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가 프라다를 입었다. 명품 브랜드와 흔치 않은 콜라보레이션(협업)이다. 여기에만 그친 것이 아니다. 배기량 5,038cc의 강력한 타우 엔진을 얹었다. 제네시스 프라다는 이렇게 스타일과 성능에서 최고를 추구했다. 반응은 아직까지 성공적으로 보인다. 제네시스 프라다는 출시 보름 만에 200대 판매를 돌파했다. 회사는 1,200대 한정 수량이 모두 팔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제네시스 프라다를 시승했다.
▲스타일
지난 3월 국내 출시한 2012년형 제네시스와 기본적인 틀은 같다. 때문에 개발 초기부터 디자인에 관여한 프라다 최고경영자 파트리치오 베르텔리의 손길보다는 현대차 디자이너들의 노고가 더 느껴진다.
그럼에도 제네시스 프라다만의 정체성을 부여하려는 시도는 곳곳에서 목격된다. 우선 그동안 제네시스에서 볼 수 없었던 차체 색상이 시도됐다. 색상명은 각각 브라운 모로, 블루 발티코, 블랙 네로로 고급스러움을 위해 펄 소재가 들어갔다. 프라다가 직접 색상을 지정했다는 후문이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팔라듐 컬러의 다크 크롬 도금으로 재해석됐다. 일반 크롬 도금에 비해 고급스러움을 주기 위함이다. 팔라듐 컬러는 프라다의 버클 장식에도 적용되는 색으로 알려져 있다.
프라다가 직접 디자인했다고 알려진 차 지붕의 샤크 안테나는 직선의 단순함과 세련됨을 담아냈다. 여기에 19인치 알로이 휠도 프라다가 디자인했다는 설명이다. 이밖에 제네시스 프라다에는 차체 옆면에 부착된 특별 엠블럼과 후면 제네시스 프라다의 약자와 5,000cc 엔진 탑재차를 뜻하는 GP500이라는 형식명으로 자신을 알리고 있다.
실내에도 프라다의 감성이 묻어난다. 우선 문을 열면 제일 처음 만나게 되는 도어 스카프에 제네시스 프라다 전용이 적용됐다. 또한 조수석 플로어 콘솔에는 시리얼 넘버 플레이트가 부착, 1,200대 한정판의 특별함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시승차는 판매차가 아닌 관계로 시리얼 넘버는 부착되지 않았다.
내부 천정에는 알칸타라 소재의 고급 재질이 마감으로 쓰였다. 얼핏 보기에도 고급스러움이 풍긴다. 또한 사피아노 가죽패턴을 시트 및 대시보드 일부에 사용해 독특한 시각 및 촉각 효과를 내고 있다. 키 홀더와 차 설명서를 담는 조그만 가방에도 프라다의 사피아노 가죽이 쓰였다. 클러스터와 센터 페시아 모니터에도 제네시스 프라다의 자취를 느낄 수 있다. 시동을 걸면 모니터에 로고가 뜨는 형식이다. 그러나 클러스터의 경우 기본 디자인은 기존 제네시스와 동일하고 프라다 로고는 트립 컴퓨터 상에만 표시되는 것이어서 특별함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성능
제네시스 프라다는 V8 5.0ℓ GDi 엔진이 장착됐다. 이 엔진은 지난 4월 뉴욕 모터쇼에서 공개된 제네시스 5.0 R-스펙이 유일하며 국내에선 제네시스 프라다 한정판매분 1,200대에 만 적용된다. 5,038cc의 배기량은 430마력의 최고출력과 52.0kg·m의 최대토크를 낸다. 2012년 제네시스와 동일한 현대 개발의 후륜 8단 자동변속기가 적용됐으며 9.0km/ℓ의 연료효율을 보인다. 카탈로그에 따르면 반드시 고급 휘발유(RON 96 이상)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일반 휘발유를 사용해도 큰 문제는 없지만 출력이 다소 저하되고 연료소비가 증가할 것이라는 경고도 함께 표시돼 있다.
