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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어스로 본 안산 서킷 |
현대자동차가 후원하는 자동차경주 "코리아 스피드 페스티벌(KSF)"이 우여곡절 끝에 개막전 일정을 미뤘다. 당초 6월 4일과 5일 안산스피드웨이(안산시 사동 90블록)에서 대회를 가지려 했지만 안산시가 불법이라는 점을 들어 강력하게 반대하면서 오는 7월 2일과 3일 이틀간 강원도 태백레이싱파크로 옮겨 첫 경기를 치르게 됐다.
안산시의 자세는 강경했다. 지난달 31일 안산시는 긴급 회의를 갖고 굴삭기 5대를 비롯해 공무원 500여 명을 동원, 대회 개최를 막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현재 안산스피드웨이는 안산시와 채권단, GS컨소시움 등의 이해관계가 얽혀 수 년째 방치된 상태다. 안산시로서는 체육시설도 아닌 데다 만약의 사고에 부담을 느껴 강력 대응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정작 안산시를 자극한 것은 해당 경기 개최에 대해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점이다. 안산시 관계자는 "채권단과 접촉하기 전에 땅 주인인 안산시와 먼저 의논해야 하는 게 맞지 않느냐"라며 "경주장에 시설 확충을 위해 손을 댄 부분도 엄연히 불법 행위에 해당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협의도 전에 언론 발표를 먼저 한 점도 문제"라 덧붙였다. 결국 경기 개최 과정에서 채권단이 안산시를 배제했고, 이 부분에 안산시가 서운함을 가졌다는 얘기다.
결국 이날 관계자 모두가 모여 논의를 가졌지만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안산시는 안전 및 허가 문제로 사용 불가 입장을 고수했고, 채권단은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현대차는 안산시와 채권단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튿날, 현대차는 장소 문제로 인한 갈등을 없애기 위해 자동차 경주장으로서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체육시설로 등록된 태백레이싱파크를 염두에 두기 시작했다. 결국 내부 결정에 따라 2일 오후 KSF 1라운드 순연 개최를 발표했고, 개막전은 한 달 가량 지연됐다.
사실 이번 사태는 안산시와 채권단의 파워 게임에 현대차가 희생당한 형국이 됐다. 그동안 시는 정치적 문제와 해당 지역 담당자 교체 등으로 미온적 대처를 보여 왔다. 특히 사용할 수 없다던 경기장에서 최근 경기도 주력 사업인 항공전이 열렸다는 점은 채권단의 사기를 올려준 빌미로 작용했다. 채권단은 안산시가 이미 수익사업에 경기장을 활용한 전례가 있음에도 이번 경기 개최를 거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안산 사동 90블록"으로 불리는 안산스피드웨이를 정상적인 체육시설로 활용하기 위한 방법은 없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안산시의 의지만 있으면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안산시가 적극 나서면 경기장을 하나의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서울에서 지리적으로 가까운 수도권에 위치한 점, 그리고 현대차가 이곳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것만으로도 향후 발전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다.
사실 이번 서킷 논란을 두고 누구보다 마음을 졸인 사람은 선수들이다. 달리고 싶어도 달릴 곳이 없다는 건 선수들에게는 가슴 아픈 일이다. 게다가 갑자기 장소가 태백으로 변경되면서 추가로 서킷 라이선스도 필요하게 됐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모터스포츠계 관계자는 "그동안 수많은 대회가 안산에서 열리길 희망했지만 무산된 이유가 있다"면서 "좋은 경기장을 지금처럼 방치하는 것은 국내 모터스포츠를 후퇴시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공인된 시설에서 정상적인 대회를 치르는 게 모터스포츠 발전을 위해 좋지만 좋은 경기장을 공인하지 않는 것도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선수들이 활동하는 것, 그것이 바로 "모터스포츠의 저변 확대"라는 말을 새삼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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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박찬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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