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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어우러진 아름다움’의 의미를 깨닫게 해주는 초간정 |
솔향기 품은 바람, 계곡을 타고 흐르는 물소리, 자연 그대로의 숲속에 세상사를 멀리하고 서 있는 정자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여유와 휴식을 얻는다. 경북 예천군 용문면 죽림리에 자리한 초간정은 그 중에서도 으뜸이다.
계곡의 물줄기가 휘돌아 흐르는 암반 위에 그림처럼 자리한 초간정의 고졸한 멋은 "자연과 어우러진 아름다움"이 어떤 것인지 한눈에 보여준다. 정자를 둘러싼 주변 풍경 또한 예사롭지 않다. 소나무와 참나무 등이 우거진 숲은 계곡과 기암괴석이 어우러져 우리나라 전통원림의 아름다움을 한껏 과시한다. 고즈넉한 그 풍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팍팍한 세상살이에 지친 몸과 마음을 어루만지는 다정한 여운이 느껴진다. 옛선비처럼 그 속에서 인생과 우주와 자연의 섭리는 깨우치지 못해도 세상은 충분히 아름답고 살만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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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신록이 어우러진 드라이브 코스 |
초간정은 조선 선조 때 학자인 초간 권문해(1534∼1591)가 1582년 지었다. 그는 우리나라 최초의 백과사전이랄 수 있는 "대동운부군옥(大東韻府群玉)"을 이곳에서 저술했다고 한다. 이 책은 은나라 음시부의 "운부군옥"을 본따 단군 이래 선조 때까지 수천 년간의 사실을 지리, 국호, 성씨, 효자, 열녀, 수령, 선명, 본명, 화명, 금명 등의 유목으로 총망라해 운자의 차례대로 배열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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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숲과 계곡을 가로지는 출렁다리 |
그는 또 1580년부터 11년동안 일상생활에서 국정에 이르기까지 주변의 일들을 기록한 "초간일기(草澗日記)"(보물 제879호)를 남기기도 했고, 아내에게 바친 제문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아내가 세상을 뜨자 90일장을 지내면서 사무치는 그리움을 담아 아내에게 바치는 제문을 썼다.
"… 나무와 돌은 풍우에도 오래 남고 가죽나무·상수리나무 예대로 아직 살아 저토록 무상한데 그대는 홀로 어느 곳으로 간단 말인가. 서러운 상복을 입고 그대 영제 지키고 서 있으니 둘레가 이다지도 적막하여 마음 둘 곳이 없소. … 이제 그대가 저승에서 추울까봐 어머님께서 손수 수의를 지으셨으니 이 옷에는 피눈물이 젖어 있어 천추만세를 입어도 해지지 아니하리다. 오오, 서럽고 슬프다. 사람이 죽고 사는 것은 우주에 밤과 낮이 있음 같고 사물이 비롯과 마침이 있음과 다를 바 없는데, 이제 그대는 상여에 실려 저승으로 떠나니 그림자도 없는 저승, 나는 남아 어찌 살리. 상여소리 한 가락에 구곡간장 미어져서 길이 슬퍼할 말마저 잊었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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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비 |
당시 정서로 반가의 선비가 이런 애절함을 어찌 표현할 수 있었는지, 그의 호를 따 지은 정자 초간정을 바라보며 그 마음을 헤아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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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림의 아름다움과 정제된 인공미를 동시에 갖춘 원림 |
초간정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때 불타는 등 여러 차례 수난을 거듭하다 초간의 현손이 1870년에 중창해 오늘에 이른다. 그 동안의 세월만큼 초간정의 송림은 더욱 우거지고, 정자를 휘감는 맑은 계곡물도 변함없이 오늘도 흐르고 있다.
▲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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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친화적인 뒷간. 대싸리 문이 인상적이다. |
가까이 있는 금당실마을 장터거리에 음식점들이 몇 있다. 안동식당(054-655-8752)은 두부요리를 전문으로 한다. 상금곡리에 있는 궁중(054-655-0696)은 가정집 분위기의 식당으로 오리고기를 선보인다.
▲ 찾아가는 요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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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로 흘러가는 물줄기. 돌돌거리는 물소리에서 선비의 글읽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
중앙고속도로 예천 나들목에서 나가면 바로 928번 지방도로와 만난다. 이 3거리에서 좌회전해 예천읍내로 들어간다. 28번 국도를 만나는 3거리가 나오면 우회전해 28번 국도를 탄다. 용문 방향 928번 지방도로를 따라 가면 초간정 이정표가 나온다. 이정표를 따라 좌회전해 들어가면 초간정 주차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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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간정 옆 살림집 |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