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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톳길인데다 평탄해서 맨발로 걷기 좋은 문경새재 옛길 |
걷기 좋은 길로 손꼽히는 곳 중 하나가 경북 문경새재 옛길이다. 눈부신 신록과 따사로운 햇빛, 화사한 꽃향기 어우러지는 이 맘 때면 문경새재 옛길을 따라 느릿느릿 거닐기에 가장 좋다. 그래서 해마다 5~6월이면 이 곳에선 "문경새재 맨발걷기대회"가 제1관문 앞 광장에서 출발해 제2관문까지 왕복 6km 구간에 걸쳐 열린다.
제3관문인 조령관까지 6.5km 전 구간이 황톳길인 문경새재 옛길은 평소에도 많은 사람들이 맨발로 걷기를 즐긴다. 신발에 가둬뒀던 발이 맘껏 자유를 누리는 날, 발가락 사이로 매끄럽게 빠져나가는 황토의 촉감이 더없이 기분좋다. 주변 계곡에서 들려오는 물소리, 산새의 지저귐이 유쾌한 멜로디처럼 귓전에서 떠나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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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제길에 설치된 인형모형 |
옛길을 따라 걷는 그 시간은 과거로의 시간여행이다. 문경새재가 어떤 길이었던가. 조선시대 영남과 기호지방을 잇는 영남대로의 중심이며 사회, 경제, 문화 등 문물의 교류지이자 국방 상의 요충지였던 곳이었으며, 숱한 사람들의 꿈과 눈물과 한숨이 굽이굽이 배어 있는 길 아닌가. 청운의 푸른 꿈을 가슴에 품고 한양으로 과거시험을 보러가던 선비들이 넘던 길이자, 초야에 묻혀 지내던 영남의 유림들이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며 상소를 올리러 한양으로 가던 고갯길이며, 등짐 가득 진 보부상이 닳은 짚신을 발가락에 꿰어가며 아슬아슬 넘던 길이자, 살기 어려워 고향을 등진 민초들이 눈물을 뿌리며 넘던 고갯길이기도 하다. "새재"라는 말에는 "새(鳥)도 날아서 넘기 힘든 고개", "억새(草)가 우거진 고개", "새(新)로 만든 고개"라는 뜻이 담겨 있다. 그런저런 사연을 떠올리며 쉬엄쉬엄 걷는 옛길은 그야말로 "걷는 게 쉬는 것이다"란 말을 절로 떠올리게 한다.
문경새재 도립공원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이 제1관문인 주흘관이다. 이 곳은 동쪽으로 주흘산이 우뚝 솟아 있고, 서쪽으로는 조령산이 길게 뻗어 천연의 요새임을 알 수 있다. 푸른 잔디밭을 배경으로 은은한 곡선의 기와지붕과 성문이 발길을 잡는다. 주흘관을 지나면 좌측 옆 전나무 그루터기에 경상북도 개도 100주년을 기념해 매설한 타임캡슐 장소를 볼 수 있으며, 조금 더 올라가면 드라마 촬영지 세트장이 나온다. 여기를 지나 좀 더 올라가면 오른편으로 돌담만 남아 있는 원터가 보인다. 조령원터는 날이 저물어 새재를 넘지 못한 나그네들이 하룻밤 묵어가던 곳이다. 그 길에서 조금 더 위쪽에 나그네들의 숱한 애한이 서린 주막이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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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약자를 위해 전기자동차도 마련돼 있다. |
제2관문 못미처에 있는 교귀정은 경상감사가 경상도 땅에 첫 발을 내딛고 관인을 인계인수하던 곳이다. 용추폭포와 함께 빼어난 절경을 보여준다. 이후 주변 풍광이 더욱 수려해지며 우거진 송림과 기암절벽에 둘러싸인 제2관문 조곡관이 나온다. 조곡약수터를 지나 고려말 공민왕 때의 유적지인 동화원을 통과해 다시 2.2km 더 가면 제3관문인 조령관이 마침내 모습을 보인다.
문경새재 제1관문에서 제3관문에 이르는 이 길은 어린이나 노약자도 쉽게 걸을 수 있을 만큼 평탄하다. 천혜의 자연 경치와 맑은 공기를 마시며 걷다보면 절로 건강해지는 느낌이 든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흘관에서 조령관쪽 방향으로 걷는데, 반대로 조령관부터 내려오는 방법도 괜찮다. 왕복 4시간 정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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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압길 |
▲맛집
문경약돌한우는 문경에서만 생산되는 거정석(일명 약돌)을 넣은 사료로 키운 한우고기다. 육질이 부드럽고 육즙이 많다. 문경약돌한우타운(1588-9075)이 근처에 있다. 문경시(동로면)는 전국 최대 오미자 재배단지로 이와 관련해 건오미자, 오미자진액, 오미자술, 오미자한과, 오미자청국장 등 많은 상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문경새재도립공원 안에 많은 음식점이 있다. 광성식당(054-572-3466)은 3대째 내려오는 엄마손청국장과 더덕구이, 약돌돼지 석쇠구이정식 등을 선보인다.
▲가는 요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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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씻는 곳. 맨발 걷기를 마치고 이곳에서 발을 씻으면 날아갈 듯 상쾌하다. |
중부내륙고속도로 문경새재 IC에서 빠지면 바로 문경새재도립공원으로 연결된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