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크루즈5 디젤, 힘은 충분 소리는 과분

입력 2011년05월28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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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가 크루즈5를 내놨다. "5"는 해치백의 도어가 5개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숫자다. "크루즈"라는 글로벌 차명만 사용한다면 지역별로 조금씩 이름을 바꾸는 것은 가능하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일반적인 해치백의 느낌은 역동성이다. 그래서 해외에선 젊은 층의 수요가 많다. 국내도 이런 경향은 크게 다르지 않다. 폭스바겐이 골프로 해치백 시장을 주도하기 시작하고 푸조와 볼보가 그 흐름에 가세, 전성기를 견인중이라면 국산으로는 현대차 i30가 버티고 있다. 쉐보레로선 크루즈5로 국산 및 수입과 정면 승부를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크루즈5는 가솔린과 디젤 엔진이 모두 탑재됐다. 하지만 가솔린의 경우 정면 승부를 교묘히 비켜갔다.



▲ 크루즈5 vs 수입 해치백

크루즈5 가솔린 배기량은 1,796㏄로 최대출력은 142마력이다. 최대토크는 18.8kg·m에 달한다. 이 차의 직접적인 경쟁 차종은 현대차 i30으로, 가솔린 배기량은 124마력의 1,591㏄와 143마력의 1,975㏄다. 출력만 놓고 보면 i30 2.0ℓ에 가깝다. 연료효율은 ℓ당 13.7㎞로 i30 가솔린 2.0ℓ의 12.4㎞/ℓ에 비해 좋은 편이다. 물론 1,591㏄와 비교하면 조금 부족하다.



반면 크루즈5 디젤은 정확하게 수입 해치백을 겨냥했다. 현대차가 i30에 1,582㏄ 디젤 엔진으로 만족할 때 쉐보레는 1,998㏄ 디젤 엔진으로 최대 163마력을 확보했다. 최대토크도 36.7kg·m에 달한다. 폭스바겐 골프 2.0ℓ GTD의 170마력, 35.7kg·m와 비교하면 거의 비슷한 성능이다. 최대토크가 발휘되는 엔진회전 영역대도 크루즈5(1,750~2,750rpm)와 골프 GTD(1,750~2,500rpm)와 비슷하지만 굳이 우월을 가리자면 크루즈5의 영역이 조금 더 넓은 편에 속한다. 하지만 연료효율은 크루즈5가 15.9km/ℓ로 17.8km/ℓ의 골프 GTD에 비해선 다소 열세다.



▲ 스타일...역동성 강조

이미 알려져 있듯 인테리어와 앞모습 등은 크루즈 세단과 거의 같다. 다만 뒷모습은 해치백이어서 램프 형상이 다르다. 개인적으로 세단의 리어 램프보다 낫다는 생각이다. 더불어 크루즈5의 해치 라인은 쿠페 스타일이 추구됐다. 폭스바겐 골프 해치가 지붕에서 뒤로 밀착된 뒤 거의 직각으로 흘러내리는 것과 달리 크루즈5의 해치는 완만한 모습이다. 덕분에 외형적으로는 오히려 역동성이 더 묻어난다.



측면도 완만한 경사 덕분에 다부져 보인다. 17인치 5스포크 형태의 노 플랜지 휠이 돋보이는데, 디젤은 타이어 단면 폭이 225㎜로 가솔린보다 10㎜ 길다. 가솔린 대비 고성능이어서 노면과의 접지력을 보강한 흔적이다. 참고로 노 플랜지 휠은 타이어와 맞닿는 부분의 노출된 부분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이곳에 납 등을 끼워 무게 균형을 맞췄지만 최근에는 휠 안쪽 접착을 통해 균형을 맞춘다. 플랜지가 없으니 외관은 깔끔하게 보인다. 크루즈5뿐 아니라 노 플랜지 휠이 없으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로 보편화됐다.



▲ 성능...VCDi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의 조합

자유로 구간을 짧게 오가는 시승은 2.0ℓ 디젤 자동변속기 차종으로 이뤄졌다. 짧은 구간이었지만 토크에 강한 디젤 특유의 가속력 체감은 어렵지 않았다. 가속페달에 힘을 주면 초기 반응은 약간 지체되지만 움직이기 시작하면 거침없이 속도가 오른다. 시속 40㎞에서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 속도를 올렸고, 시속 180㎞까지 도달했다. 물론 속도를 바로 줄였지만 속력을 높이는 힘은 골프 GTD 등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변속 시간은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하이드로매틱 6단 자동변속기의 변속충격은 거의 없지만 변속 타이밍이 약간 느리다는 생각이다. 타이밍이 빨랐다면 가속감은 더 극대화됐을 것 같다.



