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K5 하이브리드, 운행패턴 따라 선택해야

입력 2011년05월15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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ℓ당 21㎞. 기아차가 내세우는 K5 2.0ℓ 하이브리드의 공인 연료효율이다. K5 2.0ℓ 가솔린이 ℓ당 13㎞이고, 하이브리드가 가솔린 대비 중량이 120㎏ 늘어났음을 감안하면 효율 면에선 분명 진일보했다. 이런 이유로 기아차는 3,079만원의 2.0ℓ 가솔린 최고급(풀 옵션 기준) 대신 3,412만원(풀 옵션 기준, 세금 혜택 포함)의 하이브리드를 구입하면 추가 부담액 333만원을 3년 안에 건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기아차의 계산법은 단순하다. 연간 2만㎞ 주행을 하고, 가솔린 1ℓ의 연료비를 1,950원으로 기준할 때 K5 2.0ℓ 가솔린(AT)의 연간 연료소모량은 1,538ℓ. 금액으로 환산하면 300만원에 이른다. 반면 K5 2.0ℓ 가솔린 하이브리드(AT)는 952ℓ가 소모되고, 비용은 186만원이다. 연간 연료비 차액이 114만원인 만큼 3년이면 342만원의 연료비 차이가 생긴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말 그대로 이 같은 방식은 단순 계산이다.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사례가 아니라는 얘기다. 연간 주행거리가 2만㎞에 미치지 못하면 비용 상쇄 기간은 늘어나기 마련이며, 전기모터 작동 조건에서 많이 벗어나는 고속주행이 많으면 역시 시간은 더 필요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하이브리드의 선택은 자신의 주행 패턴을 잘 고려해서 선택해야 후회가 없다.



실제 시승에서도 이런 점은 극명하게 드러났다. 왕복 60㎞라는 매우 짧은 구간이지만 갈 때는 저속으로, 올 때는 고속으로 운행했다. 저속으로 갈 때는 전기모터 작동 시간이 많아 확실히 연료효율이 높지만 시속 120㎞ 정도에선 엔진의 힘으로만 주행이 이뤄졌다. 게다가 갈 때는 하이브리드가 주는 일종의 심리적 요소도 작용, 효율이 높아졌다. 하이브리드가 효율에 초점이 맞춰진 차종이어서 운전할 때 은근히 하이브리드임을 신경 쓴다는 얘기다. 이런 이유로 기존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 또는 토요타 하이브리드 등의 차종 보유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운전습관이 좋아진다는 얘기를 하곤 한다. "하이브리드=연료효율=경제적 운전습관"의 등식이 성립되는 셈이다.



기아차는 하이브리드의 무게 줄이기에도 안간힘을 썼다. K5 2.0ℓ 가솔린 하이브리드의 연료탱크 용량은 65ℓ다. 70ℓ의 2.0ℓ 가솔린에 비해 5ℓ 적다. 물론 무게 때문이다. 가뜩이나 전기모터 등의 시스템 추가 탑재로 중량이 증가, 연료탱크를 줄여 5㎏ 감량시켰다. 하지만 효율이 높아 연료를 가득 채웠을 때 주행 가능한 거리는 이론적으로 K5 2.0ℓ 가솔린 910㎞에 비해 455㎞ 늘어난 1,365㎞다. 효율이 좋은 만큼 탱크용량을 줄여 조금이나마 무게 부담을 덜어낸 셈이다.



시동을 걸면 "READY"라는 녹색불이 켜진다. "시동"이라는 표현보다는 "전원공급"이 더 적절하다. 변속레버를 "주행(D)" 모드로 옮기고 오르간 타입 가속페달을 밟으면 전기 동력이 차를 움직인다. 조용히 미끄러지듯 가속이 된다. 급가속을 하지 않고 서서히 속도를 올리면 배터리의 전력이 일정량 소진될 때까지 전력이 활용된다. 그러다 속도가 오르고, 가속페달에 조금 힘을 주면 엔진이 작동하면서 동력을 만들어냄과 동시에 다시 전기모터를 통해 배터리 충전이 된다. 이런 방식을 기아차는 병렬형 하드타입으로 부른다. 엔진과 변속기 사이에 클러치와 전기모터를 위치시켜 클러치가 동력전달을 끊으면 전기 동력이 변속기에 전달되고, 다시 이어지면 엔진 동력이 변속기에 전해지는 구조다. 전기모터가 엔진 동력의 보조역할을 최대한 충실하게 설계했다는 말도 곁들여졌다. 토요타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조금 다른 점이지만 기본적으로 구성품과 설계가 다를 뿐 전기를 보조동력원으로 사용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없다. 토요타가 지뢰처럼 깔아 놓은 하이브리드 특허를 피하기 위해 기아차가 독자 설계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다.



