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자동차 경주는 대표적인 남성 스포츠 가운데 하나다. 당연히 남자들만 하는 스포츠로 인식되다 보니 여자부 경기라는 것이 아예 없다. 가끔 여성 드라이버들이 남성들과 함께 스피드를 겨루기도 하지만 그나마도 드라이버에 한정돼 있을 뿐이다. 자동차가 달릴 수 있도록 돕는 미캐닉 등으로 구성된 팀 스태프에서 여성을 찾기란 아직 세계 어느 대회를 가도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2008년 4월 대니카 패트릭(29·미국)이 일본 도치기 현에서 열린 인디카 경주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예전보다 훨씬 많은 수의 여성 드라이버들이 남자들의 성역에 도전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번 주말 미국과 국내에서 열리는 자동차 경주대회에서 여성 드라이버들의 활약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29일(현지시간) 미국 인디애나 주 인디애나폴리스의 모터 스피드웨이에서는 인디 500이 열린다. 1911년 창설돼 올해로 100주년을 맞는 인디 500(세계 1, 2차 대전 당시 6년간 열리지 않음)은 해마다 메모리얼 데이가 있는 주의 일요일에 열리는 미국 내 최대 규모의 자동차 경주 대회다. 25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경기장에서 경주가 펼쳐지고, 우승 상금이 100만 달러 이상일 정도로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2.5마일(4㎞)의 트랙을 200바퀴 돌아 모두 500마일을 달리게 되며 우승자가 시상식장에서 우유를 마시는 독특한 세리머니도 유명하다. 우승 상금은 대회가 끝난 뒤 정해지는데 지난해 우승자 다리오 프랜치티는 275만 달러를 가져갔다.
올해 33대의 출전 차 가운데 여성 드라이버가 모는 차는 4대다. 일반 팬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패트릭을 비롯해 시모나 데 실베스트로(스위스), 아나 베아트리츠(브라질), 피파 만(잉글랜드)이 출전한다. 이 가운데 패트릭은 2005년 이 대회에서 선두를 달리기도 했고 2009년에는 3위를 차지하며 역대 여성 드라이버 최고 성적을 올렸다. 그러나 올해 예선 성적이 좋지 않아 앞에서부터 9번째 줄에서 출발하게 돼 좋은 성적을 거두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데 실베스트로가 8번째 줄에서 출발하고 베아트리츠와 만은 맨 끝인 10번째 줄에서 시작하는 부담을 안았다. 인디 500에서 여성 드라이버들의 성적은 늘 팬들의 관심사다. 특히 에이스로 꼽히는 패트릭이 얼마나 순위를 끌어올릴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여성 드라이버들의 반란이 기대된다. 28일 강원도 태백 레이싱파크에서 열리는 2011 티빙 슈퍼레이스 제2전 제네시스 쿠페 클래스(배기량 3,800㏄)에 권봄이(팀 챔피언스)가 출전한다. 팀 챔피언스는 여성 드라이버로만 구성된 레이싱팀으로 N9000 클래스에는 박성은이 출전한다. N9000 클래스에서는 박성은과 영화배우 이화선(Ktdom)의 "여성 드라이버" 경쟁이 볼거리다. 1전에서는 박성은이 5위에 올라 6위의 이화선을 앞섰다.
한편, 29일 밤 9시(한국시간) 모나코에서는 포뮬러 원(F1) 그랑프리 2011시즌 6라운드 경기가 열린다. 5라운드까지 4승을 거둔 제바스티안 페텔(독일·레드불)이 또 우승할 지가 관전 포인트다. 올해 F1에는 여성 드라이버가 없다. F1 결선 레이스에서 여성 드라이버가 출전한 것은 1976년 렐라 롬바르디(이탈리아)가 마지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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