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코롤라(Corolla)"를 탔다. 배기량은 1,798㏄, 엔진은 4기통이다. 최고출력 132마력(6,000rpm), 최대토크 17.7kg·m(4,400rpm), 연료효율은 ℓ당 13.5㎞,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당 174g이다. 이외 서스펜션은 앞 맥퍼슨 스트럿, 뒤는 토션 빔 타입이고, 브레이크는 앞 벤틸레이티드 디스크, 뒤는 드럼 방식이다. 앞바퀴굴림이고, 50ℓ의 연료탱크 용량을 갖추고 있다.
이상이 코롤라 제원표에 기록된 객관적인 숫자들이다. 하지만 코롤라는 이런 숫자만 가지고 판단하기 어려운 차다. 숫자로 보면 코롤라 대비 배기량 적은 현대차 아반떼 1.6 GDi가 출력과 연료효율 모두 앞선다. 게다가 가격 경쟁력도 있다. 그럼에도 코롤라를 타보면 꾸밈 없다는 말이 실감난다. 정직하다는 의미다. 3,700만 명의 코롤라 구입자도 코롤라의 정직함에 매료되지 않았나 싶다.
시승은 평창 일대에서 약 100㎞ 주행으로 이뤄졌다. 외형은 역동성을 담아냈지만 공격적이지 않다. 시승회에 설명자로 참석한 토요타 제1개발센터 제품개발그룹 코롤라 개발담당 야스이 신이치 수석 엔지니어는 "수평적 형태를 강조했다"고 말했다. 쉽게 이해하면 디자인에 기교를 넣기보다 공기저항을 최대한 줄이고, 소음이 적게 발생하도록 했다는 의미다. 그는 "스위프(sweep) 컷(cut) 리어필러를 보면 코롤라가 간결하게 디자인됐음을 알 수 있다"고도 했다. 리어필러의 흐름을 최대한 완만하게 가져갔다는 얘기다.
꾸밈없이 정직한 모습은 인테리어도 마찬가지다. 디자인 감성이 많이 들어가는 요즘 추세와 달리 계기판도 단촐하고, 센터페시어도 기능성에 맞추어져 있다. 일부 들어간 우드그레인이 고급스러움을 표현하지만 오히려 억지스럽다는 느낌이다. 천연가죽 시트와 코롤라 전용 오디오 및 6개의 스피커, 그리고 30㎜ 상하 이동이 가능한 틸트와 35㎜ 앞뒤 조정이 가능한 텔레스코픽 기능의 스티어링 휠도 단순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코롤라는 지난 1966년 등장 이후 지난해까지 전 세계적으로 3,700만 대가 팔렸다. 단일 차종 브랜드로는 가장 많은 판매대수다.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나름의 성공을 거두었다. 시승을 해보면 성공의 배경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이유는 바로 실용성이다.
일단 실내공간이 넓다. 특히 뒷좌석의 경우 머플러가 지나는 센터터널의 높이가 매우 낮다. 야스이 신이치 수석은 "머플러 진동이 뒷좌석 바닥에 영향을 주지 않을 만큼 최대한 터널의 높이를 낮췄다"며 "뒷좌석 승차자의 이동성이 그만큼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뒷좌석 가운데 앉았을 때 발을 편안하게 내려놓을 수 있다. 또한 트렁크는 준중형임에도 골프백 4개가 들어갈 수 있는 470ℓ다. 활용 가능한 모든 공간은 최대한 살렸다는 얘기다.
먼저 국도에 올랐다.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움직임은 평범하다. 날카로운 반응도 없고, 그렇다고 더디지도 않다. 시속 100㎞까지 거뜬히 오른다. 고속도로에 올라 시속 160㎞까지 올렸을 때도 꾸준히 속도 상승을 이룬다. 물론 가파르게 높이지는 않는다. 순간, 엔진 회전 영역이 넓게 설정돼 있다는 토요타 관계자의 말이 떠올랐다. 넓은 영역에서 가급적 고른 힘이 나오도록 했다는 의미다. 그래야 꾸준한 가속이 가능한데, 실제 코롤라는 부족함과 넘치는 게 없다. 개성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폭넓게 타는 차"라는 성격이 명확히 담겨져 있다.
속도를 높인 후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다. 민감하게 반응한다. 달리기는 평범하지만 "서기(Stop)"에는 신경을 쓴 것 같다. "달리기보다 서기가 먼저"라는 자동차의 기본에 충실한 흔적이다. 코롤라의 성격에 비춰볼 때 제동성능은 기대 이상의 수준에 맞춰진 것 같다.
