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볼보의 부활, S60 T5 프리미엄

입력 2011년05월06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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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초창기 시절 국내에서 볼보는 "부의 상징"으로 꼽혔다. 다부지고 단단해 보이는 외관은 성공의 대명사로 여겨질 만큼 신뢰를 받았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소비자가 외면하기 시작했다. 시장이 개방되면서 독일 브랜드의 앞다툰 진출이 이어졌지만 볼보는 시대 변화를 읽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시선에서 멀어져 갔다. 그 결과 미국 포드에서 중국 지리자동차로 넘어가는 변화를 겪기도 했다.

절치부심하던 볼보가 시대적 흐름에 합류한 것은 2,000년대 들어서다. 직선에서 곡선으로 옷을 갈아 입으며 서서히 명성을 회복했고, 중심은 볼보의 주력 세단 S60으로 채워졌다. 이런 S60이 9년 만에 완전변경되며 시장에 출시됐다. 완전변경 기간을 감안하면 긴 세월이지만 볼보는 프리미엄 브랜드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S60으로 브랜드 기사회생의 시발점을 삼겠다는 복안이다. 볼보의 새로운 미래 S60 T5 프리미엄을 시승했다.

▲스타일
S60의 컨셉트는 지난 2009년 1월 디트로이트에서 공개됐다. 쿠페형 디자인을 적용한 외관과 강화 유리 패널을 사용한 센터페시어 등이 큰 관심을 받았다. 이어 2010년 3월 제네바에서 양산차가 데뷔했다. 호평을 받았던 유리 패널 센터페시어는 원가 문제로 적용되지 못했지만 볼보 디자인으로 생각되지 않을 만큼 변화의 폭이 컸다.

전면부에서는 라디에이터 그릴의 각진 모서리가 최대한 둥글게 변했다. 헤드램프도 이전보다 모양이 다듬어졌다. LED 조명을 채택해 최근 흐름도 적절히 반영했다. 범퍼 아래쪽에 위치한 에어 인테이크과 벤트는 무광 크롬 처리로 고급감을 살렸다. 오밀조밀한 전면 디자인과 달리 측면은 최대한 간결하게 마무리했다. 볼보 전통의 "스칸디나비아 라인"이 적용됐지만 다소 과했던 과거에 비해 측면 라인이 부드럽게 정리됐다. 대체적으로 깔끔한 느낌이다. 뒤로 갈수록 각이 떨어지는 쿠페형 디자인은 날렵한 차의 특성을 대변한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뒷모습은 변화의 폭이 적다. 리어 램프의 각도가 달라지긴 했지만 예민한 사람이 아니라면 알기 어려울 정도다.

실내는 북유럽 스타일이 그대로 녹아들었다. 이른바 실용 디자인이다. 여기에 단순함과 현대적인 세련미가 동시에 묻어난다. 많은 첨단 기능이 들어갔지만 최대한 억제된 센터페시어의 버튼 숫자는 운전자가 각종 조작으로 방해받는 것을 막아준다. 안전에 최선을 다한다는 볼보의 철학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내비게이션 모니터는 센터페시어에 수납돼 단점으로 꼽혀왔던 시인성을 보완했다. 스티어링 휠은 S80과 동일한 것을 사용해 고급감을 높였고, 적갈색의 시트는 우아해 보인다. 앉았을 때의 느낌은 약간 딱딱하지만 크게 불편함은 없다.

▲성능 및 안전장치
국내에 출시된 S60은 2.5ℓ 가솔린의 T5와 2.4ℓ 디젤의 D5 두 종류다. 시승차는 T5로 최고출력 254마력, 최대토크 36.7kg·m를 내는 직렬 5기통 저압터보 엔진이 탑재됐다. 연료효율은 ℓ당 10.2km로 기존 대비 약 0.6km/ℓ 향상됐다. 변속기는 기어트로닉 6단 자동변속기다.

