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쏘나타 하이브리드, "어, 탈 만한데!"

입력 2011년05월24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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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본격적인 하이브리드 시대를 알렸다. 간판모델 쏘나타에 독자 개발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올린 것.



시스템적인 분류법으로 본다면 쏘나타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병렬형이다. 구조적으로 간단한 시스템이어서 경량화가 필수인 하이브리드카에 현재까지는 가장 효율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엔진과 변속기 사이에 클러치와 전기모터를 두고 동력을 제어하는 방식이다.



병렬형 하이브리드는 모터 위치에 따라 두 가지로 분류된다. 모터가 변속기에 장착돼 있다면 TMED(Transmission Mounted Electric Device), 모터가 엔진에 붙어 있다면 FMED(Flywheel Mounted Electric Device)로 부른다. 흔히 전자는 하드 하이브리드, 후자는 소프트 하이브리드라고 하기도 한다. TMED의 경우 엔진과 모터 사이에 클러치가 하나 더 있어 모터 단독으로 주행이 가능하다. FMED는 엔진과 모터 사이에 클러치가 없어 동력이 맞물리며 변속기로 진행된다.



TMED는 쏘나타를 비롯해 기아 K5, 폭스바겐그룹의 하이브리드카(폭스바겐 투아렉, 아우디 Q7, 포르쉐 카이엔), 닛산 푸가 등이 채택하고 있다. FMED 방식은 현대 아반떼 하이브리드, 기아 포르테 하이브리드, 혼다 인사이트 및 시빅과 어코드 하이브리드, 벤츠 S400 하이브리드, BMW 7시리즈 하이브리드에 썼다.



병렬형의 반대 개념은 동력분기식(Power-split) 하이브리드다. 엔진의 힘이 모터와 변속기에 바로 작용하는 게 아니고, 발전기를 한 번 거치는 동력전달 구조를 갖고 있다. 대표적인 차가 토요타 계열(렉서스 포함)의 하이브리드카다.



독자 개발한 병렬형 하드 하이브리드의 우수성을 알리기에 위해 현대차가 특별히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언론 시승회를 강원도 일대에서 개최했다. 시승은 두 코스로 나뉘어 총 135km를 진행했다. 첫 번째 코스는 국도 구간으로 양양 낙산해수욕장에서 정동진에 이르는 약 70km의 구간이고, 두 번째 코스는 고속도로를 중심으로 다시 돌아오는 약 65km 코스로 이뤄졌다.



기본적으로 K5와 동일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가지고 있지만 쏘나타의 특징은 전용 하이브리드 디자인으로 재탄생했다는 점이다. 현대차 국내상품팀의 조성균 차장은 이를 두고 "쏘나타만의 차별성을 극대화하기 위함"이라며 "하이브리드카만을 위한 전용 디자인이 탑승자에게 자부심을 갖게 한다는 소비자 조사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외관상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전면부 중앙의 큰 라디에이터 그릴이다. 현대차 패밀리룩 헥사고날 형태로, 하이브리드카보다는 고성능차를 연상케 한다. 그 위로는 크롬 바에 현대차의 로고가 붙어 있다. 친환경차답게 로고에는 푸른색 그라데이션 효과를 줬다. 헤드 램프에는 라이트 가이드로 부르는 면발광 LED 조명이 들어갔다. 이미 제네시스 등에서 비슷한 시도를 했다.



측면부는 기존 쏘나타처럼 대담한 선이 돋보인다. 지난 서울모터쇼에 방한한 이탈리아 인터내셔널디자인그룹의 스테파노 카푸치오 사장은 과감한 선을 쏘나타 디자인의 최대 강점으로 꼽았다. 하이브리드 전용 디자인으로 거듭났지만 쏘나타 본연의 정체성을 잃지 않은 부분이다. 후면은 다중반사체를 적용한 리어 램프가 인상적이다. 동력에 상당한 전력을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특성상 사용할 수 있는 램프의 수가 제한되지만 램프 숫자를 무리하게 늘리기보다 하나의 램프를 가지고도 시인성을 확보했다.



첫 번째 구간에서는 조수석에 탔다. 옆자리 운전자가 시동을 걸었다. 말이 시동이지 전기모터로 먼저 주행하는 쏘나타 하이브리드여서 "시동"이라는 말보다는 "전원을 켰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전기동력인만큼 매우 조용하다. 따라서 클러스터 내부에는 "READY"라는 문자로 언제든 출발할 준비가 됐다고 알려준다. 보행자에게는, 특히 시각장애인의 경우 이 조용함이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부가적으로 장착한 게 "가상 엔진 사운드" 장치다. 실제 엔진이 돌지 않지만 구조적으로 엔진 소리를 내서 시각적으로 인지할 수 없는 보행자에게 차가 다가오고 있음 알려준다. 쏘나타 하이브리드에도 이런 장치가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내에선 들을 수 없었다.



