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고찰 찾아 가니 전설 가득 보물 가득

입력 2011년06월17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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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3대 용문사 중이 하나로 꼽히는 예천 용문사 전경
용문사를 이야기할 때면 사람들마다 제각각 다른 말을 늘어놓는다. 어떤 이는 그곳에 천년 세월을 지켜온 은행나무가 있다 하고, 어떤 이는 그곳에 마귀 대신 탐관오리를 짓밟고 선 사천왕상을 이야기하고, 또 다른 이는 대장전의 회전식 윤장대를 빼놓고 용문사를 논할 수 없다고 한다.



모두 맞는 말이다. 맞는 말이긴 하나 그들이 말하고 있는 용문사는 서로 다른 용문사이다. 각각 경기도 양평, 경남 남해, 경북 예천에 있는 절들로, 이름이 같을 뿐만 아니라 모두 천년고찰의 유서 깊은 사찰이다. 이들은 우리나라 3대 용문사로 손꼽히는데 양평 용문사가 용의 머리요, 예천 용문사가 용의 몸통이며, 남해 용문사는 용의 꼬리에 비유된다.

용문사 일주문. "소백산용문사"라는 현판이 눈에 띈다.


신록이 어여쁜 이맘때는 경북 예천군 용문면에 있는 절 용문사가 그윽하고 깊은 풍경을 그려낸다. 찾아가는 길도 순탄하고 매끄럽다. 가는 길목에 전통가옥들과 정자, 금당실마을 등 구경거리도 빼곡해 알찬 나들이 코스가 된다.



대장전의 회전식 윤장대. 윤장대를 돌리면 번뇌가 소멸되고 공덕이 쌓여 소원을 이룰 수 있다고 해 많은 참배객이 찾는다.
예천 용문사는 신라 경문왕 10년(870년) 두운선사에 의해 창건된 고찰로, 오래된 절답게 여러 전설이 내려온다. 두운선사가 이 산의 동구에 이르렀을 때 바위 위에서 용이 영접했다 하여 절 이름을 용문사라 하였다 하고, 또 절을 짓기 시작했을 때 나무둥치 사이에서 무게 16냥의 은병을 캐어서 공사비에 충당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절 이름과 관련한 또 다른 전설은 고려 태조 왕건이 신라를 정벌하러 내려가다 이 사찰을 찾았으나 운무가 자욱하여 지척을 분간치 못했는데, 어디선가 청룡 두 마리가 나타나 길을 인도하였다 하여 용문사라 불렀다고 한다.



이곳에는 국내 최고, 국내 유일을 자랑하는 문화재가 여럿 있는데 그중 하나가 맞배지붕의 균형미를 보여주는 대장전(보물 145호)이다. 고려 명종 3년(1173)에 지어진 대장전은 경전을 봉인하는 전각으로, 안에 안치된 회전식 윤장대(보물 684호)는 국내 유일한 것으로 손꼽힌다. 윤장대를 돌리면 번뇌가 소멸되고 공덕이 쌓여 소원을 이룰 수 있다고 해 많은 참배객이 찾는다.

대장전에 모셔진 목불좌상은 국내서 가장 오래되고 큰 목불상으로 대추나무에 조각했다.


대장전에 모셔진 목불좌상 또한 국내서 가장 오래되고 큰 목불상으로 대추나무에 조각했다. 조선 숙종 때 조성된 목각탱과 함께 보물 989호로 지정되었다. 이외에도 용문사에는 조선 세조의 친필수결의 용문사교지(보물 729) 등 보물과 다수의 문화재를 간직하고 있다. 2006년에 준공된 성보유물관에는 101종 193점의 서지류, 불화류, 불상 및 공예 등 불교유물이 전시되었다.



자운루, 임진왜란 때 승병들의 지휘소로 이용되었던 곳이다.
경내에서 눈길을 끄는 또 다른 전각은 자운루이다. 임진왜란 때 승병들의 지휘소로 이용되었던 자운루는 경사가 심한 지형에 자리 잡은 사찰 건물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앞쪽에서 보면 중층이고, 뒤쪽은 단층인 지계형 건축이다. 누의 역할은 사찰마다 다소 차이를 보이는데 주로 휴식과 수행의 공간으로 사용되거나 출입문의 역할을 하는 등 복합적인 성격을 가진다. 이곳 자운루는 평면형의 구조나 대장전 쪽을 제외한 좌측과 정면에 개폐가 가능한 벽체가 설치되어 있는 점으로 미루어 수행과 휴식의 공간으로 사용되었다고 본다.



경사를 이용해 나무통을 타고 흘러온 샘물이 절 마당의 우물에 모인다. 때 이른 더위도 이곳의 시원한 샘물 한 바가지면 저만큼 물러앉는다. 불국사의 것보다 규모가 더 웅장하다는 용문사 사천왕상도 빠뜨리지 말고 꼭 챙겨볼 일이다.

용문사의 또 다른 누각인 해운루


▲찾아가는 요령

서울 - 영동고속도로 여주IC - 중부내륙고속도로 - 점촌함창IC에서 나와 예천읍내로 향한다. 928번 지방도를 따라가면 용문면 -금당실전통마을 - 초간정 - 원류삼거리 - 용문사에 이른다. 서울에서 용문사까지 약 208km, 3시간 남짓 걸린다.

절 마당 우물. 이 샘물 한 바가지로 번뇌와 함께 무더위도 날려버릴 일이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연등 너머 보광명전
집의 지붕이 신록과 어우러져 운치를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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