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1회 주유로 1,000㎞ 주행, 폭스바겐 제타 1.6 TDi 블루모션

입력 2011년05월30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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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90만원에 판매되는 폭스바겐 제타 1.6ℓ TDi 블루모션을 탔다. 최대 105마력, 1,500rpm부터 뿜어져 나오는 25.5kg·m의 최대토크, 그리고 7단 DSG(Direct Shift Gearbox)로 0→100㎞/h를 11.7초(제원표 기준)에 주파한다. 그럼에도 연료효율은 1,598㏄ 디젤 직분사 엔진으로 ℓ당 22.2㎞를 달성했다.



그렇다면 제타가 정말 이런 숫자를 기록했을까? 제원표 숫자가 거짓이 아님을 확인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1회 주유로 1,000㎞를 넘게 탔고, 빗길 고속도로에서 시속 180㎞가 거뜬했다. 스포츠모드로 변경하면 7단 DSG의 기어비가 변경됨과 동시에 가파르게 속도를 올렸고, 단단한 승차감이 코너링 성능을 지지했다. "해치백 골프의 세단형"에 머물지 않고 제타만의 독자 브랜드를 내세우기 위해 골프와 기본 설계부터 다르게 가져갔다고 하지만 결국 골프 TDi의 느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블루모션의 핵심은 각종 저항 감소와 에너지 회생이다. 폐쇄형 그릴과 저마찰 타이어, 오토스톱 기능, 그리고 기어비 범위 확대 등의 내용도 포함돼 있다. 2년 전 독일에서 만난 폭스바겐 기술연구소 베르나 뮐러 박사에 따르면 블루모션은 "효율을 높이는 모든 행위"이며, 앞으로도 효율을 높이는 과제는 끊임없이 "블루모션" 브랜드로 전개된다고 들은 바 있다. 베르너 박사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골프 1.6ℓ TDi 블루모션이 ℓ당 21.9㎞로 자동변속기 디젤 차종으로는 가장 효율이 높았지만 제타 1.6 TDi 블루모션은 ℓ당 22.2㎞로 골프를 넘어섰다. 제타의 중량이 1,464㎏으로 동급 골프의 1,430㎏보다 무거운데도 효율이 늘어난 것은 그만큼 동력손실 줄이기에 성공했음을 의미한다. 게다가 제타는 기본 타이어가 225 45R 17이지만 골프는 195 65R 15 크기다. 오히려 제타의 효율이 낮아야 정상이지만 오히려 높다는 점에서 그 이유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물어봤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허무했다. 폭스바겐은 "골프와 제타 모두 동일한 파워트레인이어서 효율도 같다고 봐야 한다, 두 차종 간 공인 효율 차이는 한 마디로 오차 범위 이내일 뿐 다르지 않다"는 답을 보내왔다. 쉽게 보면 정부가 측정한 공인 효율은 골프나 제타 모두 동일하다는 얘기다. 제타의 중량과 타이어도 효율에 그렇게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아니었다는 설명도 곁들여졌다.



그렇다면 결국 제타는 골프 해치백의 세단형이라는 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게 된다. 인테리어도 비슷하고, 외형도 앞모습은 거의 흡사하다. 다만 뒷모습은 제타가 골프보다 역동적으로 마무리됐다. 일부에선 아우디 뒷모습을 떠올린다는 말도 있다. 실제 느낌도 그렇게 다가온다.



경유를 55ℓ 탱크에 가득 채우고 경북 문경으로 출발했다. 수도권 고속도로는 정체가 극심했다. 정지할 때마다 자동으로 시동이 꺼졌고,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자마자 다시 엔진이 작동했다. 가다 서다를 반복할 때 조금 신경이 쓰인다. 그래서 버튼을 눌러 기능을 꺼버렸다.



수도권을 빠져나온 후 속도를 냈다. 고속도로에서 원하는 만큼 속도가 올라갔다. 굳이 스포츠모드를 사용하지 않아도 꾸준히 가속되면서 시속 180㎞도 거뜬하다. 크기는 작지만 불안감이 별로 없다. 속도를 줄이고, 이번에는 스포츠모드를 눌렀다. 엔진회전수가 오르면서 가속감도 달라진다. DSG의 효과가 극대화된다. 1.6ℓ지만 스포츠모드에선 1.6ℓ로 보기 어려울 정도다.



문경에서 일을 마치고 강원도 홍천으로 향했다. 고속도로를 빠져 나와 90㎞ 정도의 국도를 내달렸다. 가파른 고개도 많고, 비는 계속 내렸다. 회전반경이 매우 짧은 길도 적지 않았다. 스티어링 휠을 이리저리 빠르게 돌리며 도로를 공략해 나갔다. 비교적 단단하게 설계된 서스펜션이 한 쪽으로 쏠리는 원심력을 잘 받쳐 준다. 독일차다운 단단함이 느껴진다.



목적지 도착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곤지암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영동고속도로를 새벽에 질주했다. 가랑비가 내리는 젖은 노면을 감안해 시속 100㎞를 유지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속도가 높아지는 고속도로의 특성상 급기야 빗길에서 시속 180㎞를 내달렸다. 물론 잠시였지만 젖은 노면이 불안했을 뿐 역시 흔들림은 별로 없다.



도착 후 주행거리를 봤다. 823㎞를 달렸지만 아직 연료계에 기름이 30% 이상 남았다. 곤지암에서 다시 70㎞를 더 갔음에도 연료는 여유가 있다. 계산상 바닥을 드러내려면 아직 200㎞ 이상은 달려야 한다. 한 번 주유로 1,000㎞ 이상을 달릴 수 있는 셈이다. 게다가 여유로운 운전을 한다면 1,000㎞ 하고도 훨씬 더 많이 갈 수도 있다. 폭스바겐이 왜 블루모션을 효율의 최고로 평가하는지 이해가 될 정도다.



제타에는 ESC와 ABS, BAS, EDL(Electronic Differential Lock), 그리고 ASR(Anti-Slip Regulator)이 포함돼 있다. 여기에 충돌 때 자동으로 전원을 차단하는 프리 크래시 센서도 있다. 작지만 있을 것은 다 있다는 얘기다. 작지만 단단한 세단, 그리고 효율로 감동을 주는 차, 폭스바겐 제타 1.6ℓ TDi 블루모션이 내게 남긴 기억이다.





사진제공=폭스바겐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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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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