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탈리아 피아트 자동차의 최고 경영진들이 잇따라 미국 크라이슬러사와 합병 후 본사를 미국으로 옮길 수 있다는 의향을 피력하고 있다.
피아트의 존 엘칸 회장은 향후 예정된 크라이슬러사와의 합병 이후에는 현재 토리노 본사가 계속 유일한 본사로 남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영국의 경제전문 일간 파이낸셜 타임스(FT) 인터넷판이 28일 보도했다.
피아트의 지배적 지분 30%를 확보한 지주회사 엑소르의 회장을 겸하고 있는 엘칸 회장은 토리노에서 개최된 엑소르의 연례 주주총회에 참석, 피아트를 창업한 아그넬리 가문이 금년말로 예정된 피아트의 크라이슬러 과반 지분 확보 및 향후 합병에서도 최대 주주로 남을 생각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올해 35세인 엘칸 피아트 회장은 피아트 창업자인 고 지아니 아그넬리 회장의 외손자로, 그의 타계 후 지난 2004년 부회장에 올랐으며 작년 4월 회장으로 승진했다.
엘칸 회장은 이날 크라이슬러 본사 소재지인 미 디트로이트와 브라질사업 중심지인 벨로 호리존테 등을 염두에 두면서 "회사란 고객이 있는 곳에 소재하는 것이지 결정을 내리는 곳에 위치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피아트는 토리노에 소재하는 만큼이나 디트로이트, 벨로 호리존테에 존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사업의 지리적 범위가 넓은 영국계 HSBC 은행의 경우 1개 이상의 본사를 두고 있음을 상기시키면서 피아트 역시 사업경계의 확장으로 소비자와 사원 모두 이득을 보고 있으며 또 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크라이슬러사도 이끌고 있는 피아트의 세르지오 마르치오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월 피아트 본사의 미국 이전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이탈리아 노조 및 정치인들로부터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피아트 내부사정을 잘 아는 금융계 인사들은 이탈리아의 관료주의 및 노동관계에 좌절감을 갖고 있는 마르치오네 CEO가 이탈리아 사업규모를 축소하는 대신 미국에서 합병기업의 경영을 지휘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에 엘칸 회장 역시 크라이슬러와 합병하게 되면 과거 100년간 본사 자리를 지켜 온 토리노가 유럽 본사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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