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가 미국 자동차시장에서 처음으로 점유율 10%를 돌파했다. 1986년 미국시장에 현대차가 진출한 이후 점유율이 두 자릿 수를 넘은 건 처음이다.
|
현대 아반떼 |
5월 한 달간 현대차는 5만9,214대, 기아차는 4만8,212대 등 총 10만7,426대가 미국시장에서 팔렸다. 두 회사의 판매대수를 더한 시장점유율이 10.1%로, 기록상으로는 5위에 해당한다. 10만8,387대를 판매, 순위가 미국 빅3에 밀려 4위로 떨어진 토요타와는 확실히 비교된다. 특히 쏘나타와 아반떼는 처음으로 라이벌인 캠리와 코롤라의 판매실적을 넘어섰다.
분명한 쾌거이자 칭찬받을 일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한국차는 해외에서 그리 주목받지 못했다. 자동차 본고장인 유럽에서는 물론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도 미국차와 일본차에 밀려 제 3세력으로 분류돼 왔다. 그러나 이제는 한국차가 미국에서 판매되는 자동차 10대 가운데 1대라는 사실이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해외언론들도 현대·기아차를 일제히 주목하고 나섰다.
그러나 지금의 현상을 현대·기아차의 대약진으로 보기는 어려운 부분도 있다. 정면승부가 아니라 일본 대지진의 반사효과가 있어서다. 미국 내 경쟁상대인 일본차들은 아직도 대지진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완전 정상화는 7월 이후에도 장담하기 힘들다는 게 일본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기아차의 선전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실제 토요타는 5월 미국 신차 판매에서 전년동월 대비 33.4% 떨어졌다. 2개월만의 마이너스 성장으로, 대지진이 발생한 시점과 정확히 일치한다. 혼다와 닛산도 같은 기준으로 22.5%와 9.1% 각각 감소했다. 양사 모두 9개월만의 하락이다. 모두 지진의 영향을 받았다는 의미다. 지진 직후 감산체제에 접어들면서 제품 공급을 보장할 수 없는 상태가 이어졌다. 결국 5월 신차 판매에서 그 여파가 어김없이 드러난 셈이다.
판매집계도 다소 애매하다. 현대와 기아차는 미국 내에서 각각 별도의 판매망을 운용하고 있다. 별개 브랜드라는 얘기다. GM 산하의 캐딜락과 쉐보레 관계와는 다르다. 굳이 따지자면 폭스바겐그룹의 폭스바겐과 아우디같은 관계로 볼 수 있다. 생산, 마케팅, 영업 등 거의 전 분야에 걸쳐 별개로 운영되는 브랜드다. 따라서 국내 통계에서는 현대와 기아차를 묶어 계산하지 않는다. 결국 양사 통합 판매대수로 토요타를 턱밑까지 추격했다는 말은 자화자찬에 불과할 수도 있다.
미국시장 점유율 10%라는 보도가 나간 후 인터넷 여론은 들끓기 시작했다. 미국에서의 선전도 좋지만 국내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대부분이다. 대다수 소비자들은 현대·기아차의 내수기반이 튼튼하기에 해외에서 성장할 수 있었다는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비춰볼 때 미국시장 점유율 10%를 현대·기아차가 마냥 즐거워할 일은 아니다. 게다가 남의 나라의 불행으로 얻은 반사이익에 열광하는 것도 부끄럽다. 좀 더 겸손할 필요가 있어 보이는 이유다.
트위터로 만나는 오토타임즈 : http://twitter.com/Autotimes_kr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