은 느낌 그대로다. A8이 S클래스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민 이유를 새삼 실감하는 대목이다. 특히 굴곡이 심한 도로를 지날 때 "S" 모드로 코너링을 시도하면 스포츠세단의 감성을 듬뿍 느낄 수도 있다.
외형은 전체적으로 역동과 품격의 조화다. LED로 감싼 헤드램프가 낮에도 주간주행등 역할을 하며 A8만의 개성을 드러내고, 테일램프도 LED가 적용돼 야간에는 역동성을 뿜어낸다. 19인치 휠과 255/45 R19의 앞바퀴는 범퍼와의 거리(오버행)가 짧다. 이유는 단연 실내공간의 최대 확보와 역동성이다.
아우디는 A8로 S클래스와 어깨를 견주겠다고 선언했다. 드라이브 셀렉트, 스포츠 디퍼렌셜 콰트로, 다이나믹 스티어링, 4구역 자동 에어컨, 팁트로닉 8단 등은 아우디가 내세우는 각종 첨단 장치들이다. 1억 7,900만원의 가격으로 벤츠 S클래스의 아성을 넘보는 A8, "기술을 통한 진보"가 아니라 "기술을 통한 우월"이 되고 싶음을 나타낸 것 같다.
시승/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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