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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 옛길박물관 전경 |
문경새재 옛길을 따라 가면 그 길을 걸어간 옛 사람들의 행적과 사연이, 그 길에 얽힌 전설과 이야기들이 궁금해진다."이 고갯길을 넘던 나그네의 괴나리봇짐 속엔 무엇이 들어있었을까" "100년 전에도 저 바위는 이 길목을 지키고 서 있었을까" "낭떠러지 저 길은 왜 토끼비리일까"…… 구불구불 이어지는 옛길 따라 숱한 궁금증도 따라붙는다.
문경새재도립공원 초입에 자리한 옛길박물관은 이런 궁금증은 물론, 옛길 위에서 펼쳐졌던 각종 문화상을 한눈에 보여주는, 우리나라 최초의 길을 주제로 한 전문 박물관이다. 2009년 향토사 중심의 문경새재박물관을 리모델링해 재개관한 옛길박물관은 1, 2층 전시실에 옛길과 관련된 각종 자료와 유물들을 비롯해 옛날 길 위에서 이루어졌던 각종 여행기와 풍속화, 문경의 문화유산도 함께 전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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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면사지 출토유물 |
특히 다양한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2층 전시실은 가로 5m, 세로 4m의 정교한 위성사진을 통해 영남대로 옛길, 신작로, 2차선 국도, 4차선 국도, 철로, 고속도로가 모두 지나고 있는 문경의 지리학적 특징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했다. 관람객들은 밟고 선 전시실 바닥의 위성사진과 문경의 옛 지도를 비교해가며 어제와 오늘의 길의 역사를 체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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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선비들의 괴나리봇짐 속에 들어갔음직한 물건들을 모아놓았다. |
우리나라 산의 등줄기인 백두대간에 위치한 문경은 일찍이 서울을 중심으로 하는 기호지방과 백두대간 남쪽 지역인 영남지방을 연결하는 고갯길이 열렸다. 신라 아달라왕 3년(서기 156년)에 계립령로(鷄立嶺路, 하늘재)가 개통되어 백두대간을 넘어 한강으로 진출하는 고갯길이 열리면서, 자연스럽게 문화교류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조선팔도 고갯길의 대명사로 당시 사람과 물류가 가장 많이 이동하는 나라 안의 가장 큰길이기도 했지만 유독 문경새재는 과거를 보러 가던 선비들의 발길이 잦았던 길이다. 이는 예나 지금이나 시험에 대한 징크스는 떨쳐버리지 못한 듯, 문경(聞慶)이라는 지명이 "경사스러운 소식을 듣는다"의 뜻이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반면, 죽령과 추풍령을 넘기 싫어한 이유는 죽령을 넘으면 과거시험에 "죽죽 미끄러지고", 추풍령을 넘으면 "추풍낙엽처럼 떨어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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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대로 천릿길을 보여주는 전시관 |
선비들의 괴나리봇짐 속엔 노잣돈과 호패, 벼루, 먹물통과 함께 좁쌀책이 들어 있다. 좁쌀책은 언제 어디서나 펴볼 수 있도록 소매 속에 넣고 다닐 수 있게 만들어진 아주 작은 책이다. 옛날은 지금과 같지 않아 의원과 인적이 드물어 외지에서 갑자기 병이 났을 때 처방을 내리는 의서와 여행할 때 필요한 지도를 그려 놓은 지리서 등을 좁쌀책으로 만들어 가지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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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지도와 위성사진으로 보는 문경 |
2층 전시실은 더욱 흥미로운 내용들로 구성되었다. 옛길 영상관과 위성으로 보는 문경, 한국의 고개, 영남대로 천릿길, 길과 스토리텔링, 길 테마 갤러리, 풍속화로 보는 길 떠나는 사람들 등 테마 하나하나가 모두 관람객의 발길을 잡는다.
"고려태조 왕건이 견훤과 전투를 벌이기 위해 남하하다가 이곳에 이르렀는데 길이 막혔다. 마침 토끼 한 마리가 벼랑을 따라 달아나기에 이를 쫓아가다 보니 길을 낼만한 곳을 발견하여 벼랑을 잘라 길을 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전해지는 문경새재 토끼비리에 관한 이야기다. "비리"라는 말은 "벼루"의 문경방언으로서 낭떠러지 아래 강이 흐르거나 해안을 끼고 있는 곳을 가리킨다. 오늘날까지도 옛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있는 이곳은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 31호로 지정되었는데, 2층 전시실에는 이 길을 축소하여 재현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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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어가는 보부상 조형물 |
땅 위에서 갈라지고 합쳐지는 산과 물의 속성을 따라 만들어지는 크고 작은 길 위에서 우리네 삶이 어떻게 연결되고 형성되어 왔는지 볼 수 있는 옛길박물관은 우리에게 길이 주는 소통의 참 의미를 깨닫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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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비리 원형을 축소 재현해 놓았다. |
▲ 찾아가는 요령
중부내륙고속도로 문경새재 IC에서 빠지면 바로 문경새재도립공원으로 연결된다. 옛길박물관은 공원주차장에서 300m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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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기와에 담긴 풍속화 |
이준애(여행컬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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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속화로 보는 길 떠나는 사람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