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모터스포츠 활성화 넘을 산 많다

입력 2011년05월24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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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후원하는 아마추어 자동차 마니아들의 자동차경주 "코리아 스피드 페스티벌(KSF)"이 성장통을 겪고 있다. 스피드페스티벌은 지난해까지 KMSA에서 대회를 주관했지만 올해부터는 현대차그룹의 계열사인 광고대행사 이노션 월드와이드가 주최를 맡았다. 하지만 오는 6월4일과 5일 안산스피드웨이에서 열리는 개막전을 앞두고 불법 논란이 불거지고 있어 대회 관계자들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제네시스 쿠페 경주차


이노션은 24일 오전 강남 랜드마크타워 20층 이노션 대회의장에서 한국자동차경주협회(KARA)의 공식 프로모터 등록을 마치고, KSF의 성공 개최를 자신했다. 이노션 컨텐츠전략본부장 한규형 이사는 "KSF를 세계 5대 자동차 생산국의 위상에 걸맞은 대회로 육성해 나갈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아마추어 동호인에게 문호를 넓히고, 동시에 프로 드라이버에게 활동 무대를 보장해 질 높은 대회로 만들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동안 국내 모터 스포츠 시장이 대체로 선수나 팀 관계자가 프로모터 역할을 수행했기에 한계를 노출했다는 것. 이를 위해 이노션은 KSF를 기존 아마추어뿐 아니라 프로레이스 대회를 포함한 종합 레이싱 대회로 탈바꿈, 대회 상품성을 높이고 새로운 팬을 확보해 시장 규모를 늘리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밝혔다.



그러나 주최측의 이런 자신감과 달리 우려 섞인 질타의 목소리는 물론 잡음도 여기저기서 들리는 게 현실이다. 먼저 개막전이 치러질 안산스피드웨이의 상황이 녹록치 않다. 안산시와 경주장 건설에 참여한 채권단 사이에 풀리지 않은 민감한 문제가 남아 있어서다. 게다가 체육시설로 인정받은 장소가 아니어서 공식 대회가 불법 대회가 되는 오명을 씻기 어렵다. 더불어 안전시설이 아직 미흡, 자동차 경주가 펼쳐지기엔 부족하다는 지적 또한 많다. 지난해 이곳에서 조용히 개최된 "넥센RV챔피언십"은 불법 대회라는 오명과 함께 벌금을 낸 사례도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자동차경주협회(KARA) 관계자는 "이번 경기가 이벤트 성격이 강하다는 점을 이해해 줬으면 한다"면서 "서킷에 기본적인 안전 구조물을 갖춘다면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공식 대회가 아니라 이벤트 주행이어서 서킷 사용엔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프로모터인 이노션 관계자도 "경주차의 안전 규정을 FIA공인 수준으로 올리고, 서킷엔 안전시설을 보강할 것"이라며 "또한 임시 사용 허가를 받으면 대회 진행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안산시는 매우 강경한 입장이다. 안전과 관련된 사안이어서 대회 개최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안산시 관계자는 "안전사고가 우려되는 불법 대회를 용인할 수는 없다"며 "채권단의 말만 듣고 대회를 강행하면 바로 검찰에 고소하는 등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안산시로서도 대회를 사전에 막을 방법은 마땅치 않다. 채권단과 GS건설, 안산시가 얽힌 관계 때문에 서킷을 봉쇄할 수 없고, 행사를 막아봐야 잡음만 커져 미온적인 대응만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결국 대회가 끝난 뒤 사후 조치를 취해 모양새를 갖추는 게 전부다.



