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 디자인 업계에서 가장 유명세를 떨쳤던 이탈리아 디자인 업체들은 현재 경영난에 허덕이거나 독일 업체에 인수된 상황이다. 정통 이탈리아 디자인의 명맥이 끊어진 것이다. 한때 세계를 호령했던 이탈리아 카로체리아의 명성은 가뭇없이 사라졌다. 그러나 아직 카로체리아가 죽지 않았다고 외치는 이들이 있다. 폭스바겐에 인수된 이탈디자인의 핵심 멤버와 1982년 창립된 베르카 모델이 합작해 만든 IDG(이탈리아 디자인 그룹)가 그 주인공이다. 서울모터쇼에 맞춰 IDG의 스테파노 카푸치오 CEO, 한국인인 윤경구 부사장 등이 킨텍스를 찾았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 일답. 통역은 윤 부사장이 맡았다.
-회사를 소개하면.
"우리 회사는 이번 서울모터쇼에 선보인 포르쉐 918, GM 미래의 프로토타입을 디자인한 베르카 모델과 이탈디자인 주지아로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사람들이 만들었다. 지난 1월1일 설립됐으며 이탈디자인이 폭스바겐에 매각되면서 끊어진 이탈리아 카로체리아의 명맥을 잇기 위해 탄생했다. 인원은 베르카 모델과 합쳐서 220명 정도가 근무하고 있다."
-방한 목적은.
"서울모터쇼를 보러 왔다. 최근 한국 브랜드들은 세계 시장에서 우수한 판매성적을 내고 있다. 스타일도 좋고 제품력도 우수하다. 예전에는 그다지 신경쓸 필요가 없는 곳이었지만 이제는 아니다. 그들에게 무시 못할 영향력이 생긴 것이다. 그래서 한국 소비자는 물론 한국 자동차업체들에게 우리 회사를 소개하고 협력체제도 구축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한국 업체와 어떤 협력을 원하는가?
"한국차는 유럽차처럼 강렬한 인상은 아니지만 자기 개성이 뚜렷하다. 그 개성은 우리와의 협력을 통해 더욱 돋보일 수 있을 것이다. 현재도 폭스바겐, 아우디, 푸조 등 많은 회사들이 디자인 전문업체와 협력하고 있다. 그들의 디자인이 다른 시각에서 재해석되길 원해서다. 현대차 등의 한국 브랜드도 이 같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최근 한국차의 디자인 수준이 많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유럽의 시각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끊임없는 교류를 통해 파악해야 한다. 우리는 그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
-IDG의 강점은.
"이탈디자인에서 수십 년간 경험을 쌓은 주요 인력들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때문에 어떤 프로젝트를 맡겨도 순발력있게 완수할 수 있다. 실력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이탈디자인에서 했던 모든 프로세스를 IDG에서도 똑같이 할 수 있다.“
-이번 방한에서 거둔 성과는.
"아직 결정된 건 없다. 그러나 IDG의 총괄 디자이너(윤경구 부사장)가 한국인(코란도C 디자인 담당)이고 예전부터 일을 해 온 쌍용, 현대, 기아, GM 등과의 관계도 여전히 유지하고 있어 향후 전망은 고무적이다. 우리와의 협력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서울모터쇼에서 한국차들을 본 소감은.
"몇 년 전과 비교해 수준이 매우 높아졌다. 유럽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다. 한국업체들은 중국업체들과는 다르다. 그들은 모든 걸 돈으로 해결하려 한다. 그러나 한국은 투자를 매우 많이 하고, 그래서 눈부신 성장을 할 수 있었다.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유럽차들과 서울에서 본 한국차들을 비교해 보니 한국쪽 디자인이 월등히 앞선 느낌이다. 그래서 한국 사람들이 왜 벤츠, BMW, 폭스바겐을 사는지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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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모터쇼장을 찾은 IDG의 CEO 스테파노 카푸치오(가운데)와 윤경구 부사장(오른쪽) |
-한국차 디자인에서 아쉬운 부분은.
"단점은 어느 차에나 있다. 따지려들면 유럽차들도 얼마든지 단점을 꼽을 수 있다. 그러니 단점을 찾는 것보다 무엇이 어떻게 변했느냐를 보는 게 중요하다. 우리는 70년대부터 한국업체들과 작업해 왔다. 그때와 지금은 많은 차이가 있다. 많은 성장을 했다는 뜻이다."
-가장 디자인 완성도가 높은 한국차를 꼽는다면.
"쏘나타를 꼽고 싶다. 그렇게 선을 과감하게 넣을 수 있는 용기에 감탄했다. 유럽업체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다. 한국처럼 이렇게 짧은 기간에 바닥에서 세계 톱클래스로 올라서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일각에서는 한국차가 일본차를 넘어섰다는 평가도 있다. 대단하다. 세계 자동차 디자인의 흐름은 이제 크게 3가지로 분류된다. 유럽과 일본, 한국이다. 그 만큼 많은 발전을 보인 것이다. 미국은 논외로 하겠다."
-이탈리아 자동차디자인업체들이 몰락한 이유는.
"토리노의 3대 자동차디자인회사는 이탈디자인, 베르토네, 피닌파리나였다. 이 가운데 베르토네와 피닌파리나는 경영난으로 파산신청을 했다. 이는 디자인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 자동차를 소량 생산했던 곳들이 큰 회사에 치여 수익을 내지 못해서였다. 과투자에 따른 수익성 악화는 경영난을 초래했고, 이는 회사를 존폐기로에 서게 했다. 다행히 생산보다는 디자인에 집중했던 이탈디자인만 살아남았다. 그러나 회사 소유자인 조르제토 주지아로는 나이가 많아 회사를 예전처럼 운영할 수 없었던 것 같다. 시장 상황도 좋지 않게 흘러갔다. 그래서 폭스바겐에 매각하기에 이르렀다"
-IDG는 이탈리아 카로체리아의 부활을 자신하는가.
"우리는 이탈리아 카로체리아들이 어떻게 몰락했는지에 대한 산증인이다. 때문에 그들이 잘 했던 일들은 그대로 이어가면서 실패한 부분은 개선해 나갈 것이다. 절대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다. 예를 들면 방만한 투자 대신 우리는 소수 정예로 간다"
-진행중인 프로젝트는.
"중국쪽과 말레이시아, 영국 등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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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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