승차감은 동승한 여성의 입을 빌리자면 조금 단단하다. 하지만 운전을 직접 한 입장으로는 무난하다. 승차감이란 타는 사람에 따라 느낌이 제각각이어서 표현이 다를 수 있지만 여성이라고 부담스러울 정도는 아니라는 게 여성 동승자의 판단이다. 개인적인 판단을 기준으로 차를 조금 흔들어 봤다. 좌우 롤링을 가볍게 준 결과 스티어링 휠의 움직임에 차체가 비교적 빠르게 반응하는 편이다. 시속 80㎞를 넘어서면 약간 불안하기도 하지만 준중형임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다. 게다가 요즘은 대부분 차에 VDC, ESP, VSC 등으로 불리는 차체자세제어장치가 있어 굳이 코너링 운전기술에 집착하지 않아도 된다. 전자장비가 별로 없었던 때는 기본적인 기계적 완성도가 높고, 코너링 등에서 운전 실력이 좋을수록 실력자(?)로 평가받았지만 지금은 부족한 운전을 전자장비가 상당 부분 보완해 준다. 물론 운전의 즐거움이 줄어든다는 불평도 있지만 그보다 운전의 편안함을 원하는 이들이 훨씬 많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토요타 코롤라는 바로 그 점을 파고 든 차다. 누구나 쉽고, 편안하게 운전할 수 있는 차, 그러면서도 실용성이 극대화된 차, 필요한 사람 누구든 조금씩 다른 용도라도 가급적 최대한 맞출 수 있는 차다. 그래서일까. 토요타 브랜드답게 코롤라도 진동과 소음은 잘 억제돼 있다. 특히 변속레버를 중립(N)에서 주행(D) 모드로 옮길 때 전혀 충격이 없다. 그 상태에서 정지를 유지하면 진동도 잘 느껴지지 않는다. 진동소음 대책 만큼은 토요타를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말이 실감난다. 시속 100㎞에서 옆 사람과 편안한 대화가 가능했다. 국내에선 준중형이지만 중형 이상의 정숙성과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다.
준중형이라고 기능이 부족하지도 않다. 크루즈 컨트롤 기능도 있고, 스티어링 휠은 전자식으로 속도에 따라 감응된다. 에어백도 6개가 기본이다. 내비게이션도 있고, 스키스루도 가능하다. 있을 것은 다 있다. 그러나 버튼 타입의 엔진 시동은 아니다. 키를 홀더에 넣고 돌려야 한다. 있으면 편하지만 일부에선 오히겨 가격 상승만 된다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경차도 버튼 시동 기능이 들어가는 마당에 있으면 좋았겠다는 의견도 있다. 반면 경차에 왜 이런 기능을 넣어 가격을 올렸냐는 비판도 많다. 판단은 개인의 몫이다.
전반적으로 코롤라는 분명 정직한 차다. 남에게 잘 보이려고 외모 잘 가꾸되 실속 없는 차와 달리 겉은 평범하지만 내실은 탄탄한 차다. 오죽하면 토요타코리아도 코롤라의 제품 슬로건을 "토탈 밸런스(Total Balance)"로 정했을 정도다. 공간, 승차감, 성능 등 어느 것 하나 튀지 않지만 뒤지지도 않는다. 40년 전 하세가와 초대 코롤라 수석 엔지니어가 "지구인의 행복한 코롤라"를 기본으로 삼았다는 점은 코롤라의 성격을 극명하게 드러내준다.
토요타코리아는 코롤라를 올해 1,800대 팔겠다고 선언했다. 물론 나카바야시 사장은 "쉽지 않은 도전"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준중형급은 코롤라가 아니라도 국산차의 선택폭이 넓기 때문이다. 혼다 시빅이 확고한 지위를 굳히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 토요타코리아는 코롤라 기본 가격을 2,590만원으로 책정했다. 환율 등을 감안할 때 토요타로선 내릴 수 있을 만큼 내렸다. 코롤라의 모토인 "지구인의 행복한 코롤라"가 되려면 합리적인 가격이 필수기 때문이다. 토요타코리아 나카바야시 사장은 "주변 상황이 안정되면 가격은 더 내려갈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3,700만 대의 베스트셀링 차종의 명성을 한국에서도 어떻게든 확인시키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더 낮아질 수 있다면 소비자도 분명 코롤라에 시선을 돌릴 수 있음은 명확하다. 정직한 차 코롤라, 꾸밈 없는 게 특징인지, 아닌지 애매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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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권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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