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미니 컨트리맨, 새로운 도전의 결과는?

입력 2011년06월20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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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미니 클럽맨이 나왔을 때 이보다 더 큰 미니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미니는 더 이상 "미니"하지 않은 "빅(big)" 미니를 만들어냈다. 미니 컨트리맨이 그 주인공이다. 미니 최초의 SAV다. SAV는 스포츠 액티비티 비히클이라는 뜻으로 BMW가 SUV 장르를 부르는 특별한 명칭이다. 즉 미니 최초의 SUV라는 뜻이다. 컨트리맨을 처음 보는 순간 이질감이 느껴졌다. 도심을 누비는 작고 날랜 미니가 아닌 투박함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과연 미니 컨트리맨은 미니의 새로운 패밀리로 안착할 수 있을까? 쿠퍼S의 심장을 얹은 미니 쿠퍼S 컨트리맨을 시승했다.

▲스타일
영락없는 미니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미니임을 알 수 있게 하는 독특한 실루엣을 모두 담았다. 그러나 "작은" 미니와 비교되는 "큰" 미니만의 디테일이 특징이다. 앞모습을 살펴보면 동그란 헤드 램프 대신 역사다리꼴의 헤드 램프가 적용됐다. 그러나 미니의 특징인 헤드램프 주변의 크롬 장식은 동일하게 들어갔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미니 쿠퍼나 클럽맨보다 조금 더 커지고 입 꼬리가 아래로 쳐졌다. 전반적으로 차고가 높아진 덕분에 그에 맞게 각 요소요소의 크기도 살짝살짝 조정됐다는 느낌이다.

옆모습도 전반적으로 미니를 따르고 있다. 투톤 처리된 휠 아치 역시 미니 유전자를 나타내려는 의도를 다분히 포함하고 있다. 다만 4인승 SAV답게 도어는 앞뒤로 두 짝이다. 앞문에는 미니의 첫 사륜구동차임을 알리는 "ALL 4" 로고가 들어갔다.

뒷모습을 특징짓는 테일 게이트는 차체 크기를 인식하듯 거대하게 느껴진다. 분명 미니의 전통적인 아기자기함은 아니다. 불어난 크기만큼 볼륨감 있는 모습이다. 테일 램프는 기존과 다른 형태로 차별성을 두었다. 가지런히 모여 미니를 상징하던 머플러는 양쪽으로 벌어졌다.

실내 또한 미니의 특성을 그대로 살리면서 컨트리맨만의 독창성을 접목시켰다. 센터 페시아 중앙의 커다란 속도계는 없어서는 안 될 미니의 자존심. 역시 컨트리맨에도 적용됐다. 다만 실내가 넓어짐에 따라 시야에서는 약간 멀어졌다. 운전중에도 시선을 분산시켜 약간 산만하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기존 미니 쿠퍼에서 속도계 양옆으로 존재하던 통풍구는 좀 더 위로 올라붙었다. 마치 미키마우스를 연상시킨다.

전통적으로 창문이나 공조장치를 조절하는 토글스위치도 속도계 아래로 달라붙었다. 재미있는 조작감이지만 좁은 미니 쿠퍼에서 손을 살짝만 뻗어도 닿았던 스위치들은 컨트리맨에선 상체를 숙여야 닿는다. 역시 단점으로 남는다. 애초에 전통을 파괴할 속셈이었다면 토글 위치들의 위치도 조작이 편한 곳으로 이동시켰어야 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시트는 4개가 각각 독립적으로 구성됐다. 뒷좌석까지 개별 시트로 만들어진 것은 꽤나 특이하다. 왼쪽 좌석과 오른쪽 좌석의 사이에는 센터 레일이 장착됐다. 컨트리맨만의 디자인적인 요소다. 레일 위에는 컵 홀더, 선글라스 케이스 등이 올려져있어 레일을 따라 앞·뒤로 이동이 가능하다. 그러나 SUV의 실용성을 생각해 봤을 때 의문부호가 남는다. 센터레일만 없었다면 좀 더 공간을 활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성능
시승차인 미니 쿠퍼S 컨트리맨에는 미니 쿠퍼S와 동일한 4기통 1.6ℓ 터보 가솔린 엔진이 올라가 최고 출력 184마력, 최대 토크는 24.5kg·m을 낸다. 자동 6단 변속기가 채용됐으며, 여기에 미니 최초로 4륜구동 시스템인 "올4"도 장착됐다.

키홀더에 키를 꽂고 푸시 스타트 버튼을 눌러 시동을 켰다. 가솔린 엔진을 쓰고 있지만 다소 거친 엔진음이 귀를 울린다. 그래도 디젤만큼 시끄러운 것은 아니다. 정숙성을 요하는 최근 추세와 다소 거리감이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대로도 미니가 가지고 있던 터프함을 느낄 수 있어 크게 거슬리지는 않는다.

쿠퍼S와 똑같은 파워트레인을 가지고 있지만 차체 크기와 무게, 4륜구동 시스템 때문에 가속 페달을 밟자마자 느껴졌던 통통 튀는 가속감은 조금 느끼기 힘들다. 다소 무겁게 앞으로 치고 나아간다. 이와 같은 둔탁함은 속도가 붙을 때까지 조금은 답답하게 이어진다. 그러나 터보 엔진의 특징답게 힘이 일정 구간에 이르면 차체를 밀고 나가는 데 아쉽지 않은 주행성능을 보인다. 속도를 더 높이려 가속 페달을 밟았다. 약간의 경직이 느껴지지만 이내 차가 앞으로 튀어나간다. 터보 엔진 특유의 가속감이다. 어느 덧 130km/h를 넘어 160km/h까지 문제없이 속도가 오른다.

차체가 커진 만큼 휠베이스의 길이도 늘어났기에 고속 주행에서의 안정성은 높아졌다는 생각이다. 미니 쿠퍼가 다소 날카로운 주행성능을 가진 반면 컨트리맨은 이보다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4WD 시스템 덕분이기도 하다. 올4는 앞바퀴 굴림을 기반으로 뒷바퀴 굴림이 주가 되는 BMW X드라이브와 차이를 보인다.

곡선 주로에서 흔들림 없이 앞으로 나아간다. 그러나 코너가 급한 와인딩 구간에서는 쏠림현상도 느껴진다. 차 높이가 높아진 탓이다. 기존 미니 쿠퍼보다 내부 소음이 많이 줄었지만 4인승 개념에서는 여전히 귀를 거슬린다. 풍절음도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시속 100km 이상에서 옆 사람과 대화에 집중하기 어렵다.

제동 능력은 만족할 만하다. 큰 차체가 밀림 없이 민감하고 정확하게 반응한다. 연료효율은 12.0km/ℓ다. 미니 쿠퍼S의 14.5km/ℓ보다 다소 떨어진다. 체감 효율도 10km 미만으로 무거워진 중량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총평
미니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점에서 미니 컨트리맨의 존재 가치는 충분하다. 그러나 이 차를 시승하는 내내 미니도 아니고 SUV도 아닌 어정쩡함이 느껴진 것도 사실이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SUV의 실용성을 살리기 위해 미니만의 독특함을 포기한 데다 미니를 고수하려다가 SUV의 실용성을 놓친 부분을 여기저기서 발견할 수 있다.

미개척 분야에 도전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설익은 밥처럼 미니 컨트리맨의 전체적인 완성도는 의문이 간다. 보다 특이한 것을 원했다면 다른 방법의 가지치기도 좋았을 것이다. 출시를 앞둔 2인승 미니 쿠페가 더 기다려지는 이유다. 미니 쿠퍼S 컨트리맨의 가격은 5,16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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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사진/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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