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산 둘레길은 서울시민을 위한 치유의 숲길이다. |
꽃향기 실은 봄바람이 몸과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부드러운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며 걸어보는 건 어떨까. 5월은 걷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이다.
굳이 먼 곳을 찾아가지 않아도 서울 도심에서 즐길 수 있는 걷기 좋은 코스가 여럿 있다. 그 중 하나가 북한산 둘레길. 이 길은 지난해 9월 북한산과 도봉산을 잇는 총 길이 63.2km 중 도봉산 구간 26km를 제외한 북한산 44km에 걸쳐 조성됐다. 근래 걷기열풍과 함께 전국 각지에 걷기 좋은 길이 속속 만들어지고 호응을 얻으면서 북한산 둘레길도 만들어졌다. 기존의 샛길을 연결하고 다듬어서 북한산 자락을 완만하게 걸을 수 있도록 조성한 둘레길은 저지대 수평 산책로다.
|
둘레길 표지판 |
서울 도심 어디서나 접근이 쉬운 북한산은 "단위면적 당 가장 많은 탐방객이 찾는 국립공원"으로 기록될 만큼 늘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지만, 최근에는 가벼운 차림으로 산책하듯 북한산을 찾는 남녀노소의 발길까지 더해지고 있다.
|
솔향기 가득한 소나무숲길 |
북한산 둘레길은 소나무숲길, 순례길, 흰구름길, 솔생길, 명상길, 평창마을길, 옛성길, 구름정원길, 마실길, 내시묘역길, 효자길, 충의길, 우이령길 등 13개 구간으로 나눠진다. 이 중 우이령길 구간은 예약을 해야만 출입이 가능하고, 나머지 구간은 자유롭게 갈 수 있다.
우이계곡을 따라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며 걸을 수 있는 소나무숲길은 우이령길 입구에서 솔밭근린공원 위쪽까지 이어진다. 소나무가 지천에 있어 솔향기가 그윽하다. 길이 넓고 완만하며 편안하게 산책을 즐기기에 좋다.
|
흰구름길 구간에 있는 전망대에 올라 바라보면 멀리 서울 도심과 북한산이 어우러진 경관을 조망할 수 있다. |
순례길은 솔밭근린공원 위쪽에서 이준열사 묘역 입구까지 이어진다. 이 구간은 독립유공자 묘소를 비롯해 조국 광복을 위해 청춘을 바친 광복군 합동묘소,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된 분들이 잠든 4.19 민주묘역을 지난다. 순례길 구간이 끝날 즈음엔 저도 몰래 가슴 저 밑바닥에 차오르는 뜨거운 감정을 느끼게 된다. 아이들과 함께 걷는다면 좋은 교육기회가 된다.
|
북한산 둘레길 중 유일하게 성곽을 통과하는 코스인 옛성길 구간 |
흰구름길은 북한산 둘레길 중 유일하게 12m 높이의 구름전망대가 설치돼 있어 정상에 올라가지 않아도 북한산 경관과 서울 도심 그리고 멀리 수락산 등을 구름 위에서 조망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구간이다. 이준열사 묘역 입구부터 북한산 생태숲 앞까지다.
시청이나 광화문 근처에서 접근하기 쉬운 구간은 평창마을길과 옛성길 구간. 굳이 출발지 기착지 따질 것 없이 평창동에서 출발하면 된다. 미술관과 분위기 좋은 카페 등이 자리한 평창동의 예술적 분위기를 감상하며 사자능선이 어우러진 길을 걸을 수 있다. 걷는 내내 다양한 볼거리가 나타나며 북한산의 빼어난 조망과 주변 산의 멋진 경관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
성곽을 따라 걷다보면 조선시대로의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 |
평창동길에서 이어지는 옛성길 구간은 북한산 둘레길 중 유일하게 성곽을 통과하는 코스다. 대남문과 비봉능선에서 이어져내려와 조선시대 도성과 북한산성을 연결해 축성된 탕춘대성까지 연결된다. 서울의 북서쪽 방어를 위해 세운 탕춘대성은 인왕산 동북쪽에서 비봉 아래까지 약 4km 거리에 연결된 산성이다. 연산군의 놀이터였던 탕춘대가 있어 탕춘대성으로 불리는 성곽길을 따라 거닐며 조선시대로 시간여행을 떠날 수 있다. 한 걸음 한 걸음 걸어올라 탁 트인 전망데크에 이르면 보현봉을 시작으로 문수봉, 비봉, 향로봉, 족두리봉 등 북한산의 수려한 여러 봉우리를 가슴에 품을 수 있다.
|
탕춘대성 암문 |
발 아래 펼쳐지는 서울의 빌딩숲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고, 떠들썩한 도시의 소음도 아득히 멀어지는 곳. 북한산 둘레길을 걷다보면 아등바등 숨가쁘게 달리던 자신의 모습을 새삼 되돌아보게 된다. 호젓하고 유순한 숲길을 거닐며 각박했던 마음까지 달래게 되는, 북한산 둘레길은 지친 서울시민을 위한 치유의 숲길이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
성곽길을 올라 전망데크에 다다르면 문수봉 비봉 등 수려한 산봉우리들이 한눈에 보인다. |
|
체력조절에 도움되는 둘레길 거리표 |
|
성곽 오솔길을 찬찬히 걸으며 도시생활에 지친 마음을 달래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