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파일] 현대차 '소통', 계급장 떼고 나서야

입력 2011년06월22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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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소비자와 적극적인 소통에 나섰다. 이를 위해 현대는 지난 4월27일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신기술 설명회 가졌다. 현대차로선 미디어도 아닌, 일반 소비자가 대상이었고, 그것도 어려운 기술 설명회를 가졌다는 점에서 일종의 모험이었다. 이런 이유로 당시 누리꾼들은 기술 설명회를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냐"며 따가운 눈총을 보내기도 했다. 긍정적인 반응도 있었지만 설명회 이후 에어백 논란을 비롯해 인터넷 게시판은 현대차의 잘못을 지적하는 댓글로 뜨거웠다. 그만큼 현대차에 대한 민심이 바닥이라는 얘기다. "공룡기업"으로 불릴 만큼 거대한 현대차가 단단히 결심하고 처음 시도한 행사였지만 오랜 세월 쌓여온 불신의 뿌리를 뒤집기는 부족했다.

하지만 현대차는 이런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듯 이달 18일에도 "현대자동차 신기술 이해 그리고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엔진과 변속기 관련 기술 설명은 물론 개발 스토리를 직접 설명하고, 토론으로 행사를 마무리지은 첫 번째와 달리 두 번째는 "쏘나타 하이브리드"에 대한 포괄적 접근이 이뤄졌다. 기술 설명은 물론 직접 차를 운전해 볼 수 있는 시간도 마련했다. 질의 응답시간에는 개발에 직접 참여했던 연구원들과 소비자 사이에 보다 진솔한 대화가 오가기도 했다. 전문가조차 식은땀을 흘릴 만큼 날카로운 질문부터 화기애애한 덕담까지 이어지며 소비자와 개발자가 소통에 주력했다.

소비자와 개발자 모두 주말을 반납한 채 "소통"에 참여한 것을 두고 일부에선 "고객"과 "서비스"의 만남으로 비유하기도 한다. 여기에 그룹 차원의 강한 의지와 전폭적 지원도 소통에 도움이 됐다. 그간 소비자 불만을 처리하는 수동적인 성격에서 한발 앞서는 능동적 입장으로 변하겠다는 의지가 행사의 결과물로 나타난 셈이다. 행사에 참여한 연구원도 오히려 소비자와의 직접적인 만남에 적극적인 모습을 나타내 인상을 남겼다.

현대차가 이렇게 변화하려는 이유는 기업에 대한 신뢰도 추락 때문이다. 특히 "미래의 고객"인 젊은 층의 외면이 커지면서 현대차 내부적으로도 반성의 목소리가 높았던 게 사실이다. 게다가 끝없이 쏟아지는 비판도 부담이 됐다. 하지만 애정이 없으면 비판조차 않는 게 일반적이다. 결국 회사로선 애정을 가진 사람들에게 모든 걸 터놓고 소비자 눈높이에 맞춘다는 생각을 행동으로 보여주기 위해 "소통"을 앞세웠다.

현대가 추진하는 "소통" 프로젝트는 당장 눈앞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으로 보면 분명 진일보했다. 또한 앞으로 민감하면서도 다양한 내용을 소통 주제로 삼아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한다는 계획도 있다. 당장 다음 설명회만 해도 논란 중 하나인 강판을 다룬다. 그동안 수출용과 내수용 강판의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 많이 제기됐다는 점을 감안한 선택이다. 현대차는 강판과 관련해 불거진 오해를 적극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물론 두 번의 행사로 모든 민심을 사로잡을 수는 없다. 어떻게든 변화하려는 현대차의 모습을 소비자들이 이해하기엔 분명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뒤늦게나마 변화를 향한 발걸음을 뗀 것은 잘 한 일이다. 기업은 제품과 함께 소비자의 마음을 얻어야 오래 간다. 현대차가 소비자와의 대화에 나섰다는 것부터 변화된 모습이다.

그런데 한 가지, 소통할 때는 자유로움이 전제돼야 한다. 주말에 청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온 참가자와 달리 정장을 입고 참여한 직원들의 모습은 경직돼 보인다. 예의를 갖춘 것이지만 행사에 참가하는 소비자는 장소와 시간을 떠나 현대차와의 소통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넥타이 착용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얘기다. 굳이 직원임을 구분해야 한다면 편안한 티셔츠를 단체로 하나씩 맞춰 입는 건 어땠을까 싶다. 그것도 청바지와 함께 말이다. 그래야 질문을 건네는 소비자도 편안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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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현대차 원효로 사옥에서 열린 소비자 대상 기술설명회. 쏘나타 하이브리드쏘나타 하이브리드에 탑재된 구동모터
질의 응답시간에는 개발에 직접 참여했던 연구원들과 소비자 사이에 보다 진솔한 대화가 오가기도 했다. 쏘나타 하이브리드쏘나타 하이브리드에 탑재된 구동모터


박찬규 기자 sta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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