전기로 구동할 때 최고시속은 설계상 시속 120㎞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내리막길 등에서 동력이 많이 필요하지 않을 때이고, 일반적인 전기 동력 가속은 최고시속 60㎞까지 올릴 수 있다. 기아차 연구개발본부 민병순 팀장은 "포르테와 아반떼 하이브리드는 엔진에서 변속기, 그리고 바퀴로 동력이 전달되지만 이번 하드타입 하이브리드는 엔진에서 나온 동력이 클러치를 통해 전달유무가 조절되고, 모터를 거쳐 변속기, 그리고 바퀴로 연결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전기는 LG화학에서 만든 270V의 리튬폴리머 배터리에 저장되고, 전기차 모드에선 6단 기어가 활용돼 동력손실이 최소화됐다는 말도 덧붙였다.



소비자 입장에선 배터리의 보증수리 기간도 관심이다. 기아차는 6년 이내 또는 12만㎞까지 배터리 관련 부품을 보증키로 했다. 내부적으로 30만㎞ 시험을 통해 수명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그 이후에 고장 나면 개인비용으로 지불해야 한다. 아반떼 하이브리드 전용 배터리 가격이 121만원인 만큼 K5 2.0ℓ 가솔린 하이브리드는 배터리 용량이 더 커서 200만원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하이브리드에서 앞서가는 토요타 등도 아직 제품 문제로 배터리 이상이 발생한 사례는 없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배터리 품질은 시험으로 어느 정도 검증됐다는 얘기다. 하지만 보증수리 기간 연장 요구에 대해선 별 다른 대답이 없다.



K5 2.0ℓ 하이브리드는 기본적으로 연료효율 위주로 품목 변경이 이뤄졌다. 일단 엔진의 경우 기아차가 하이브리드 전용으로 개발한 최고 150마력의 누우 엔진이다. 여기에 30㎾급으로 최대 41마력을 발휘하는 전기모터, 그리고 정지 때 엔진의 작동이 멈추는 ISG 기능이 들어갔다. 물론 에어컨은 전력으로 작동돼 ISG가 작동해도 꺼질 염려는 없다. 실제 시승 때 직접 체감했다. 제동 또는 감속할 때 에너지를 회수해 하이브리드 전용 배터리를 충전하는 회생제어 시스템도 적용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에 따르면 회생제어 시스템이 충전에서 차지하는 역할은 미미하다. 물론 없는 것보다는 낫다.



또 하나의 관심은 배터리의 효율 수명이다. 일반적으로 노트북이나 휴대전화 등의 2차 전지도 오랜 기간 충·방전을 반복하면 배터리가 담아내는 전력량이 줄어들기 마련이다. 하이브리드 배터리도 예외일 수는 없다. 기아차는 이에 대해 효율이 최대 10% 가량 떨어지는 시점을 30만㎞로 주장하고 있다. 폐차할 때까지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더불어 영하 30도 이하, 영상 50도 이상의 기후 조건에선 배터리가 영향을 받겠지만 한국의 기후가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안심해도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한편, 기아차는 K5 2.0ℓ 하이브리드의 경쟁 차종으로 쏘나타 2.0ℓ 하이브리드와 토요타 캠리 2.4ℓ 하이브리드를 꼽고 있다. 이 중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와의 비교에선 K5 하이브리드의 가격 경쟁력이 월등하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런 이유로 기아차의 판매 목표는 올해 연간 6,000대 정도다. 지난해 전 세계 하이브리드 판매가 83만3,000대에 달했고, 2015년에 예상판매가 350~400만 대라는 점에 비춰 보면 K5 하이브리드의 글로벌 시장성은 밝다는 얘기다. 나아가 유가 상승이 지속되면 하이브리드에 대한 관심이 폭증할 것이어서 국내에서도 기대를 높게 잡고 있다. 기아차 마케팅팀 서춘관 실장은 "전망은 조심스럽지만 한순간 하이브리드가 유행이 될 수 있다"며 "그래서 중형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K5 하이브리드가 국내 중형 하이브리드의 돌풍을 일으킬지 주목해 볼만도 하다. 하지만 갑자기 인기가 치솟으면 LG화학의 배터리 물량공급이 부족할 수도 있다. 쏘나타 하이브리드와 같은 배터리를 쓰기 때문이다.



시승 후 하이브리드에 대한 하나의 확신을 갖게 됐다. 바로 높은 효율이다. 하지만 효율은 디젤도 무시못한다. 따라서 K5 하이브리드의 경쟁 차종은 같은 가솔린 하이브리드가 아니라 2.0ℓ 디젤일 수도 있다. 그나마 폭스바겐과 푸조 디젤이 준중형 또는 소형차여서 고민이지만 효율로만 보면 ℓ당 20km는 거뜬하다. 가솔린 하이브리드와 디젤, 선택은 개인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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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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