직접 분사 방식의 엔진에 가변형 터보차저(VGT)가 적용된 VCDi 엔진은 크루즈5뿐 아니라 쉐보레 올란도에도 함께 사용된다. 기본적으로 중속에서 고속으로 끌어올릴 때 넘치는 힘을 발휘하는 게 특징이다. 이 부분은 올란도 시승 때도 충분히 체감한 바 있다. 쉐보레는 VCDi 엔진에 "친환경"이라는 말을 붙였다. 매연여과장치(DPF)와 배기가스 재순환 장치(EGR) 등으로 유로5 기준을 충족했고, 질소산화물(NOx)과 입자상물질(PM)은 30% 이상 저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속 주행할 때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음은 조금 거슬린다. 풍절음과 엔진 소리의 실내 유입은 비교적 잘 차단했지만 타이어 표면이 도로를 구르면서 발생하는 소음이 조금 큰 편이다. 물론 저속에서는 디젤 엔진 특유의 밸브 작동 소리가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음을 상쇄하기에 별 문제가 없다.



▲ 운전편의성...핸들링과 승차감의 타협점

고속에서의 핸들링은 중량감이 느껴진다. 차속감응형이라는 점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승차감도 유럽을 지향했다. 하지만 적당한 타협이라고 표현해도 맞을 것 같다. 역동성이 강조된 준중형 해치백이라도 지나치게 단단한 설계는 국내 소비자들의 반감을 살 수 있어서다. 해치백의 주력 수요층이 젊은 것은 분명 단단함에 초점을 맞춰야 할 이유가 되지만 지나치면 오히려 수요층이 한정될 수도 있다. 둘 사이에서 적당한 타협을 이룬 게 크루즈5 디젤이다. 이런 점은 현대차도 마찬가지였다. i30를 처음 내놨을 때 지나치게 단단했던 승차감은 조금씩 부드러움 쪽으로 이동했다. i30 또한 젊은 층이 주력 구매자였던 점을 감안하면 아직 100% 유럽지향의 승차감이 국내 시장에 정착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런 이유로 핸들링은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이 부분은 한국지엠도 우려했던 항목이라고 털어놨다. 승차감과 핸들링 사이에서 상당한 고민을 했고, 나름대로 최적화했다고 설명한다. 기존 ESC(차체자세제어장치)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SESC(Sensitive Electronic Stability Control)를 채택, 주행할 때 안정성을 높인 배경이다.



시승하면서 크루즈 컨트롤을 작동했다. 스티어링 휠 좌측에 있는 크루즈 버튼을 누르면 쉽게 작동된다. 반면 우측은 볼륨과 파나소닉 오디오 조작 버튼이 있다. 아이스 블루 색상의 정보 안내 시스템은 센터 페시아 상단의 조그만 모니터에 표시된다. 내비게이션을 선택하면 모니터가 커진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이외 열선 시트와 후방 주차 보조 시스템도 있다.



시승 후에는 차를 세워 둔 상태로 주관적인 정적 평가를 해봤다. 뒷좌석이 앞으로 접혀 트렁크 공간은 필요에 따라 늘릴 수 있고, 시트는 버킷타입으로 양 옆구리를 지긋이 감싼다. 개인적으로 스포츠 주행을 즐기는 이들에게 최적일 것 같다.



▲ 총평...해치백의 새 교과서

크루즈5 디젤은 쉐보레가 국산 준중형 디젤을 따돌림과 동시에 수입 해치백을 겨냥해 개발한 차다. 실제 내수보다 유럽 시장 수출을 통한 현지 해치백 차종과 어깨를 견주게 된다. 유럽에서 디젤 해치백은 다양한 소비층이 수요를 견인하지만 국내에선 한정적이다. 더불어 국내에선 "수입 디젤 해치백=좋은 차"로 인식돼 있다. 크루즈5는 이런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쉐보레가 내놓은 차다. 한국도 얼마든지 유럽 디젤 해치백 차종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차종이다. 2,200만원에 달하는 가격도 수입 디젤 해치백과 비교하면 분명 경쟁력 있다.



폭스바겐 골프가 디젤 해치백의 교과서라면 크루즈5는 새롭게 출간된 교과서다. 물론 교과서도 오랜 기간 저자와 출판사의 노하우가 중요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새로운 교과서는 과거 교과서의 장단점을 철저히 분석해 내놓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크루즈5가 돌풍을 일으킬지 아니면 기존 교과서의 아성을 넘지 못할 것인지는 지켜봐야 한다. 속단은 언제나 금물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꽤 반향이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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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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