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연비 21.5km/ℓ인 SUV 봤어?-푸조 3008 MCP

입력 2011년04월22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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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팩트 SUV 3008은 현재 푸조의 "효자차종"이다. 2010년 푸조의 연간 판매에서 35.3%에 이르는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큰 인기를 모았다. 올해 3월 국내 판매만 보더라도 푸조 전체에서 약 41.8%를 점유하고 있다. 이런 인기의 비결은 프랑스 특유의 감각적인 디자인에 SUV라는 특성을 살린 실용성이 최근 레저용 차를 선호하는 시장 상황과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낸 덕분으로 풀이된다. 효율 좋은 디젤엔진을 장착한 점도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런 3008이 MCP라는 더욱 강력한 무기를 장착했다. 푸조에서 특별히 개발한 MCP는 수동변속기를 기반으로 만들어져 최고의 효율을 자랑한다. 이 때문에 3008은 21.2km/ℓ에 이르는 놀라운 연비를 갖게 됐다. SUV로서는 정말 이례적인 기록이다. 다만 1.6ℓ 엔진 조합은 성능에서의 부족함이 걱정된다. 그러나 이마저도 디젤 특유의 높은 토크로 극복했다. 푸조의 새로운 킬러 모델 3008 MCP를 시승했다.

▲디자인
기존 2.0ℓ 엔진 장착 모델과 동일한 외관이다. 역시 가장 먼저 전면의 커다란 라디에이터 그릴이 눈에 들어온다. 컴팩트 SUV는 중량감이 큰 차가 아니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파격에 가까운 디자인이다. 최근 SUV들이 쿠페형이나 세단형 디자인을 앞세우고 있지만 3008은 이와는 대조적으로 상대적으로 짧은 보닛이 인상적이다.

A필러 가장 자리로 깊게 파고든 헤드램프는 강력한 인상을 준다. 측면은 후반으로 갈수록 각도가 떨어지는 루프가 앞쪽의 디자인과 어울려 작아 보이지 않으면서도 전체적으로 귀여운 인상을 풍긴다. 후면은 각이 서 있다. 이른바 "엣지" 스타일이다. 그러나 전체 라인을 무너뜨릴 정도는 아니다. 리어램프도 헤드램프만큼 공격적이다.

실내 디자인 만족도는 생각보다 높다. 약간 누운 센터페시어는 조작이 편해졌고, 센터페시어부터 센터 콘솔까지 박스형으로 처리돼 운전석과 조수석이 완전하게 분리됐다. 곳곳에 고광택 소재를 써서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금속 느낌의 패널들은 세련됨을 표현했다. 계기판도 시인성을 최대한 확보했다. 차의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트립 컴퓨터는 주황색 조명으로 흰색 계기판 조명과 대비를 이룬다. 운전석, 동승석을 가리지 않고 전·후·측면 시야는 경쟁차에 비해 월등하다. 역시 푸조라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헤드업 디스플레이 모습도 깔끔하다. 보통의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전면 유리에 반사되는 것과 달리 3008의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전용 유리창이 대시보드 위에 솟아나 속도와 차간거리를 표시한다. 운전자의 앉은 키에 맞도록 반사 위치를 설정할 수 있다.

3008은 적재 공간에 특히나 신경 썼다. 뒷좌석에 6:4 폴딩 시트 적용은 기본이고 조수석까지 완전히 접힌다. 적재용량은 512ℓ지만 좌석을 모두 접으면 1,604ℓ까지 늘어난다. 곳곳에 배치돼 있는 수납함은 매우 실용적이다.

▲성능
디젤차의 대표적인 단점은 소음이다. 디젤엔진인 3008도 이런 소음이 우려됐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디젤차의 소음보다 3008은 훨씬 조용한 모습을 보여줬다. 디젤에 주력하는 푸조의 노하우가 적절하게 녹아 들었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외부 소음이 아예 없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그나마 크게 거슬릴 정도는 아니라는 의미다.

스티어링 휠은 유럽차답게 조금 무겁다. 그러나 여성운전자라도 쉽게 조작할 수 있을 것 같다. 반응도 재빠른 편이다.

이번 3008에는 1.6ℓ HDi 디젤엔진과 수동변속기 기반 MCP가 장착됐다. 이미 308 등에 적용돼 좋은 반응을 얻은 조합이다. 앞으로 넘버링 "3" 이하 모든 차들은 MCP가 적용될 것이라고 한다. 연료 효율의 장점 때문이다. MCP의 특징은 기어레버에 "P"가 없다는 점이다. 수동 방식을 따르는 탓이다. 때문에 주차 때는 반드시 "N" 위치에 기어를 놓고 주차 브레이크를 작동시켜야 한다. 주차 브레이크는 전자식으로, 채울 때는 레버를 당겨서 작동시키지만 풀 때는 가속 페달을 밟기만 하면 된다.

가속 페달을 밟고 차를 움직여 보았다. 역시 저속 구간의 변속 충격은 MCP가 가지고 있는 단점 중 하나다. 특히 "A"모드에서 심하며, 부드러운 변속을 선호하는 추세에 못 미친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패들 시프트를 통해 수동으로 변속 타이밍을 맞추면 그나마 불편함이 상쇄된다. 때문에 정지했다가 출발하면 출발과 가속이 조금 더딘 편이다. 도심 신호 정지 상황이나 정체 때는 재빠른 가속을 할 수 없어서 뒤차의 원성을 살 법도 하다.

그러나 기어가 어느 정도 올라가는 시속 80km 이후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1.6ℓ 엔진이 감당하기에는 다소 큰 차체라고 생각했지만 엔진의 힘은 전혀 부족함이 없다. 토크가 27.5kg·m로 꽤 높기 때문이다. 경쟁 차종의 2.0ℓ SUV와 비교해도 무리가 없다. 요즘 저배기량 고출력 엔진 차들이 즐비해서 다소 부족해 보이는 112마력이라는 출력도 일반적인 주행상황에서는 큰 무리가 없는 힘이다.

푸조 차답게 코너링은 민첩하다. 상대적으로 높은 차체에도 코너를 빠져나오는 느낌은 나쁘지 않다. 기본기가 잘 갖추어져 있다. 직선 주로에서도 시속 120km까지 가속에 무리가 없을 정도다. 주행 안정성도 좋은 편이다. 나쁘지 않은 흔들림이다. 가속 페달을 더 밟아 시속 160km까지 속도를 올렸다. 이후에는 1.6ℓ 엔진의 한계가 느껴졌다.

3008 MCP의 가장 큰 장점은 연비로 귀결된다. 15억 유로(약 2조 4,000억원)를 투입한 신형 1.6ℓ HDi 엔진은 MCP 변속기와 조합돼 ℓ 당 21.2km라는 높은 연료효율을 낸다. 클린 디젤을 표방하는 만큼 127g/km밖에 안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인상적이다.

▲총평
역시 연비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그만큼 3008 MCP의 높은 연비는 특별하다. 동급 어느 차를 둘러봐도 ℓ 당 20km를 넘는 차는 찾아볼 수 없다. 그런 점에서 3008은 넘치는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연일 치솟는 기름값이 걱정된다면 3008은 확실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원래 3008의 강점이라고 꼽혀왔던 뛰어난 디자인 감성은 덤으로 느껴질 정도다. 패밀리카의 가장 큰 덕목인 실용성도 기본적으로 확보하고 있으니 효율은 더 이상 선택의 여지를 남겨놓지 않는다. 가격은 3,89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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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사진/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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