출발에 앞서 현대차는 시승회에서 연비왕을 뽑아 시상하겠다고 전했다. 누가 효율을 극대화하느냐가 관건이어서 최대한 전기모터만으로 주행한다라는 전략을 세웠고, 가장 적절한 방법으로 생각됐다.



시속 60km까지는 이론상 전기모터 단독으로 주행할 수 있다. 이 때 중요한 건 배터리의 충전용량이다. 완충 시에는 별문제가 없지만 시승차 배터리는 60% 정도만 충전돼 있다. 따라서 운전자가 부족한 배터리 전력을 보충하기 위해 내리막길에서는 탄력주행을 하도록 노력했다. 그러나 오르막길이 문제였다. 어쩔 수 없이 엔진의 힘을 이용했다. 시간과 거리가 지날수록 효율은 떨어졌다. 또 시속 60km까지 전기모터 주행이 가능하다는 점을 이용해 차의 속도를 시속 30~40km로 달렸다. 속도를 맞추기 위해 가속 페달을 밟았다 떼었다를 반복했다. 이 방법은 가속 페달을 밟고 뗄 때마다 엔진에 연료가 과공급된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역시 효율은 떨어졌다.



이런 비효율적인 주행을 한 탓에 70km의 거리를 자그만치 2시간30분동안 주행했다. 연료효율은 17km/ℓ로 공인기록에도 못미쳤다. 하이브리드카의 특성과 기본적인 연비운전을 운전자가 모르고 있었기에 벌어진 일이지만 일반 소비자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효율 외에 경제운전 습관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줬다. 가징 기본적인 연비운전의 법칙은 "정속주행"이다. 정속주행은 엔진의 토크가 일정하게 유지돼 연료소모를 최대한 막을 수 있다.



1차 목적지 도착 이후 두 번째 운전자로 나섰다. 일반적으로 가속 페달을 일정한 힘으로 밟아 가속하는 게 연비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가속 페달의 4분의 1 정도를 밟고 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런 방법으로 차를 움직였다. 전기모터 단독으로 주행하든, 엔진이 돌아가든 기본적인 경제운전법으로 운행한다면 효율이 좋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애써 전기모터만으로 주행하려고 했던 것보다 트립컴퓨터 상의 평균연비는 첫 번째 주행에서의 기록을 넘어섰다. 속도는 고속도로에서 80~100km/h를 유지했다.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특징 중 하나는 시속 100km에 이르는 속도에서도 전기모터 단독으로 일정 주행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엔진 동력과 전기모터, 전기모터와 변속기 양쪽에 클러치가 있어서다. 이런 점도 최대한 이용해 정속주행을 했다. 최종 연비는 21.6km/ℓ를 기록했다. 적어도 연비주행에 있어서 하이브리드카나 내연기관차를 가리지 않고 정속주행과 급가속 및 급제동 금지, 탄력주행 등의 원칙을 지키는 게 가장 좋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기본 150마력에 41마력급 전기모터(30kW)를 조합한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최고출력은 일단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그 동안 하이브리드카의 단점으로 지적됐던 답답한 가속감도 쏘나타 하이브리드에서는 느낄 수 없었다. 승차감은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유럽형의 단단한 하체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아직도 대다수 소비자들은 보다 안락한 승차감을 원하는 게 현실이다. 이런 점에서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그런 소비자들의 입맛도 철저히 계산된 승차감을 갖췄다.



스티어링 휠은 묵직한 편이다. 개인차이가 있겠지만 팔 근력이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약한 여성의 경우에는 충분히 "무겁다"라고도 느낄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전기모터의 높은 토크를 제어하기 위해선 안정적인 조향감도 필요하다. 브레이크 답력은 전통적으로 예민한 현대차의 반응보다 다소 여유롭다. 브레이크 에너지 회생 시스템을 최대한 이용하기 위함이다. 답력이 예민한 것보다 에너지 회생에 있어 충분한 장점이 있다.



하이브리드의 가장 큰 장점은 효율이다. 그런 면에서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일단 합격점을 줄 수 있다. 21.0km/ℓ에 이르는 공인연비가 이를 증명한다. 여기에 최대 130만원에 이르는 세금지원도 매력적이다. 최고급형을 기준으로 기존 쏘나타(3,158만원)와 쏘나타 하이브리드(세제지원 적용 시 3,405만원)의 가격차이는 247만원이다. 현대차 계산법으로는 2년6개월이면 기름값(1,950원 기준, 연간 2만km 주행 상정)으로 대부분 상쇄된다. 물론 단순계산인 만큼 실제적인 주행거리나 운전습관에 따른 연비 등은 고려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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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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