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믿기 힘든 연비, 푸조 508 악티브

입력 2011년06월20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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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가 5년 만에 새롭게 선보인 중형 세단 "508"은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 차종이다. 특히 푸조 수입사인 한불모터스가 지난달 아시아 최초로 국내 시장에 508 라인업을 소개하자 소비자들의 관심은 더욱 증폭됐다. 경제성을 지닌 중형 세단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해서다. 이는 최근 폭스바겐이나 BMW 등이 디젤차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지만 푸조도 국내에서 디젤차를 앞세워 효율성 경쟁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 모습을 보인 점도 한몫했다고 볼 수 있다. 푸조 508 시리즈는 고성능을 강조한 최상위 차종 508GT, 무난한 508 알뤼르와 왜건형 508 SW 알뤼르, 뛰어난 연료효율이 특징인 508 악티브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1.6 ℓ 디젤엔진을 사용하는 508 악티브를 탔다.



▲스타일

그동안의 푸조차에서 볼 수 없었던 디자인이다. 실제로 508을 보는 일반인들의 첫 반응도 한결같이 "푸조 맞아요?"였다. "펠린룩=푸조"로 인식되던 것에서 탈피, 새로운 시도를 통해 호감을 끌어낸 게 아닌가 싶다. 사실 고양이처럼 생긴 앞모양에 거부감을 가진 소비자가 많았던 점을 생각해 보면 놀라운 변신이다. 새로운 디자인 아이덴티티가 적용돼 세련된 중형 세단의 이미지를 물씬 풍기고 있다.



508은 시각적으로 안정감을 주며 부드럽고 편안하지만 고루하지 않다. 앞바퀴부터 앞범퍼까지의 거리, 즉 프론트 오버행을 줄여 앞바퀴와 뒷바퀴 간의 거리인 휠베이스를 2,815mm로 늘렸다. 수직에 가까운 프론트 그릴에서 시작된 선은 낮고 길게 뻗은 앞유리와 A필러를 지나고, 완만한 곡선은 뒷유리와 C필러로 이어진 뒤 날카로우면서 풍만한 트렁크에서 마무리된다. 특히 차의 성격을 좌우하는 C필러가 두꺼워 둔탁해 보이지 않도록 신경 썼다.



키를 지닌 채 차에 다가가 손잡이를 당기자 자동으로 잠금장치가 해제되고, 동시에 여러 램프가 켜져 운전자를 환영한다.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았다. 깔끔하게 정돈된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온다. 최대한 절제된 디자인이다. 시트는 직물과 가죽이 혼용됐으며 운전석과 조수석은 몸을 단단히 잡아주는 세미 버킷 타입이다. 핸들링 성능을 중요시 하는 푸조의 철학이 반영된 탓이다.



▲주행 & 승차감

시동 버튼은 흔히 스티어링휠의 오른편에 자리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508은 공간 활용을 위해 왼쪽으로 옮겼다.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 버튼과 함께 있어 운전의 시작과 끝을 확실히 할 수 있다. 또한 컵홀더는 센터 페시아 에어컨 송풍구 아래에 슬라이딩 방식으로 설치돼 차갑거나 따뜻하게 음료를 즐길 수도 있다. 작은 배려가 큰 만족을 준다는 점을 충분히 드러내고 있다.



시동을 걸자 디젤차 특유의 밸브소리가 소리가 들리지만 공회전 상태에서는 가솔린 차종으로 오해할 만큼 조용하고 진동 또한 적다. 가속할 때의 소리는 거슬리지 않는다. 오히려 박진감이 느껴진다. 동급 가솔린 엔진과 비교하면 무게감 있는 엔진 사운드가 매력이다.



가속 페달을 깊숙이 밟자 112마력, 27.5kg·m 토크의 1.6ℓ 터보 디젤 엔진이 반응한다. 빠르지 않지만 부드럽게 지속적으로 가속된다. 사람에 따라 묵직하게 혹은 둔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물론 성격이 급하다면 508 GT 버전을 사면 된다. 자동화 수동변속기인 MCP가 탑재된 탓에 변속될 때 약간의 울컥거림이 발생한다. 수동변속기라 생각하면 매우 훌륭한 변속감이지만 자동변속기라 생각하면 거부감이 들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하지만 508 악티브의 이런 사소한 불만들은 뛰어난 연료효율성 앞에서 모두 용서된다. 이번 시승에서 약 750km를 주행했는데, 계기판 모니터에는 여전히 남은 주행거리가 300km 이상이라고 표기된다. 연료계를 보기 전까지 고장난 것으로 오해할 뻔 했다. ℓ당 22.6km의 공인 연료효율을 보이지만 시속 80km 정속주행시에 평균 30km/ℓ 이상을 기록했고, 고속도로 주행과 시내주행, 그리고 산길과 추월가속 등 다양한 환경에서 운전을 즐기며 신나게 달렸는데도 평균 효율은 15km가 넘었다. 연료탱크 용량이 72ℓ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론상 최대 주행거리는 1,627km(공인연비 기준)지만 에코드라이빙을 실천한다면 더욱 먼 거리를 주행할 수도 있는 셈이다.



푸조 508 악티브가 이런 뛰어난 효율성을 보이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마이크로-하이브리드 e-HDi 기술이 적용돼 중대형 세단에서 경험하기 힘든 효율성과 이산화탄소 배출량 119g/km의 친환경성을 실현했다. 진보된 i-StARS 시스템을 통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발전기 역할뿐 아니라 재시동을 거는 스타터 기능을 모두 지원한다. 또한 정차 후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는 순간 0.4초라는 짧은 시간 내에 재시동이 가능하다. 이 시스템을 동승객에게 설명하기 전까지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럽다. 시동이 꺼졌지만 스피커에선 음악이 여전히 들리고, 송풍구에서도 차가운 바람이 나와 쉽게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다. 물론 출발하며 다시 시동이 걸릴 때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큰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는 게 아닐까 싶다.



최고시속은 제원상 194km지만 가속이 붙자 시속 204km를 넘어섰다. 주행안정성은 탁월했다. 핸들링에 가장 큰 주안점을 두고 개발한 만큼 고속에서 흔들림 없는 자세를 유지할 수 있다. 구불구불한 산길이나 시내 주행 시에도 충분한 운전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미쉐린의 에너지세이버 친환경타이어가 적용됐는데 차와의 궁합은 나쁘지 않았다. 사이즈는 215/60R16을 사용한다.



▲총평

먼저 자신을 낮추는 아시아인들의 문화를 이해하려 한 것일까. 508을 통해 느낀 푸조의 변신은 인상적이다. 508 악티브는 푸조 기술력의 정수를 보는 듯하다. 효율을 쥐어짜면서도 운전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차다. 여기에 4,290만원의 가격대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넉넉한 실내공간과 다양한 편의품목은 보너스다. 컬러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통해 운전시 편의성을 높였고, 뒷좌석은 좌우 및 후방 선셰이드와 4존 에어컨디셔너로 뒷좌석에서도 쾌적함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했다. 한 차로 다양한 목적을 소화해야 하는 특유의 문화를 이해하고, 지나치게 개성을 강조하지 않고 무난한 외모까지 갖췄다. 최근 만난 지인은 508을 보며 이런 말을 했다. "장난감이 아니라 제대로 된 차를 만들었다.". 508을 철저하게 아시아 시장을 겨냥해 만들었다는 푸조측의 설명이 확실히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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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사진=박찬규 기자 sta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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