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는 프리미엄 컴팩트 하이브리드카인 CT200h에 거는 기대가 크다. 그 동안 IS가 맡아 온 엔트리카 역할을 대신하는 동시에 토요타가 추구하는 하이브리드 기술의 명맥을 잇고 있어서다. 여기에다 경제적인 친환경차라는 점을 앞세워 렉서스 부흥을 꿈꾸고 있다. 토요타 프리우스의 고급 버전인 렉서스 CT200h를 시승했다.
▲스타일
렉서스의 디자인 철학인 엘피네스(L-finesse)를 적용한 CT200h의 겉모양은 미적 측면과 효율적인 공기역학이 적극 고려됐다. 특히 앞모양에선 향후 렉서스 패밀리룩을 엿볼 수 있다. 아래 위 그릴이 하나로 결합돼 독특한 형상을 구현했다. 렉서스 엠블럼이 크게 자리한 전면 그릴 주변은 입체감과 역동성이 느껴진다. 그릴 위 크롬장식의 끝부분은 화살촉 디자인이다. 헤드 램프는 그릴보다 높게 위치하는데 렉서스에서 새롭게 채택되는 특징이다. 또 최근 유행하는 LED 장식을 통해 멋을 살렸다. 앞범퍼 아래에는 커다란 공기흡입구를 마련해 시각적으로 안정감을 준다. 옆모양은 공기역학을 고려했다. 앞은 둥글고 지붕은 뒤로 갈수록 낮아지면서 날카롭게 떨어진다. 해치백 형태에 렉서스의 감성을 입혔다. 뒷모양은 전면의 강인한 모습을 이어받았다. C필러에서 뒷유리로 이어지는 일부를 유리로 처리해 트렁크 공간의 답답함을 해소하면서 독특한 외관을 갖췄다.
실내공간은 전반적으로 렉서스답게 깔끔하면서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우드그레인은 무광처리했다. 운전석에 앉으니 편안한 시트가 몸을 부드럽게 감싸면서 단단히 잡아준다. 센터페시아 위쪽에는 폴딩 모니터가 자리해 차의 다양한 정보를 보여준다. 시선을 아래로 내리면 다양한 조작버튼이 눈에 들어온다. 처음엔 약간 어수선할 수도 있지만 버튼이 많지 않아 쉽게 적응된다.
기어 변속레버와 기능 조작 장치는 프리우스와 흡사하다. 프리우스를 몰아본 운전자라면 쉽게 알 수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주행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EV", "에코", "노멀", "스포트" 등 4가지 주행모드의 선택이 가능한 "온디맨드 드라이브 모드"를 탑재해 운전자 성향에 맞출 수 있다. 물론 엔트리급 차종인 관계로 원가절감의 흔적이 나타난다. 렉서스라는 이름에 기대치가 높아진 탓도 있다. 예를 들어 햇빛가리개가 창문 사이즈와 달라 빛의 각도에 따라 쓸모가 없는 경우도 있다.
▲주행&승차감
주행성능과 고급스러움을 주된 장점으로 내세우는 차여서 그 만큼 정숙성과 성능에 집중했다. 렉서스에 최초로 도입한 독특한 횡방향 퍼포먼스 댐퍼 시스템은 차체 진동을 최소화해 승차감을 개선했다. 이 시스템은 기존의 고정 보강재 대신 앞뒤에 댐퍼 어셈블리를 사용하며, 이를 통해 차체의 뒤틀림과 진동을 줄였다. 프리미엄 컴팩트라는 컨셉트에 충실한 셈이다. 정숙성을 높인 데에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역할이 크다. 차를 처음 타는 사람은 시동이 걸렸는지 되묻는 경우도 있다. 엄밀히 말하면 전원이 켜진 것이다. 또 저속에서는 전기로만 주행이 가능한데, 이 경우 차에서 소리가 전혀 나지 않는다. 주차장이나 좁은 도로에서 행인들이 차가 오는지 몰라 본의 아니게 경적을 울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4가지 주행모드 중 스포트 모드는 전기모터의 동력을 최대로 사용해 운동성능을 극대화했다. 계기판 조명이 파란색에서 붉은색으로 바뀌며 역동적인 주행성능을 시각적으로도 표현했다. 또 엔진회전수를 볼 수 있는 회전계가 표시된다. 반대로 에코 모드에 놓으면 조명이 파란색으로 바뀌며 회전계는 사라지고 어떤 에너지를 쓰는지 화면에 나타난다. 두 모드의 차이는 확실히 느낄 수 있다. 가속감이 달라서다.
경량 4기통 1,798cc의 가솔린 엔진은 99마력을 내며 전기모터와 더해 총 시스템 출력은 136마력으로 향상된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km당 92g에 불과하다. EV 모드에서는 시속 45km로 최대 2km쯤 기름 한 방울 쓰지 않고 주행이 가능하다.
핸들링은 안정적이다. 무게중심이 낮다는 느낌을 준다. 흔들림도 적다. 다만 제동성능은 가속성능이나 핸들링에 비하면 아쉽다. 항상 미리 밟아야 한다. 뒷좌석 아래에 위치한 배터리 무게가 더해진 탓도 있다. 주행성능을 강조했지만 친환경차라는 점에서 연료효율을 고려한 탄력주행을 하라는 묵언이 아닐까.
▲총평
절치부심한 렉서스가 CT200h라는 강력한 엔트리카를 내세웠다. 차를 타기 전 "비싼 프리우스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실제 주행 후 프리우스보다 확실히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물론 기능면에서 비슷한 점이 많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지만 고급스러움은 확실한 차별화다. 전자오락을 하는 듯한 재미를 준 차가 프리우스였다면 CT200h는 운전 본연의 즐거움에 충실했다. 정숙성, 안락성, 주행성에 엔트리급 렉서스라는 매력이 더해졌다. 트렁크 공간도 넉넉하다. 한 마디로 실속있는 고급형 하이브리드카라고 볼 수 있다. 기본형의 판매가격은 4,190만원, 럭셔리는 4,77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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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 박찬규 기자 star@autotimes.co.kr
사진/ 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