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유럽연합(EU)간 FTA가 오는 7월1일부터 본격 발효된다. 이에 따라 수입차 업계와 소비자들이 국내로 들어오는 수입차 가격 변동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인기 수입차 대부분이 유럽산이라는 점에서 가격 인하폭이 클 경우 구입을 염두에 둘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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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부터 FTA가 발효된다고 당장 수입차 가격이 내려가는 것은 아니다. 현재 국내에 들어오는 수입차 배기량은 대부분 1,500cc 이상이다. 이 경우 향후 3년 내 관세가 사라지게 된다. FTA에 따르면 7월1일 이후 국내로 반입되는 수입차는 현행 8% 관세율에서 2.4%포인트 낮아진 5.6%가 적용된다. 2012년 7월 이후는 3.2%, 2013년 7월부터는 1.6%가 적용된다. 관세가 전면 사라지는 시점은 2014년 7월이다.
업계는 관세율이 0%일 때 6,600만원에 판매되는 수입차 가격 인하액을 300만원 정도로 보고 있다. 하지만 300만원이 실제 판매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나아가 올해 7월 이후 내려갈 2.4%포인트는 가격 변동폭에 전혀 반영되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쉽게 보면 8%가 사라졌을 때 감소하는 300만원조차 경쟁요소가 되지 못한다는 예상 속에서 90만원 수준에 불과한 2.4%포인트 인하는 시장 판도 변화를 끌어내기에 역부족이란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일부 수입 업체들은 FTA 발효로 낮아지는 관세를 오히려 이익으로 흡수하는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제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FTA 발효 이전 구입자와의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 "현행 가격 유지"를 고수하는 게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업계 관계자는 "올해 7월 이후 수입되는 차부터 관세율이 낮아져도 6,000만원 수입차의 가격 인하폭은 100만원이 되지 않는다"며 "일부 유럽 수입차의 경우 판촉을 통한 할인지원액이 현재도 수백만원이 넘는 점을 알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6,000만원 수입차 가격을 100만원 내려준다고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지 않는다"며 "그렇다면 굳이 수입 업체들이 관세 인하액을 가격에 반영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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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내려갈 세금이 가격에 반영되지 않는다면 해당 금액은 고스란히 수입 업체들의 마진에 포함될 수밖에 없다. 표면적인 수입차 가격이 그대로라면 관세 인하로 수입 업체들의 반입 원가 자체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1억원 넘는 차를 고르면서 500만원 내려가지 않았다고 구매 예정자가 발길을 돌리지는 않는다"며 "업체마다 FTA 관세 인하를 반영하는 것 같은 제스처는 있겠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가격의 큰 변화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입 업체들이 마진폭을 늘릴 수 있는 또 다른 비결은 부품이다. 자동차 부품의 경우 7월 이후 수입분부터 관세가 즉시 사라지게 된다. 외형상 3-4%의 가격 인하 여지가 있지만 소비자들이 자동차 부품 가격을 자세히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완성차처럼 줄어든 세액을 마진으로 가져갈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정비업계 관계자는 "부품은 차가 고장나거나 필요할 때 소비자가 가격을 물어보는 것이지, 평소 완성차회사가 자세한 가격을 공개하지 않는다"며 "7월 이후 수입 업체들이 관세 인하액을 반영했다고 한 뒤 내부적으로 부품 가격을 세액 인하만큼 올리면 표면적인 가격은 차이가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실제 수입 업체들이 완성차 가격을 파격적으로 내리면 서비스 부품 가격은 오르는 게 일반적"이라며 "완성차 판매에서 줄어든 마진을 부품 서비스에서 보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발을 의식, 수입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완성차 및 부품 가격을 소폭 내릴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협정 발효 이후 소비자들이 수입차 가격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질 수 있어서다. 업체 관계자는 "가격을 일부라도 조정하지 않으면 구입 예정자들의 반발이 있을 수 있다"며 "수입 업체도 상황을 봐가며 마진으로 흡수할지, 아니면 조금이라도 가격 인하를 행동으로 보여줄지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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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번 협정이 발효되면 향후 배기량 1,500cc 미만 유럽산 수입차의 한국 진출도 예상된다. 하지만 이 경우 관세 철폐 기간이 7년에 달해 당장 경쟁력을 갖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폭스바겐 폴로 1.4ℓ가 수입될 경우 7년에 걸쳐 8%가 단계적으로 내려가는 것이어서 올해 수입된다 해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다만, 유럽 가솔린 배출가스 기준이 국내에도 적용돼 향후 다양한 유럽 소형 가솔린 차종의 국내 진출 가능성은 열린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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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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