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디트로이트 AP.로이터=연합뉴스) 도호쿠 대지진 피해로 일본 자동차 메이커들이 정상을 회복하기까지는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을 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토요타는 미국 딜러상들에 대해 수리부품 주문도 자제하도록 요청하는 등 공급망 훼손이 일본 자동차회사들의 글로벌 제품 판매에 타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토요타 대변인은 29일 500개 부품업체들이 지진과 쓰나미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어서 언제부터 다시 전면 가동에 들어갈 수 있을지 현재로서는 얘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토요타는 주요 하청업체들에 대해 적어도 지진 발생 한달이 되는 오는 4월 11일 까지는 생산 재개를 기대하지 말라는 지침을 전달했다고 한 소식통이 밝혔다. 세계 제1의 자동차 제조업체인 토요타는 주초 프리우스 등 3개 하이브리드 차종에 걸쳐 제한된 수의 자동차 생산에 들어간 것을 제외하고는 토요타, 렉서스 브랜드의 일본 내 18개 공장 모두를 멈춰 세워놓은 상태다.
또 일본 제2의 차 메이커인 닛산자동차도 상황은 마찬가지로, 카롤로스 곤 최고경영자는 이날 동북부 이와키 엔진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늦어도 6월초까지는 전면 가동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해 정상화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부품업체들의 상황을 봐 가면서 다음 달 말에는 이 공장의 가동 재개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방사성 물질 유출사고를 빚고 있는 후쿠시마 원전에서 50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이 공장을 폐쇄할 생각은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혼다자동차 역시 이번 주말까지 생산중단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으나 생산 재개 시점에 대해서도 검토중이라면서 이 문제는 부품업체들의 재고 수준과 부품공급 재개 시점과 맞물려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지진피해로 일본 자동차산업은 지금까지 40만 대에 달하는 생산 손실을 입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한편 토요타는 미 딜러들에게 수리요구가 없을 경우 렉서스와 사이온, 토요타 모델의 233개 부품을 주문하지 말도록 요청했는데 자체 생산용 부품의 부족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 부품에는 프리우스와 하일랜더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하이브리드 버전, 캠리 중형세단 등의 브레이크 로터, 차체 패널, 충격흡수기 등이 포함돼 있다.
일본으로부터의 부품 조달 차질로 여러 미국 자동차 메이커들도 이미 생산을 단축하고 있다. 혼다의 경우 일제 엔진과 트랜스미션, 전자부품의 조달이 달리면서 오하이오, 앨라배마 등지 북미 공장 라인 가동을 축소했다. 크라이슬러와 포드 등은 특수 안료를 생산하는 한 공장의 가동중단과 관련해 일부 페인트의 주문을 받지 않고 있다. 토요타는 심각한 피해를 본 하청업체들의 복구를 돕기 위해 부품 주문을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 한 대 생산에는 3,000개의 부품이 소요되며 한 부품을 조립하는 데는 수백 개의 부속이 들어가는데 이번 일본 지진사태로 자동차산업의 이같이 복잡한 글로벌 공급 체인 속성이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다.
골드만 삭스는 세계 제2의 차생산국인 일본 차회사들이 지진발생 이후 하루 2억 달러씩 2주간 28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고 분석하면서 이 같은 규모의 피해가 계속될 것으로 진단했다. 토요타의 경우 작년 한해 23억 달러를 벌었으나 가속페달 리콜 사태로 20억 달러의 비용을 지불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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