기존 대회에 참가해 온 선수들의 반발과 다른 대회 참가 경주차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 대회가 클릭과 포르테쿱으로 나뉜 반면 KSF는 세 개의 클래스로 운영된다. 프로선수가 주축이 되는 최상위 클래스는 3,800cc급 현대차 제네시스 쿠페로 구성된다. 아마추어 선수들이 참가하는 클래스로는 1,600cc급 현대 아반떼(MD)와 2,000cc급 기아 포르테쿱으로 나뉜다. 제네시스 쿠페와 아반떼는 신설된 클래스지만 이 가운데 제네시스 쿠페는 티빙 슈퍼레이스에 참가하는 선수 및 팀이 있어 일부 갈등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포르테쿱의 경우 새로운 대회 규정에 맞춰야 하기에 아마추어 선수들의 추가적인 금전적 부담도 발생하게 된다.

스피드 페스티벌 포르테쿱전


모터스포츠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슈퍼레이스를 후원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경주차와 선수를 현대가 일방적으로 빼앗는 모양새로 비쳐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하지만 "자동차 제조사가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점에선 기대감을 감추긴 어렵다는 점도 분명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CJ의 후원을 받고 있는 슈퍼레이스 관계자는 "대회 도중 큰 사고가 발생하면 우리 대회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며 "무엇보다 선수들의 안전을 우선했으면 좋겠다"는 우려 섞인 심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전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은 KSF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새로운 프로모터가 기존 선수들에 대한 배려가 적다는 의견과 지난해 비싼 돈 들여서 경주차를 장만했지만 제대로 달린 기억이 없어 환영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이노션 관계자는 "프로모터가 바뀌고 새로운 대회로 거듭났다는 점을 지켜봐 달라"며 "원칙에 입각해 대회를 진행할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또한 그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장기적인 비전을 가진 프로젝트라는 점을 강조했다.



사실 이번 대회가 안산스피드웨이에서 열리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현대차의 "굳건한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 이노션이 프로모터로 대회를 주관하지만 모기업이자 후원사인 현대차의 입김이 강력한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게다가 현대로선 지난해 대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올해는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중이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안산 서킷 사용과 관련, 모터스포츠 저변 확대라는 큰 뜻을 품고 일부 위험을 감수할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법적인 부분은 물론 대회 진행상의 문제도 충분히 감안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단기적 이미지 하락은 제쳐두고 중장기적 비전을 향해 나아가겠다는 것.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대회를 치르기 위한 가장 중요 전제조건은 수도권에 서킷이 위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며 "모터스포츠 대중화를 위해선 누구나 찾기 쉬운 곳이어야 하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이어 그는 "무엇보다 중요한 건 대회의 연속성이고, 흥미로운 대회가 계속된다면 모두가 즐기는 축제가 되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안산시와의 법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마치 불법 대회를 개최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모두가 우리의 행동을 이해하고 인정할 날이 올 것"이라며 "모터스포츠가 매력적임에도 그동안 좁은 시장에서 서로 너무나 큰 상처를 입은 게 현실 아니었냐?"고 되물었다.

슈퍼레이스 그리드 이벤트


제네시스 쿠페 경주차에 대해서도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제네시스 쿠페로 출전할 수 있는 대회가 현재 슈퍼레이스밖에 없어 자칫 오해의 소지가 있지만 분명한 건 선수들에게 보다 많은 출전 기회가 제공된다는 점"이라며 "대회를 키우고 나아가 국내 모터스포츠 규모를 키우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모터스포츠에 현대가 참여하는 점을 드러내고, 발전을 위해 힘쓰는 모습이 결국 좋은 이미지로 다가오지 않겠나"라며 "무엇보다 카레이싱이 안전하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스포츠라는 점을 널리 알리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한편, 현대차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 유명 자동차 제조사들은 모터스포츠와 뗄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형성하며 이미지를 쌓고 있다"면서 "현대는 이미 직·간접적으로 해외 여러 대회에 참가하고 있지만 늦게나마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건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또 다른 관계자는 "취지는 좋다 해도 불법 논란을 일으키면서까지 자동차 경주를 강행하는 게 오히려 기업 이미지를 실추시킬 수 있는 점도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촌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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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규 기자 sta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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