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김종현 특파원 = 일본 산업의 근간인 자동차업계가 동일본대지진과 쓰나미로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부품 조달이 차질을 빚으면서 국내 생산이 급감했고, 해외 생산과 수출에도 연쇄적인 악영향을 미치면서 실적이 크게 악화할 전망이다.
토요타자동차를 비롯한 일본 자동차 8사의 3월 국내 생산은 38만 7,567대로 작년 같은 달에 비해 57.5% 급감했다. 이는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위기를 맞았던 2009년 2월의 생산 감소폭(55.9%)을 상회한 역대 최악의 생산 감소다. 토요타의 경우 부품 조달 차질로 국내 17개 공장이 일시 조업을 중단하면서 3월의 생산대수가 역대 최저로 떨어졌다. 닛산은 엔진공장 화재, 혼다도 부품 조달이 막히면서 3월 생산이 급감했다. 일본 자동차업계는 최근 들어 생산을 정상화했지만 부품 조달이 여의치 않아 공장 가동률은 50%대에 그치고 있고, 이 때문에 4월 생산도 50% 안팎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3월 생산이 사상 최악의 수준으로 감소하면서 자동차 8사의 매출 손실은 1조 694억 엔(약 14조 4,3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토요타가 6,171억 엔, 혼다가 1,145억 엔, 닛산이 1,130억 엔, 마쓰다가 716억 엔, 후지중공업이 681억 엔, 스즈키가 549억 엔, 미쓰비시자동차가 298억 엔의 매출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됐다.
일부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세계 시장에서의 생산과 출하가 15%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생산과 출하가 350만대 정도 차질을 빚는다는 의미로 매출액으로 환산하면 약 7조 엔에 달한다. 요미우리신문에 의하면 자동차 한 대에는 약 3만점의 부품이 필요하지만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로 부품업체가 피해를 입으면서 토요타의 경우 아직 150점 정도의 부품 공급이 불안한 상황이다. 자동차 업계가 극심한 생산 부족에 빠지면서 부품 업계도 직격탄을 맞아 올해 수조엔의 매출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문제는 부품 조달 차질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자동차는 제품 특성상 부품 조달선을 쉽게 바꾸기 어려운데다, 쓰나미 피해를 본 부품 공장의 정상화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업계는 올해 내내 부품 공급 차질이 계속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지속되고 있는 엔고도 자동차업계에 설상가상의 충격을 가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달러 당 90엔도 높다는 시각이지만 현재 엔화값은 달러 당 81∼82엔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엔화값이 달러 당 1엔 오르면 토요타는 연간 300억 엔, 닛산은 180억 엔, 혼다는 170억 엔의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
일본 제조업의 등뼈인 자동차 산업의 부진은 대지진과 쓰나미로 타격을 받은 일본 경제의 회복에 심각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일본종합연구소는 "자동차와 관련산업을 아우를 경우 일본 제조업 생산의 20%를 차지하는 만큼 자동차 산업의 부진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심대하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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