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스피라 전기차, 가능성 충분하다

입력 2011년06월21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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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울림모터스의 국산 수제 스포츠카 "스피라"는 강산이 변한다는 10여년 동안 우여곡절을 겪은 뒤 지난해 스피라EX, 스피라 터보, 스피라 S, 스피라 N 등 4종으로 출시됐다. 판매는 중국과 말레이시아 부호들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유럽에서도 큰 관심을 보여 수출 계약을 체결하는 등 국내보다 해외에서 인기가 높다. 스포츠카의 한계는 배기가스다. 이에 따라 포르쉐와 페라리 등도 하이브리드 개발에 참여했고, 해외에선 전기 스포츠카 등장이 잇따르고 있다. 어울림도 이 같은 흐름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이에 따라 어울림은 전기차 개발에도 눈을 돌려 지난 2009년 하반기에 첫 프로토타입을 완성했고, 지난해 여름 네덜란드 AGV사와 함께 전기 스피라의 최종 프로토타입을 소개했다. 이후 연말에는 G20 정상회의에 맞춰 제주도에서 열린 한국 스마트그리드 위크 행사에 참가, 스피라EV를 운영하며 홍보했다. 이번에 시승한 차는 스피라EV 프로토타입 최종버전이다. 하지만 시승 거리는 약 34km로 짧다.



▲주행 & 승차감

시승한 프로토타입 스피라EV는 말 그대로 실제 양산에 앞서 여러 데이터를 축적하고 조금씩 다듬어가는 과정의 차다. 따라서 실제 판매되는 차와는 조금 다른 부분이 있지만 최종 프로토타입이라는 점에서 실제 양산될 경우 어떤 느낌을 주는지 체험하기엔 큰 무리가 없다.



현재 확정된 제원에 따르면 양산형 스피라EV는 정격출력 280kW 싱글모터를 쓴다. 배터리 총 용량은 52kW, 최고시속은 220km, 0→100km/h 약 3.5초를 기록한다. 완전 충전시 최대 주행거리는 약 240km 이상이며, 무게는 1,700kg이 예상되고 있다. 이번에 시승한 프로토타입은 최대 주행거리가 약 70km 이상, 안전 제한속도는 120km/h가량이고, 탄력주행시 150km도 가능했다.



스피라EV는 가솔린 스피라의 플랫폼을 그대로 활용했다. 겉모습뿐만 아니라 실내도 똑같다. 계기판의 경우 EV 전용을 개발중이다. 연료장치와 배기관련 시스템을 빼고 배터리와 컨트롤러 등 여러 부품을 채워 넣은 탓에 무게 중심이 달라졌다. 시승차의 경우 배터리가 차의 뒷부분에 들어있어 전형적인 MR(엔진이 운전석 뒤에 자리한 뒷바퀴굴림방식) 타입의 느낌을 준다. 하지만 뒤가 묵직해 핸들링시 독특한 움직임을 보인다. 엉덩이가 살랑살랑 흔들리는 느낌이다. 어울림 관계자에 물어보니 실제 양산시에는 차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차체의 바닥과 앞에도 배터리를 탑재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경우 현재보다 주행거리는 더욱 늘어나게 된다.



키를 꽂아 전원을 켰다. 전기차인 탓에 엔진 시동이 걸리는 게 아니라 전원이 켜진다.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변속 레버를 살펴보니 D-N-R 세 가지 모드다. D레인지에 놓고 가속 페달을 서서히 밟으며 출발했다. 고속화도로에 접어들어 속도를 높여봤다. 전기차 특유의 가속감이 온몸으로 전해진다. 모터 돌아가는 소리가 등 너머로 들리고, 엔진이 없어 주행시 발생하는 온갖 소리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시끄럽다는 게 아니라 워낙 조용해진 탓에 들리지 않던 소리가 들린다는 얘기다. 시속 100km를 유지하면서도 동승자와 조용한 대화가 가능할 정도의 정숙성이다.



급코너링시에는 차의 무게 중심을 감안, 충분히 감속한 뒤 진입해 차선을 유지했다. 기본적인 운동 성능 자체가 뛰어난 차여서 불안감은 없다. 완만한 고속 코너에서는 직선과 크게 다르지 않다. 급제동시에는 차의 무게 중심 이동에 따라 뒤가 움직이며, 밸런스가 살짝 흐트러졌지만 양산차에는 배터리가 차 바닥과 앞부분에도 탑재될 예정이어서 균형 유지에는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시내에서는 공사 구간도 있고 노면이 고르지 못해 차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가솔린 버전을 그대로 사용한 탓에 차의 최저지상고가 2cm 더 낮아져 과속방지턱을 지날 때면 최대한 속도를 줄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골목길을 지날 때 차 소리가 전혀 없어 보행자들이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향후 인위적으로 소리를 내는 장치를 탑재할 예정이다.





▲총평

고배기량 엔진을 사용해 기름을 퍼붓는 슈퍼카에서 배기량을 줄이면서 효율과 성능을 유지하려는 엔진 다운사이징이 대세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런 움직임과 함께 전기를 동력원으로 하는 고성능차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스피라EV는 이런 흐름에 동참한 차다. 완성도와 구현 감성에 따라 오히려 시장을 선도할 가능성도 있지만 국내에서 전기차 보급은 아직 요원한 상황이다. 정부가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을 하고, 르노삼성과 현대차 등도 전기차를 내놓을 계획이지만 전기차가 단 시간에 확대될 가능성은 낮다. 따라서 스피라EV의 주력 시장은 여전히 해외가 될 수밖에 없다. 어울림도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 스피라EV 개발에 나선 셈이다.



2008년, 가솔린버전 프로토타입 스피라를 흥미진진하게 탄 기억이 난다. 계기판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엔진 소리를 듣고 변속하는 등 원초적인 운전의 즐거움을 만끽했던 추억이 떠오른다. 스피라EV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늘어난 무게를 어떤 주행 감성으로 구현하느냐가 관건이다. 아무리 전기차라 해도 기본이 스포츠카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스피라EV에 거는 기대는 크다. 국산 최초의 수제 스포츠카도 열정으로 만들어 해외에서 인정받고 있다. 스피라 EV도 동일한 열정이 들어가 있다. 그래서 도전은 늘 흥분되는 시작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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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 박찬규 기자 sta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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