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 출고장으로 들어서자 고무냄새가 코를 찌른다. 직원들은 생산된 제품이 쌓이기 무섭게 컨테이너로 옮겨 담는다. 공장 내부로 발걸음을 향했다. 쉴 새 없이 타이어가 머리 위로 지나간다. 중압감이 느껴지는 최신 자동화 설비에서는 다양한 제품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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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 중국 가흥공장의 입구 |
중국 최대 상업도시인 상하이에서 1시간반쯤 달렸을까. 잠깐이지만 울퉁불퉁한 벨지안로드를 지나 깔끔하게 정리된 큰 길이 모습을 드러냈고, 이내 저장성 자싱 한국타이어 공장에 도착했다. 거대한 공장건물 안에선 중국 타이어시장 1위를 지키려는 근로자들의 땀냄새가 뿜어져 나왔다.
한국타이어 자싱공장은 1999년 설립돼 장쑤성 화이안과 함께 중국시장의 전초기지 역할을 수행하는 곳이다. 중국 최초 외국기업 소유의 공장이라는 점 외에 중앙정부의 승인을 얻어낸 첫 외국계 타이어기업이라는 점에서 후진타오 주석이 자싱공장을 방문, 격려하는 모습이 중국 전역에 방송됐을 정도다. 설립 당시 하루 6,000개 수준의 생산실적이 현재는 5만9,000개로 늘었다. 연간 2,000만 개 이상을 생산하는 대규모 시설과 중국인들의 큰 호응 덕에 한국타이어는 현지 업체를 포함해 세계 44개 자동차회사에 타이어를 납품하는 성과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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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흥공장 전경을 보여주는 모형, 오른쪽이 제3공장이다. |
한국타이어의 중국 내 성공비결은 철저한 현지화로 분석된다. 직원과의 유대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7,500명에 달하는 전 직원이 상하이엑스포를 단체 관람했고, 명절 때 귀향버스 등도 제공했다. 물론 어려움이 없는 건 아니다. 공장 관계자는 “여러 지역 출신의 직원들이 있어 입맛이 제각각"이라며 "직원들의 고충을 들어보면 대부분이 먹거리와 관련된 문제”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회사는 적당히 간을 맞추고, 한식과 중식을 제공해 기호에 따라 골라 먹을 수 있도록 했다. 특히 한식의 인기가 높다는 게 관계자의 귀띔이다.
3공장 내부로 들어서니 시큼한 고무냄새가 가득했다. 어두컴컴한 출고장을 지나 가류공정의 몰딩머신을 마주했다. 이 곳에선 고온 고압의 스팀으로 동그란 고무덩어리를 약 15분간 찐 뒤 타이어 형태로 변화시킨다. 트레드는 이 때 형성된다. 95대의 몰딩머신이 쉴 새 없이 타이어를 쪄낸 뒤 완성된 제품은 다른 곳으로 이동시킨다. 한국타이어가 자랑하는 성형공정은 카카스와 이너라이너를 붙이고 바람을 불어 넣어 장판에서 도넛과 같은 형태로 변화시키는데, 매우 신기했다. 회사 관계자가 이 곳에서만큼은 "절대보안"을 요구할 정도로 중요한 공정이다.
자동화 시스템은 중국 내 생산성을 더욱 높이는 비결이 됐다. 직원들의 안전사고 방지는 물론 불량률을 0.16%로 낮췄다. 회사의 성장에 고무된 듯 직원들은 대체로 표정이 밝았다. 즐겁게 일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황성학 부공장장은 “자동화율은 현지 인건비를 고려해 결정할 수밖에 없다”며 “여전히 중국은 인건비 경쟁력이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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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어를 만들어내는 가류공정 |
이어 방문한 CTC(China Technical Center)는 미국, 유럽, 일본 및 한국 대전 본사 R&D센터와 협력, 제품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1998년 문을 연 이 곳의 직원은 총 170명. 이 가운데 108명이 엔지니어다. 최신 시험장비 및 설비도 100여 종 이상 보유해 다양한 실험이 가능하다. 제품 개발과 관련된 역할을 수행하는 개발지원, 공장 내부의 기술적 문제에 대응하는 공장지원 그리고 소비자들이 실제 사용하며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기술적으로 분석해 대응하는 등 모든 영역에 걸쳐 기술적 지원을 한다.
CTC 내부로 들어가면 다양한 장비가 눈에 띈다. 이를 통해 얻어진 결과가 제품에 빠르게 반영될 수 있도록 연구원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사고 타이어의 견본을 채취해 분석하거나 고무 자체를 연구하는 건 기본이다. 위험하다는 내구성 테스트실에선 문을 열자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 나온다. 섭씨 100도 가까이 올라가는 타이어 온도에 여러 설비들이 쉼없이 작동하고 있다. 타이어 공기압을 높여 터뜨리는 폭발실험과, 고무 자체의 성질을 변화시키며 다양한 데이터를 측정하는 등의 모습도 볼 수 있다. 단지 검은 고무로만 여겨지기 쉬운 타이어 탄생의 비밀이 숨겨진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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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개발센터의 역할을 보여주는 슬라이드 |
이런 노력의 결과로 한국타이어는 중국에서 20%의 시장점유율을 보이며 승용타이어(PCR)부문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또 꾸준히 성장하는 중국시장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중국 제3공장 건립 계획을 발표했다. 2015년 완공되는 이 공장은 PCR 타이어 1,000만 개, TBR(트럭/버스) 타이어 150만 개 등 연간 1,150만 개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이를 통해 중국 내 1위 위상을 강화하고, 2014년 글로벌 5위 타이어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게 한국타이어의 포부다.
한편, 한국타이어는 중국시장에서 보급형 제품을 필두로 양적인 성장을 거듭했지만 이제는 공격적인 전략을 바탕으로 프리미엄 브랜드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우선 꾸준한 인기를 보이는 앙프랑은 공급에 최선을 다하고, 프리미엄 제품 ‘벤투스S1 노블’도 투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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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내 한국타이어의 판매망을 슬라이드를 통해 보여준다. |
상하이=박찬규 기자
star@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