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판매되는 신차 가운데 중대형차 인기가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중고 시장에선 중대형차의 가격 폭락이 이어져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살 때는 기분 좋지만 팔 때는 큰 손실을 감안해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수입차 중고 가격은 하락폭이 적어 국산차와 묘한 대조를 나타냈다.
|
현대 제네시스. 연식변경을 거치며 월 판매 3,000대에 근접하고 있다 |
8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현대차 그랜저 신차는 2만 9,000여 대가 판매됐다. 제네시스도 직분사 연식변경을 거치며 월 판매 3,000대에 근접했을 만큼 회복세를 나타냈다. 대형세단 에쿠스도 3월 판매량이 올 들어 가장 많은 1,500여 대로 집계됐다. 기아차도 K7의 엔진을 직분사로 바꾸자 판매량이 3,100대로 껑충 뛰었고, 쌍용차 체어맨도 3월까지 1,800여 대가 판매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1% 증가했다. 한국지엠 알페온도 월 1,300여 대 이상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이 같은 신차의 중대형 인기 집중은 5G 그랜저와 K7 직분사, 연식변경 제네시스 등이 주도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기존 중대형차 보유자가 다시 중대형차로 갈아타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실제 내부적으로 중대형 신차 구매자의 40%를 그렇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를테면 구형 그랜저에서 직분사 그랜저로, 그랜저에서 제네시스로 바꾸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 게다가 중대형차 보유자는 상대적으로 기름 값 민감도가 떨어진다는 점도 중대형 신차 판매의 견인차가 됐다는 설명이다.
중대형 신차 인기는 수입차도 여전하다. 3월까지 판매된 수입차 가운데 가장 많은 판매량은 역시 BMW 528i로 2,000대가 넘었다. 520d의 1,145대를 더하면 5시리즈만 3,000대 이상이 팔려 나갔다. 벤츠 E300 또한 1,600대에 달하고, 렉서스 ES350과 포드 토러스 3.5도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중고차 시장은 상황이 다르다. 기존 중대형 보유자가 신차로 바꾸며 매물을 쏟아냈지만 시장에선 중대형 흡수 능력이 없어 상대적으로 중대형차의 중고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 게다가 중대형 중고차 구매자의 경우 신차보다 저렴한 중대형차를 찾는 실속파가 많아 고유가 등도 고려한다는 게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
수입차 중 올 들어 가장 많이 팔린 BMW 528i |
이와 관련, 서울자동차매매조합 관계자는 "원래 3-4월은 중고차 성수기지만 현재 중대형차 시세가 지난해와 비교할 때 100만원 이상 하락했다"며 "기름 값을 고려하면 그 이상 하락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지난해 대비 중대형차 매물이 20% 이상 증가했는데, 찾는 사람이 줄었으니 가격 하락폭의 확대는 어쩔 수 없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SK엔카 정인국 이사도 "중고 중대형차 구입을 고려하는 사람과 신차를 사는 사람의 경제력은 다를 수밖에 없다"며 "중대형 신차의 인기 집중도와 달리 중고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수입 중고차 가격은 크게 떨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오토갤러리 관계자는 "국산차와 달리 수입 중고차 구매 예정자는 기름 값 등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경향이 있다"며 "국산 중대형차와 달리 수입 중대형차의 시세 폭락 조짐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한편, 업계에선 이 같은 중대형 수요의 양극화 현상이 일부 수입 중대형 신차 구매를 더욱 부추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국산 중대형 신차의 중고 감가율이 수입차 대비 높다는 점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국산 중대형차와 수입 중대형차의 가격차가 좁혀진 상황에서 중고 감가율을 따지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며 "국산 중대형의 경우 신차효과가 판매를 견인했지만 수입차는 꾸준한 중대형 선호 현상이 나타나 앞으로도 중고 감가율이 높지 않을 것이란 점에서 수입차 판매가 더 늘어나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트위터로 만나는 오토타임즈 : http://twitter.com/Autotimes_kr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