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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모내기를 끝낸 들판은 옅은 초록으로 물들어 있다. |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들판이 더없이 아름답고 평화롭다. 도시풍경이야 별 변화없는 하루하루지만 이 맘 때 농촌은 어느 때보다 분주하고 변화무쌍하다. 차를 타고 조금만 도심을 벗어나도 정겨운 그 풍경과 마주할 수 있다. 들판을 달려가면 이미 모내기가 끝난 논에는 고즈넉한 평화가 깃들어 있고, 이제 막 논에 물을 대고 써레질하는 풍경, 이앙기로 모를 심는 너른 논가 한쪽엔 푸른 하늘이 일렁인다.
"아궁이 앞의 부지깽이도 뛴다"는 바쁜 모내기철, 아궁이가 없어진 요즘엔 부지깽이 대신 뭐가 뛸까. 객쩍은 생각에 픽 나오던 웃음이 그러나 금세 사라진다. 젊은 층은 다 빠져나가고 노령인구가 힘겹게 지키고 있는 우리네 농촌현실과 마주하면 새삼 콧날이 시큰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충남 홍성군 결성면 읍내리에 있는 결성농요농사박물관이 발길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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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작은 독에서부터 대소쿠리, 바가지 등 농가에서 쓰던 도구들이 눈길을 끈다. |
박물관 이름이 생소하고 어렵다. 농사박물관이라고만 해도 도시아이들에겐 난해한 대상일텐데 농요(農謠)라니! 아이돌 스타들의 랩송에 익숙한 그들에게 농요는 외래어보다 더 낯설지 않을까. 그래서 이 곳은 더더욱 의미있는 곳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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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곡식을 타거나 갈 때 쓰이던 맷돌 |
결성농요는 농부들이 농사를 지으며 불렀던 이 지역 전통 노동요다. 이 곳 결성지역은 예로부터 어염시수(魚鹽柴水 :생선ㆍ소금ㆍ땔나무ㆍ물이라는 뜻으로,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통틀어 이르는 말)가 풍부하고, 온화한 기후와 비옥한 땅으로 일찍이 농경문화가 자리잡아 농사와 농요가 크게 발달해 왔다. 특히 조선시대 판소리 명승지로 유명해 영조 때 최선달과 한말의 김창용 등은 최고 명창으로 꼽힌다.
순수한 우리 가락으로 우리나라 농경문화 발달의 역사를 보여주는 결성농요는 그 동안 희미하게 이어져오던 걸 근래들어 발굴, 활동에 나서 참된 농요와 두레를 옛모습대로 재현해냈다. 오랜 역사를 지닌 향토문화재로 인정받으면서 1993년 전국 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았고, 1996년에는 충청남도 무형문화재 제20호로 지정됐다. 결성농요는 모심는 소리인 어럴럴럴상사리, 논매는 소리 얼카덩어리 또는 두레소리 등이 대표적이다. 이를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2004년 "결성농요농사박물관"이 건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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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농경에 없어서는 안됐던 삽, 호미, 낫, 가래 등의 농기구들 |
박물관은 단층의 단촐한 규모이나 충청지역의 전통 들노래인 결성농요에 대한 자료와 조상들의 생활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농경생활 유물 1,00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농사유물 300점, 석기와 토기 등 선사유물 300점, 백제토기 및 고려와 조선시대의 도자기 150점, 농경생활 유물 250점, 기타 20점 등이다. 유구한 세월 이 땅을 일궈 온 조상들의 농경문화를 보여주는 결성농요농사박물관은 급변하는 도시화와 현대화로 소멸돼 가는 우리의 소중한 농업문화유산을 여린 힘으로 오롯이 지키고 있는 뜻깊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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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곡기와 석발기 |
▲맛집
옛부터 홍성은 한우, 돼지, 닭을 많이 키워 전국에서 제일가는 축산군으로 이름났다. 홍성한우는 이 곳에서 생산되는 볏집과 알곡을 섞어 먹여 사육한 한우로 옛맛 그대로 육질이 연하고 지방심(마블링)이 섬세해 뛰어난 맛을 자랑한다. 읍내 한우전문점 풍경(043- 631-5592), 명신갈비(041-632-2404), 한우공원(041-633-3308)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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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사라진 풍경이지만 농한기면 남정네들은 새끼를 꼬고, 그것으로 가마니를 짜곤했다. 가마니틀 |
▲찾아가는 요령
서해안고속도로 - 홍성IC - 29번 국도(홍성 방면) - 홍성군 - 민속테마박물관 - 결성농공단지 - 농사농요박물관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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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만 해도 옛것에 대한 향수가 물씬 풍기는 각종 등잔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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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애(여행 컬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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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성농요는 농부들이 농사를 지으며 불렀던 이 지역 전통 노동요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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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에 위치한 결성농요농사박물관 전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