국내 소비자 취향에 최적화된 차답게 매우 조용한 것이 특징이다. 푸시 스타트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었지만 시동이 걸려 있는지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다. 매우 훌륭한 정숙성이다. 물론 이를 위해 많은 흡음재를 썼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비교적 가격에서 자유로운 까닭에 가격 상승 요인이 되는 부분의 과감한 선택은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라고 짐작된다.
가속페달을 밟아 차를 움직였다. 뒤에서 밀어주는 듯한 느낌은 후륜구동 차만의 독특한 느낌이다. 5.0ℓ 엔진의 강력함이 느껴진다. 수입 프리미엄 세단의 동급 차들과 비교해 가벼운 1,870kg의 중량도 경쾌한 가속성능에 일조하고 있다. 아이들링 상태와 마찬가지로 가속 때도 차는 대단히 조용하다.
속력을 더 올려본다. 후단 8단 변속기의 기어가 촘촘하게 그리고 재빠르게 변속한다. 고단 변속기의 장점이다. 시속 100km까지 이르는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고배기량 차다운 폭발적인 가속도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속도에 맞게 스티어링 휠의 무게가 변화하는 속도감응형 스티어링 휠은 그 감도가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다. 급가속 때 좌우로 미세하게 스티어링 휠이 흔들린다.
간선도로에서 시속 180km까지 속력을 높였다. 배기량을 감안할 때 200km/h 이상의 속도도 가능하지만 그 이상 속력을 내기는 다소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지난 3.8ℓ 모델 시승 때와 느낌이 달랐다. 스티어링 휠도 속력을 낼수록 무거워짐을 느낄 수는 있었지만 만족할 만한 무게는 아니다. 전반적으로 불안함이 느껴졌다. 역동적인 주행을 위해 스포츠 모드도 존재한다. 그러나 주행 모드를 변경해도 크게 달라지는 점을 발견하기 힘들다.
안전장치는 2012년형 제네시스와 동일하다. 약간 다른 점은 3.8ℓ에 선택항목으로 들어갔던 것들이 제네시스 프라다에선 기본이다. 최첨단 인텔리전트 엑셀 페달(IAP)과 프리 세이프 시트 벨트(PSB) 등으로 대표된다. IAP는 차선 이탈 방지 시스템, 전방 위험 상황 감지 레이더 등과 조합돼 위급 상황을 운전자에게 페달 진동으로 알려준다. 전방 장애물이 갑자기 튀어나왔을 때도 함께 작동한다. PSB는 차선 이탈이나 충돌 위험 같은 위험상황이 발생되면 벨트를 여러 번 감는 것으로 운전자에게 경고를 해주는 안전장치다. 역시 차선 이탈 방지 시스템이나 전방 위험 상황 감지 레이더 등과 연동한다. 실제로 차선을 이탈해봤다. 트립 컴퓨터에 차선을 이탈했음을 알리는 신호가 나타나지만 운전 상황에서의 확인은 어렵다. 이때 IAP가 개입, 즉시 가속 페달이 위 아래로 두세 번 진동했다. PSB는 동시에 바로 몸을 시트에 밀착하게끔 두세 번 조여 왔다.
▲총평
제네시스 프라다 출시 당일, 근처를 지나가던 여성들이 "무슨 차가 나왔나?"라면서 시큰둥하게 지나갔다. 일행 중 한 명이 동료들에게 "프라다"임을 알렸고, 차에 관심도 없었던 여성들은 일제히 제네시스 프라다에 관심을 보였다. 이렇듯 명품과의 협업은 자동차 분야에서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돼 있는 여성들에게 크게 어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현대측에서도 여성 소비자들의 문의가 많다는 답변을 내놨다. 소비력이 뒷받침되건 안되건 여성들은 이 차를 프라다 가방만큼이나 소유하고 싶은 욕망에 시달릴 것이다.
그러나 이런 명품 마케팅은 양날의 검이다. 가격을 높게 책정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어서다. 명품의 가치를 인정한다면 가격은 문제되지 않겠지만 자동차는 가격에 민감함을 보이는 소비재 중 하나다. 제네시스 프라다 판매가격은 7,900만원으로 꽤나 비싼 편이다. 이 돈이면 에쿠스 3.8ℓ 프라임급을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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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사진/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