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현대모비스가 향후 현대·기아자동차에 대한 의존도를 최대한 낮출 방침이다. 회사측은 이를 통해 계열사가 아닌 독립 부품기업의 위상을 갖춘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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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와 상담중인 모비스 |
현대모비스는 90%에 달하는 현대·기아차의 매출 의존도를 장기적으로 50%까지 내리기로 했다고 23일 밝혔다. 현대·기아차에 대한 납품을 줄이는 게 아니라 기타 완성차업체에 대한 공급을 늘림으로써 이 같은 변화를 이끌내겠다는 게 회사측 전략이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토요타 계열사로 출발한 부품기업 덴소도 토요타 납품 의존도는 60% 정도"라며 "현대모비스 또한 현대차그룹 계열사로 출발했으나 모기업 납품의존도를 덴소보다 낮은 50%까지 내린다는 계획이 확고하다"고 전했다.
현대모비스는 실제 지난 2002년 크라이슬러에 350억원어치의 스티어링 컬럼 납품을 시작으로 2004년에는 섀시 모듈을 통해 납품금액을 1,800억원으로 끌어올렸다. 이후 MG기차, 화타이기차, 난징기차 등 중국 내 완성차업체에 대한 납품을 시작했고, 2007년에는 창샤중타이기차에 램프로만 3,000만 달러의 거래를 기록한 바 있다. 유럽 완성차업체와의 거래실적도 늘려 2009년에는 BMW에 리어 램프를, 2010년에는 다임러에 IBS를 공급했다. 올해는 스바루와 미쓰비시 등 과거 한국에 자동차 기술을 전수해준 일본 완성차업체에도 램프 등을 공급했다. 또 유럽 내 피아트그룹 및 북미 포드와 향후 필요한 부품을 제공키 위해 협상을 벌이는 중이다.
현대모비스가 현대차그룹의 비중을 낮추려는 이유는 리스크 분산을 위해서다. 현대·기아차에 지나치게 의존하다 두 회사가 어려움에 처할 경우 함께 수렁에 빠질 수 있어서다. 게다가 현대차그룹이 실질적인 지배회사라는 점에서 홀로 생존이 가능해야 그룹의 안정적인 운영도 가능하다는 게 회사측 판단이다.
회사 관계자는 "매출 다변화를 통해 안정적인 생산체제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며 "그러자면 현대차그룹 외에 다른 완성차업체와의 거래확대를 통해 완성차업체들의 합종연횡에 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납품선 다변화는 비단 현대모비스에 국한된 건 아니다. 최근 국내 중소 부품업체 또한 현대차그룹 의존도 낮추기에 애쓰고 있다. 이는 지난 10년간 유럽과 중국, 미국 내 완성차업체들의 M&A가 활발히 이뤄지면서 인수한 기업쪽의 협력업체들이 성장을 거듭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품업체로선 모든 완성차업체와 거래를 터놔야만 완성차업체 간의 인수합병에도 기존 거래가 유지될 수 있는 셈이다.
부품업체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영원하리라는 보장이 어디 있느냐"며 "최대한 많은 완성차업체와 거래해놔야 누가 새로운 주인이 되든 납품이 안정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현대모비스는 거래확대 외에 품목다변화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현재 거래하는 램프와 스티어링 외에 첨단 부품에도 사활을 걸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세계적인 부품기업인 보쉬와 덴소, 지멘스 등이 첨단 품목으로 이익을 내는 데 주목하고 있다"며 "현대모비스도 유럽 프리미엄 완성차업체와 첨단 부품 공동 개발 가능성을 추진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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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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