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박람회에 한 대밖에 없는 현대차 컨셉트카가 등장해 화제가 됐다. 주인공은 지난해 3월 스위스 제네바모터쇼에 처음 공개된 현대차 컨셉트카 아이플로우. 대부분 플라스틱 소재로 구성된 "2011 광저우 차이나플라스" 박람회에 컨셉트카의 등장은 신선한 볼거리였고, 덕분에 관람객이 몰리며 마치 모터쇼장을 방불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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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객에서 둘러싸인 현대차 아이플로우 컨셉트 |
지난 17일 개막한 차이나플라스는 화학회사들의 잔치로 불린다. 그러나 대부분 중간재 제품이 전시돼 일반인은 볼거리가 많지 않다. 이런 곳에 현대차가 아이플로우 컨셉트를 내놓고,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 당겼다는 점은 이채롭다. 하지만 아이플로우를 전시한 곳은 현대차가 아니라 독일에 기반을 둔 화학회사 바스프(BASF)였다. 바스프는 보기 드물게 아이플로우 옆에 도우미까지 배치, 전시 내내 사람들의 카메라를 끌어 당겼다. 마땅히 보여줄 게 없는 화학회사가 모터쇼에서나 볼 수 있는 컨셉트카를 통해 인파를 톡톡히 모은 셈이다.
그렇다면 전 세계 단 한 대밖에 없는 아이플로우가 어떻게 광저우까지 오게 됐을까? 이유는 아이플로우 개발과정에서 바스프의 역할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외장 등에서 바스프의 경량 신소재가 사용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km당 85g까지 낮출 수 있었던 것. 브랜드는 현대차를 붙였지만 현대차 홀로 만든 컨셉트가 아니어서 필요할 경우 현대차가 바스프에 차를 빌려준다. 광저우 바스프 전시관에 아이플로우가 올려진 것도 바스프의 요청에 따라 현대차가 아이플로우를 대여해 준 것. 바스프가 컨셉트 제작에 자체 비용을 부담한 만큼 현대차가 별도로 대여료를 받지는 않았으니 무료 렌탈인 셈이다.
바스프의 아이플로우 렌탈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바스프는 지난해 10월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린 국제 플라스틱전시회에도 아이플로우를 등장시킨 바 있다. ℓ당 33km의 연료효율을 지닌 아이플로우에 바스프의 플라스틱 경량화가 포함됐다는 점을 드러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기 때문. 물론 시선 끌기는 성공적이었다.
바스프의 아이플로우 내세우기는 화학업종이 자동차에 있어 매우 중요해지고 있음을 나타내는 방증이기도 하다. 자동차 개발에 있어 소재와 부품의 경량화가 하나의 추세로 굳어지면서 플라스틱을 제조하는 화학업종이 떠오르고 있다. 고기능, 고강성 플라스틱 소재로 금속을 대체하는 게 이들의 궁극적인 목표다. 실제 아이플로우는 바퀴 위 펜더 부위에 외장용 강화 플라스틱이 사용됐다. 겉으로 보기엔 금속 같지만 플라스틱 재질이어서 무게가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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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아이플로우 |
플라스틱을 내세운 화학업계의 공격적인 행보에 간담이 서늘한 곳은 당연히 철강업계다. 플라스틱이 철강을 대체하면 수요가 줄어들 수 있어서다. 이런 이유로 철강업계도 최근 무게를 대폭 감소시킨 친환경 자동차용 철강소재를 내놓고 대응에 나섰다. 최근 국제철강협회 산하 자동차분과위원회인 "월드오토스틸"이 기존 자체보다 35% 가벼운 미래철강차제(FSV)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188kg에 불과한 중량이 미래 전기차 등의 친환경차에 적극 대응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독일계 랑세스를 비롯한 화학업계가 철보다 강성이 뛰어난 하이브리드 플라스틱으로 자동차 소재의 주도권을 위협하자 철강도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공동 대응한 셈이다.
이런 경쟁에 대해 자동차 전문가들은 "금속과 플라스틱의 미래 전쟁"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 현재는 금속과 플라스틱이 필요에 따라 혼합 사용되지만 플라스틱의 금속 대체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금속과 플라스틱의 경쟁은 자동차회사의 역할마저 변화시키고 있다. 그간 자동차 만들기에만 골몰했다면 이제는 부품 소재를 발굴하고, 협력하는 혜안이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공감대도 형성돼 가고 있다. 경량 플라스틱 소재가 없었다면 현대차 아이플로우도 없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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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저우=권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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