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짚 랭글러 루비콘 언리미티드를 타다

입력 2011년06월03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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짚의 아이콘은 역시 랭글러다. 고급 SUV인 그랜드체로키와 소형 SUV 컴패스도 있지만 랭글러만의 야성은 여전히 오프로드 마니아들의 마음속에 건재하다. 그 중에서도 루비콘은 전형적인 정통 오프로더의 명맥을 잇는 차종이다.



이번에 탄 차종은 랭글러 루비콘 중에서도 언리미티드 버전이다. 길이가 4,685㎜로 4,160㎜의 루비콘에 비해 훨씬 길다. 그만큼 트렁크 공간이 확대돼 캠핑에 상당히 유리하다. 실제 트렁크 용량은 1,413ℓ지만 뒷좌석을 접으면 최대 2,320ℓ까지 확대된다. 캠핑을 떠날 때 필요한 "테트리스 신공법" 적재 능력이 없어도 될 정도다. 그냥 보이는 곳에 장비를 넣으면 된다. 그렇지 않을 때는 5인승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 한 마디로 멋스러운 루비콘에 캠핑의 실용성을 가미한 차종이 언리미티드 루비콘인 셈이다.



▲ 디자인

동그란 눈매와 7줄의 세로형 그릴은 짚의 디자인 아이콘이다. 넓은 앞 범퍼에는 필요에 따라 윈치 등의 오프로드 장비를 설치할 수도 있다. 물론 별도 도구를 이용해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지붕과 좌우 도어 등을 모두 탈거할 수도 있다. 별도 차고를 갖고 있다면 가끔 변신하는 재미도 있다.



예비용 타이어가 부착된 뒷모습은 램프 외에 다른 장식이 없다. 정통 오프로더라는 점에서 디자인 기교를 부리는 것은 허세일 수도 있다. 오프로더를 타고 험로를 주행하는 비율이 포장도로 이용율보다 낮아도 기본적인 정통 오프로더의 컨셉트에 충실했다. 시대 변화에 따르기보다 고집스러움이 느껴진다.



인테리어도 마찬가지다. 고급화에 한발 다가섰다고 하지만 성격상 럭셔리는 오히려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도 보는 사람마다 많이 고급스러워졌다고 말한다. 오프로드를 탈 때 동승석에서 잡을 수 있는 대시보드 그립에는 "짚, Since 1941"이 새겨져 있다. 윌리스 MB부터 이어진 전통을 확실히 계승했다는 징표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변속 및 트랜스퍼 레버와 공조 로터리 스위치는 테두리에 크롬 등의 금속 소재를 둘러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오디오는 368와트 6매 CD/MP3 플레이어를 바탕으로 6개의 인피니티 스피커와 20.3㎝의 서브 우퍼가 채용됐다. 아웃도어에서 음악은 빼놓을 수 없는 항목임을 부각시킨 셈이다.



▲ 성능

루비콘에는 최대 200마력, 46.9kg·m(1,600-2,600rpm)를 발휘하는 2,777㏄ 커먼레일 디젤엔진이 탑재됐다. 크라이슬러가 이태리 VM모토리와 직접 개발한 엔진으로 전자식 5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됐다. 구동방식은 파트타임 4WD로 필요에 따라 4H와 4L를 트랜스퍼 레버로 선택할 수 있다.



저회전에서 최대토크가 나온다는 점에서 성능에 대한 기대감이 높을 수 있지만 언리미티드 루비콘의 경우 중량만 2t이 넘는다. 여기에 아웃도어를 위해 캠핑 장비 등을 가득 채우면 무게는 훨씬 늘어난다. 실제 캠핑을 위한 장비를 채웠더니 움직임도 둔해진다. 하지만 언리미티드 루비콘은 그렇게 타라고 만든 차여서 별 부담이 없다. ℓ당 10.4㎞의 공인 연료효율은 아웃도어를 즐길 때 중요한 항목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가속할 때 디젤 특유의 소음이 있지만 역시 개의치 않아도 된다. 정숙성을 원한다면 언리미티드 루비콘이 전혀 어울리지 않겠지만 랭글러는 거칠게 타는 차이고, 거친 도로에서 제 성격을 발휘하는 차다.



비포장도로에 올라 트랜스퍼 레버를 4H로 놓고 달렸다. 물론 거침없이 내달렸다. 2WD로도 충분한 도로에서 4H는 사치일 수 있다. 그만큼 한국에서 랭글러 특유의 오프로딩을 체험할 수 있는 바위산이나 험로를 찾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미국처럼 광활한 사막이 펼쳐진 것도 아니고, 동남아시아처럼 도로에서 벗어나면 바로 정글이 나오는 곳도 아니다. 일부러 록 크롤링을 위한 별도 개조를 추구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들의 고민은 늘 한 가지, 제대로 즐길 장소가 없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크라이슬러는 루비콘에 전자 장비를 많이 탑재했다. 오프로드를 가기 위해선 포장도로를 더 많이 주행한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ESP와 크루즈 컨트롤은 기본이고, 지상고가 높다는 점에서 전자식 전복방지 시스템(ERM)과 내리막 주행 제어장치(HDC), 언덕 밀림 방지 장치(HAS) 등을 넣었다.



오프로드 전용 기능도 기본이다. 험로 탈출에 필요한 앞뒤 디퍼렌셜 잠금장치와 앞 스웨이바 분리장치, 연료탱크와 트랜스퍼 케이스를 보호하는 스키드 플레이트, 고강도 DANA 44 앞뒤 액슬 등이 그것이다. 험로를 즐기는 이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기능이지만 차를 아끼는 사람에게는 자칫 불필요한 장치가 될 수도 있다. 험로용이지만 루비콘을 멋으로 타는 사람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없어서다.



▲ 총평

요즘 아웃도어의 대세는 캠핑이다. SUV 구매자 중 상당수가 캠핑세계에 빠져드는 추세다. 캠핑을 가면 랭글러와 랜드로버 군단을 가끔 보게 된다. 하지만 랭글러와 랜드로버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랜드로버가 SUV의 하이엔드를 추구했다면 랭글러는 정통 오프로더의 성격을 변함없이 유지하고 있어서다. 4,990만원의 가격도 부담이 큰 것은 아니다.



캠핑에 적합한 루비콘은 언리미티드 버전이다. 차체가 짧은 루비콘은 경험상 장비 적재가 많이 되지 않는다. 장비 최소화로 산간 오지를 갈 때는 적합하지만 가족과 함께 할 때는 공간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랭글러는 사람이 별로 없는 오지에서 장비를 펼쳐 놓고, 앞 범퍼에 걸터앉아 음악을 들으며, 맥주 한 잔을 마시는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차다. 아웃도어에 푹 빠진 사람을 위해선 제격이라는 의미다. 그래서 크라이슬러에 따르면 요즘 주중 업무용으로 세단을 두고, 주말을 위해 랭글러를 구입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한다. 지난 4월까지 판매된 랭글러 가운데 언리미티드 루비콘이 183대로 76대에 그친 루비콘 대비 많은 이유도 공간 활용성 때문이다. 요즘처럼 날씨가 좋을 때 주말 캠핑 나들이를 떠나기 좋은 차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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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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