차를 출발시켰다. 즉각적인 반응이 일어나며 속도를 높인다. 저회전 구간에서 최대 토크를 낼 수 있도록 설계된 터보의 역할이 확실하게 느껴진다. 조금만 출발이 늦어도 혼 스위치를 마구 눌러대는 국내 교통문화를 감안할 때 S60의 순발력은 넘치기까지 한다. 페달을 밟아 속력을 더 냈다. 엔진 소리가 중후하진 않지만 가볍지도 않다. 소음(Noise)보다는 소리(Sound)에 가깝다. 속도가 고속으로 올라가도 힘은 부족함이 없다. 넉넉하고 여유로운 주행성능이 돋보인다. 전자식 섀시 제어 시스템은 컴포트, 스포츠, 어드밴스드 등 3가지 주행 모드를 지원한다. 그러나 각 모드에서의 느껴지는 차이는 뚜렷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보다 확실한 성격 구분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하체 강성은 이전의 볼보와 전혀 다르게 개발됐다. 이전 대비 단단해졌다고 해야 맞다. 때문에 굴곡 구간을 공략하는 느낌이 예전보다 안정됐다. 볼보는 CTC(Coner Traction Control)라는 시스템으로 운동능력을 보강했다고 밝혔다. 앞바퀴에 걸리는 토크의 좌우 균형을 잡는 기능이다. 어느 한 쪽으로 지나치게 쏠리는 것을 억제하면 원심력이 강해지는 코너링에서 밀리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물론 이런 비슷한 기능은 요즘 모든 차에 공통적으로 많이 적용된다. 개인의 운전실력 차이가 첨단 장치로 좁혀지는 셈이다. 스티어링 감성은 날카롭다. 미세한 조향에도 움직임이 반응한다. 제동력도 좋은 편이다.

안전의 대명사 볼보답게 S60에는 세계 최초로 개발된 보행자 추돌방지 시스템(T5 프리미엄에 기본 장착)이 적용됐다. 라디에이터 그릴에 위치한 레이더를 이용, 전방에 장애물이 생기면 운전자에게 1차 경고를 한다. 운전자 시야 전방 유리창에 주황색(주의), 빨간색(경고) 조명으로 표시되며 경고음도 울린다. 그럼에도 운전자가 반응하지 못하면 순간 제동으로 2초 가량 강제로 차를 정지시킨다. 실제 도로에선 안전상의 이유로 체감하지 못했지만 지난 3월 S60 시승회 때 추돌방지 기능은 이미 경험한 바 있다. 이미 적용된 시티 세이프티 기능과 함께 매우 유용한 안전품목이다.

이 밖에 적응형 크루즈 컨트롤은 시속 30km 이하에서 앞 차의 출발과 동시에 가속하는 큐 어시스트 기능이 조합됐다. 시속 200km까지 미리 설정된 차간 거리를 측정해 주행 속도를 자동으로 조절한다. 볼보에 따르면 가속과 브레이크 페달을 전혀 조작하지 않아도 도심이나 고속도로를 가리지 않고 안전 운행이 가능하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오래 작동하면 졸음이 온다.

▲총평
진일보한 외관 디자인과 성능, 여기에 볼보 전통의 안전 시스템까지 S60은 "미래"의 성격이 담겨 있다. 때문에 볼보코리아도 S60을 내세워 수입 준중형 시장을 호령하는 BMW 3시리즈와 아우디 A4 등과 정면으로 승부하겠다는 심산이다. 상품성만을 놓고 본다면 S60이 전혀 뒤질 이유가 없어서다. 게다가 4,990만원과 5,790만원(프리미엄), 5,120만원(D5)의 가격은 독일차 대비 경쟁력도 있어 볼보의 자신감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볼보가 극복해야 할 과제도 있다. 쉽지 않겠지만 브랜드 인지도에서 BMW나 아우디를 넘어야 한다. 예전이야 볼보가 수입차 대표 주자였지만 최근에는 영향력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거 명성을 어떻게 부활시키느냐가 S60 성패의 열쇠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볼보코리아의 마케팅 전략 변화가 절실해 보인다. 이미 안전의 대명사로 불리는 마당에 지금처럼 안전장치 소개에 치중하기보다 국내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북유럽 스타일"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굳이 유행을 따르지 않겠다면 할 수 없지만 볼보의 태생이 스웨덴이고, 스웨덴이 북유럽에 있음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떨어진 브랜드 이미지 회복을 위한 생각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시승/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사진/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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